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는 경쟁력있는 우리 기술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술 기반의 바이오텍과 빅파마들의 경험과 생산시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정부가 미래를 바라보고 기본 기술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 부사장인 배진건 박사가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한국제약의학회(KSPM) 공동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에서 사람을 살리는 BASIC Story'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이날 진행은 KRPIA 정형진 R&M 커미티 위원장(바이엘코리아 메디컬디렉터)이 맡았다.
배 박사는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위해 백악관에 초청된 10개 제약바이오 회사 중 7곳이 백신개발 회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항체 개발에 너무 관심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11개월만에 개발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배 박사는 '협력'을 꼽았다. 화이자(Pfizer)와 바이오엔텍(BioNTech), 모더나(Moderna)와 미국 국립보건원(NIH),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백신그룹과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이 대표적인 협력 사례다.
배 박사는 "백신 개발 단계마다 산학연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다. 크고 작은 제약사와 연구소 간의 밀착 협력이 백신이 빠르게 개발된 이유다"면서 "새로운 혁신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들이 확립한 플랫폼 및 치료제 기술을 큰 제약사의 백신 개발 경험을 활용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신속하게 백신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mRNA 백신 개발에서는 투명과 신뢰가 밀착 협력으로 이어져 서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서 "밀착 협력인 파트너십은 '공공 부문(public sector)'과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들어 제약회사와 규제 당국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서로 밤낮없이 메일을 주고받았다. 막중한 책임이 개발자와 허가당국 모두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명과 신뢰는 과학 데이터부터 시작됐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수집해 해독한 코로나19 유전체 서열을 2020년 1월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의 진뱅크(GenBank)에 등록했고 일주일 뒤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다는 것이 백신 개발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배 박사는 "앞으로 신약에서는 RNA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RNA가 신약의 주가 될 것이고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좋은 RNA 약들이 탄생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기초연구가 활발해야 좋은 약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배 박사는 "바이오엔텍의 최고경영자(CEO)인 우구르 자힌 박사는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를 커버할 수 있는 mRNA 백신을 6주 안에 다시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항체는 특성상 바이러스 치료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1년 전 설계돼 제작을 완성한 방어무기로 현재의 공격을 차단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미국 정부가 항체 치료제를 각 병원에 빠르게 배송했지만 단지 5~20%만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셀트리온도 그런 현실을 비켜가지 못할 것이다. 바이러스와 항체는 노는 물이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MSD와 리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Ridgeback Biotherapeurics)의 경구용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molupiravir)는 핵산 작용제 약물로 바이러스 RNA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기전을 가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배 박사는 "우리나라에 RNA 백신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있는지 항암 권위자로부터 문의를 받은 적 있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를 연결할 경쟁력 있는 우리 자체 기술이 없는 상황이다"면서 정부가 기초연구에 돈을 투자해야 하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텍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