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서 CDK4/6 억제제 이후 뚜렷한 치료 전략이 부족한 ‘2차 치료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이미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티루캡의 국내 급여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티루캡의 급여 등재 절차가 본격화되며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상정이 예고된 가운데, 유방암 전문가인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빠른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14일 코리아나호텔에서 AKT 억제제 티루캡(성분명 카피바설팁) 허가 2주년을 기념한 ‘유방암 정밀 치료 전략 아카데미’를 열고,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서 CDK4/6 억제제 이후 치료 전략과 미충족 수요를 조명했다.
이날 손 교수는 현재 HR+/HER2- 전이성 유방암에서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이 1차 표준치료로 자리잡았지만, 상당수 환자가 결국 내성으로 질병 진행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CDK4/6 억제제로 치료하던 환자가 2년 이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다 병이 진행된 뒤 치료를 변경하면, 이후 치료는 2~3개월 만에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CDK4/6 억제제 이후 후속 내분비 단독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약 2개월로, 치료 효과의 지속성이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CDK4/6 억제제 이후 2차 치료 단계의 공백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미충족 수요”라고 강조했다.
실제 CDK4/6 억제제 이후 2차 치료 단계에서는 폐경 여부와 유전자 변이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가능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어서, 진료 현장에서 치료 선택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이 지점에서 HR+/HER2- 유방암 환자의 약 절반에서 PIK3CA, AKT1, PTEN 유전자 변이가 동반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HR+/HER2- 유방암 환자 중 약 절반에서 PIK3CA/AKT1/PTEN 유전자 변이가 동반된다”며 “이러한 변이는 질병 진행과 치료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CDK4/6 억제제와 내분비요법 병용 1차 치료 이후에는 항암화학요법으로 넘어가기 전, 내분비요법의 이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균형 있게 고려한 유전자 변이 기반 정밀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유전자 변이는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관여하는 PI3K-AKT 신호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동안 이 경로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들이 개발됐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에는 해당 신호 경로의 하위 단계인 AKT를 직접 억제하는 치료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손 교수는 “이러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AKT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는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억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접근”이라며 “특히 내분비요법과 병용할 경우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루캡은 AKT를 직접 억제해 이 신호 경로 자체를 차단하는 약제로,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했을 때 내분비요법의 효과를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티루캡은 PIK3CA/AKT1/PTEN 변이가 있는 HR+/HER2-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AKT 억제제다.
티루캡과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의 임상적 근거는 CAPItello-291 3상 연구에서 확인됐다. PIK3CA/AKT1/PTEN 변이 환자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7.3개월로,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의 3.1개월 대비 약 2.5배 개선됐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50% 감소했다.
손 교수는 “기존 치료에서는 PFS가 2~3개월에 불과했지만, 이 병용요법은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며 “항암화학요법으로 넘어가기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내분비요법 기반 치료를 유지하면서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라고 평가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설사, 발진, 오심 등이 주요 이상반응으로 보고됐고, 3등급 이상 고혈당 발생률은 2.3%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기존 PI3K 억제제에서 문제가 됐던 고혈당 발생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반적인 부작용 프로파일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중대한 이상반응도 3% 이내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티루캡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PIK3CA/AKT1/PTEN 변이가 있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 Category 1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약가 참조 국가에서는 이미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허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 접근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손 교수는 “근거는 충분하고 해외에서는 이미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상적 가치가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환자들이 치료 혜택에 보다 원활히 접근할 수 있도록 빠른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티루캡은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다만 암질심 통과 여부와 이후 약가 협상 등 절차에 따라 실제 급여 적용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손 교수는 “이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야 하며, NGS나 PCR 기반 검사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는 유전자 기반 치료 전략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