[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이병건 위원은 10일 "글로벌 임상 3상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전유물이 됐다"며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지 않는 바이오 아시아를 구축하고, 나아가 의료관광 산업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이병건 위원은 10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개최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 2024 포럼'에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산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 육성 전략'을 발제하며 현 산업의 문제점을 살피고, 미래 신성장 동력 육성 전략에 대해 제언했다.
이 위원은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유명분야다. 디지털헬스케어는 국내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가 핵심전략 산업으로 육성·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대비 투자 비용이 적고, 경쟁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고, 기술 발전 양상을 예측해 규제를 발굴·정비하고 혁신적인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 장기 투자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유망하지만 '지원' 미흡…불합리 규제 철폐하고 재정비해야"
이날 이 위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안과 법령을 소개하며, 재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상장 바이오기업 유지 요건 완화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 범위 확대 ▲세액 이월공제 유예 기간 연장 ▲글로벌 수준 임상시험 제도 지원 ▲CRO 육성 지원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 경쟁력 확보 ▲혈액의 안정적인 공급과 해외 규제기관 시험기준 인정 ▲의료기기 유통 관련 법적 기반 마련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개선 등을 건의했다.
이뿐 아니라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한 지원 확대 ▲지불주체 다각화를 위한 디지털헬스 특화 바우처 도입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기기 특성 반영 보험약가제도 등을 언급했다.
이 위원은 상장 바이오기업 유지 요건 완화를 위해 매출액과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손실(법차손) 등 상장 폐지 요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차손 항목에서 '연구개발비'를 제외하고,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재무평가 중심에서 시장평가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cGMP와 무균 시설 등 특수 설계는 필수적"이라며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 범위를 건축물과 토지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범위를 확대하고 투자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이월공제 유예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투자 이후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약 10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공제 유예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은 이를 통해 산업을 활성화하고 기업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임상시험 능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을 통한 첨단·분사형 임상시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국내 CRO를 지원·육성해 글로벌 진출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RO 글로벌 진출 기반 확대를 위해서는 CRO 산업 지원을 법제화하는 등 지원 기반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혁신신약은 R&D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지만, 혁신형제약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며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를 개선해 약품비 정책과 산업육성 간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R&D 투자 선순환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약가우대 대상 요건을 정비하고, 경제 발전 기여, 혁신성과 창출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우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는 R&D 투자 확대 유인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재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 선순환 생태계 조성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 아시아' 협의체 구축 필요…"기술수출 시 아시아 판권 확보하고 의료관광 산업 조성해야"
이 위원은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2가지 전략으로 한국과 아시아 시장 권리 확보와 의료관광 산업 조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은 "국내 기업의 기술 수출은 활발하나 제품화된 것 거의 없다"며 "제품화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기술 수출을 할 때 최소한 한국이나 아시아 시장의 판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우리는 글로벌 중심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어렵다"며 "현재 우리는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크다. 일라이 릴리의 시가총액은 1042조원이고, 연구에 17조원을 투입한다. 유한양행은 시가총액이 10조5000억원인데, 연구비는 3000억원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한국의 바이오벤처 기업이 1년에 투자하는 연구비는 5조원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 금융 자금은 2조원이다. 다 합쳐도 글로벌 기업의 연구비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FDA와 글로벌 기업의 공조가 다른 국가, 기업의 진입을 막는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대규모 임상 3상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글로벌 임상 3상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전유물이 됐다"며, 국내 기업이 기술수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에 이 위원은 '바이오 아시아(Bio Asia)'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FDA 규제는 계속 강해지고 있다. 자본이 있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만 임상이 가능해지고, 돈이 없는 나라나 기업은 기술수출로 끝을 낸다"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전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지만 이는 어렵다. 당연시하는 (FDA, 글로벌 임상 3상 등) 진입 장벽에 대한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위원은 "바이오 미국(Bio US), 바이오 유럽(Bio Europe)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를 통합해야 한다. 아시아 인구는 45억명이다. 아시아 시장은 엄청난 시장이 될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 기업이 가져가는 제품의 40%가 아시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아시아를 만들고 나면 ICH(International Council for Harmonisation)의 아시아 버전인 'ACH(Asian Council for Harmonization)'를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인에게 맞는 임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함께해야 한다"며 "이런 환경이 구축되고 나면, 중동도 통합시켜야 한다. 중동은 돈이 있고, 인구가 15억명이다. 이들은 시장과 힘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위원은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뇌 신경계 질환과 항노화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특화하기 위해서는 뇌신경계 질환과 항 노화 등 차별화된 분야를 선택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 또 세계에서 줄기세포를 허가받고 10년 이상 투여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해당 질환들로 승부해 의료 관광을 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10~20년 뒤를 내다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정책위원회 황유경 자문위원은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위원은 "한국과 글로벌의 제약·바이오 산업의 격차는 크다. 하지만 첨단바이오 분야의 경우 미국, 유럽 등과 우리나라의 수준 격차는 크지 않다. 우리도 해볼 만하다. 전체 의약품 시장 대비 비중은 작으나 지속적인 시장 규모 성장으로 첨단바이오 분야의 가능성은 높다"며 첨단재생의료 실시와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상호 연계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첨단재생의료 치료 심의 대상이 임상연구결과로 제한되고, 경제성 등의 사유로 개발이 지연되면서 임상시험결과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희귀·난치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고 유망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개발 중단을 초래한다"며 "첨단재생의료 치료 심의 대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첨단재생임상연구 과정 중 얻어지는 데이터를 첨단바이오의약품의 개발로 연계해 제품화까지 진행할 수 있는 규제가 없다. 이에 국가재원이 투자되고 있는 임상연구 결과가 중계연구로 활용되지 못한다"며 "첨단재생임상연구의 결과를 첨단바이오의약품 IND 또는 허가 시 근거자료로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 위원은 "이는 환자에게 안전하고 고품질의 치료제를 공급할 뿐 아니라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성공적인 개발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개발과 투자의 선순환을 통해 병원의 치료와 연구기술발전, 나아가 산업계의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