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최근 정부가 강행하려는 ▲의사 4000명 증원 ▲첩약 급여 ▲원격진료 강행 ▲공공의대 설립 등을 '4대 나쁜 의료정책'으로 규정하고,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상임이사회’ 의결로 총파업 여부와 파업 방식을 묻는 전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의협 대의원회와 전국광역시도회장단협의회도 의협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주장하며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 설문조사에 참여해줄 것을 회원에게 알렸다.
정부가 강행하려는 정책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협 집행부의 판단에 전적으로 공감하나,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총파업 제안에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와의 대화와 협의를 시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이상에 치우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회원을 위험속으로 몰아넣는 ‘돈키호테’ 같은 총파업 주장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첩약의 급여화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에 관해 우선 내부적으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고, 미래 대한민국 의료가 나갈 방향성에 기초해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퇴로를 끊고, 총파업으로 결사항전(決死抗戰)할 것을 주장하는 것은 회원의 권익과 안전을 도모해야 할 집행부가 지나치게 무모한 것을 넘어 몰염치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가 의료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미래 의료 시스템에 관해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의료계와 의논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에 나선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책이 가져다줄 해악과 장점을 미리 예견하고 선제로 대응하는 집행부의 행동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도 우려하는 사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 대화나 협상이 아닌 총파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각론적인 문제에 치우쳐 정책을 추진하려는 정부와 이를 저지하려는 의협은 갈등은 상호에 대한 어떤 존중도 없이 평행하게 달리는 폭주기관차와 같다.
또한, 집행부가 추진하려는 총파업에 관한 설문조사 회원 설문조사에 대해 결과를 도출하고 전달받아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할 사안을 의장이 미리 나서 ‘난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집행부가 투쟁 관련 의견을 대의원회에 묻는다면 정기 총회 이전이라도 서면결의 등을 통해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협조를 약속한 것이 적절한 판단인지 짚어봐야 한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에 대해 대비를 하는 것도 집행부가 해야 할 일이다. 아무런 방비 없이 투쟁만을 외치다 일방적으로 정부가 원하는 바대로 정책이 추진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의 몫이 될 것이다. 타협과 협상에 무게의 중심추를 옮기고, 정책 결정의 실질적 권한을 지닌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책라인과의 접촉 면적을 넓혀나가는 일이 필요하다. 새로 발족한 ‘대외협력위원회’가 이 문제를 전적으로 도맡아 책임감을 느끼고 일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의사의 권익 보호가 최우선 과제임을 집행부는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닥쳐올 위기가 클수록 냉철하게 사태를 분석하고 무엇이 최선의 해결책인지 깊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의료계 총파업을 주장하는 집행부가 가는 길은 번지수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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