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국내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이 업데이트되면서 처음으로 치료 전략에 '전구단백질 전환효소 서브틸리신-케신9(PCSK9)' 억제제가 등장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KSoLA)가 홈페이지에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4판 요약본을 공개했다. 전체본은 8월 31일~9월 1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리는 추계학술대회 및 국제지질동맥경화학회(ICoLA 2018)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지침의 주요 업데이트 항목은 약물치료 전략 부분으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스타틴 투여로도 LDL-C 목표수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최대가용 스타틴에 PCSK9 억제제를 투여하는 치료전략이 반영됐다.
스타틴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최대 약 50%까지만 감소시키며, 치료 후에도 여전히 심혈관질환의 이환율과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가정의학회의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대상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약 30%,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및 이종접합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HeFH)환자 등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70~80%가 기존 표준요법으로는 LDL-C 치료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은 1년 내에 재발 및 사망률이 높아, 위험요인인 LDL-C 치료가 시급한 환자군이다. 이종접합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역시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20배 높아 진단과 치료관리가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PCSK9 억제제가 치료지침에 포함되면서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 비율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유럽 지침에서도 치료 목표 도달 못하는 환자에 권고
PCSK9 억제제는 기존 표준요법으로 충분히 LDL-C가 조절되지 않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위한 새로운 기전의 생물학적 제제로, 혈액 내 LDL 수용체를 분해시키는 PCSK9 활성을 차단함으로써 간세포 표면의 LDL 수용체 수를 증가시켜 혈중 LDL-C를 낮춘다.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ESC/EAS)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FH), 스타틴 불내성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미국내분비학회(AACE/ACE)가 발표한 이상지질혈증관리와 심혈관질환 예방 관련 가이드라인 2017년 판에서도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으로도 LDL-C 또는 비 고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non HDL-C)의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심혈관질환자에는 PCSK9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PCSK9 억제제 병용, 한국인 연구에서 92%가 치료목표 도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판매 승인을 받은 PCSK9 억제제는 사노피(Sanofi) 프랄런트(Praluent, 성분명 알리로쿠맙)와 암젠(Amgen) 레파타(Repatha, 성분명 에볼로쿠맙)가 있다.
ODYSSEY LONG TERM 연구 결과를 보면 최대내약용량의 스타틴 요법에도 LDL-C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은 HeFH 및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 2341명을 대상으로 프랄런트를 병용 투여한 결과 24주 뒤 LDL-C 수치가 기저치 대비 약 61% 감소했고, 79.3%가 치료 목표(LDL-C<70㎎/dL)에 도달했다. 감소 효과는 78주간의 치료 기간 동안 일관되게 유지했다.
ODYSSEY KT 임상의 한국인 대상 하위분석 결과에 서는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요법에도 불구하고 LDL-C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프랄런트를 병용 투여한 결과, 24주 후 LDL-C 수치가 기저치 대비 65.7% 감소했고, 약 92%의 환자가 LDL-C 치료목표(<70㎎/dL)에 도달했다.
지난해 6월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17)에서 발표된 당뇨병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 대상 임상에서도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요법과 병용했을 때 LDL-C이 유의하게 감소했고, non HDL-C을 일반적인 치료보다 월등하게 감소시켰다.
해외 연구서 심혈관계 이환율·사망률 혜택도 확인
나아가 PCSK9 억제제 계열의 심혈관 사건 및 사망 혜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8)에서 발표된 ODYSSEY OUTCOMES에서 프랄런트 병용 투여는 비스타틴 LLT(Lipid-Lowering Trial)로는 처음으로 치료군에서 사망률 감소와의 상관성을 입증했다. 또한 이러한 효과는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치료에도 기저 LDL-C 수치가 100㎎/㎗ 이상인 고위험 환자들에서 더 현저하게 나타났다.
1년 이내 관상동맥 사건 등을 경험한 심혈관 위험도가 높은 환자 1만 8924명을 대상으로 프랄런트 병용투여한 결과,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 치료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유지됐던 환자군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률이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DL-C 수치가 100㎎/㎗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MACE 위험이 24% 줄었고, 사망 위험을 29% 감소시켰다.
FOURIER에서도 이전에 심혈관질환이 있던 환자 2만 7564명을 대상으로 레파타를 병용 투여했을 때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혈관재관류술 등 일차 복합 평가변수 위험이 15% 감소했다. 또한 심장마비 위험을 27%, 뇌졸중 21%, 2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레파타를 확립된 심혈관질환을 가진 성인에서 심장마비와 뇌졸중 및 관상동맥혈관재생술 예방제로 승인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아직 심혈관계 이환율과 사망률에 대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고, 레파타와 프랄런트의 허가된 적응증이 다르다.
레파타는 희귀의약품으로 12세 이상의 소아 및 성인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환자에서 다른 지질저하제와의 병용요법을 승인을 받았다.
반면 프랄런트는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으로 충분히 LDL-C가 조절되지 않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군이나 이종접합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HeFH)에 사용 가능하다. 출시되면 변화된 치료지침에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