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환자들은 이번 횡격막 탈장 오진에 따른 의사 실형과 법정 구속 판결에 대해 사망의 인과관계가 명백하게 입증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과실을 인정하고 환자 유족측에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무죄를 주장해 일종의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봤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환자가 횡격막 탈장으로 사망했다는 자체가 아니라 환자의 X-레이상 흉수가 분명히 보이고 이를 동반한 폐렴이 있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소견도 있다”라며 “환자의 이상을 확인하고 다른 자세의 X-레이를 더 찍거나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했다"라며 "하지만 X-레이 검사결과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은 의사의 과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단체 관계자는 “환자 가족들은 하루 아침에 생명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환자에 대한 아픔을 먼저 헤아리기보다 횡격막 탈장 진단이 힘들고 치사율이 높다는 등 본질을 흐리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며 “그동안 의료사고 형사소송은 의사들을 상대로 거의 벌금형에서 그치거나 정보 불충분으로 무혐의로 끝났다. 이번 판결은 의사라면 누구나 법정 구속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5일 이번 판결이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앞으로 의료사고 해결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환자 가족 10여명과 함께 의료사고 형사고소·형사소송 경험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원래 비공개였으나 전반적인 환자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을 전제로 참관이 허용됐다. 환자들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담지는 않는 대신 의료사고를 당하고 소송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환자 유족이 느꼈던 문제들을 짚어봤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7일 이번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①충분한 설명 부족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갑자기 상태 변화가 생기거나 상태가 악화할 때 충분한 설명을 원했다. 의학지식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급작스런 상태 악화는 견디기 어렵고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를 자주 만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거나, 의사를 만나더라도 짧은 시간동안 설명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환자 유족 A씨는 이런 취지에서 의사 면담에서 들은 이야기를 녹음했다. 환자의 진료기록에 대한 해석을 충분히 하길 원했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로 여러번 들어보고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를 발견한 의사는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환자가 의사에게 잘못된 것을 따지고 책임지라고 이야기하려던 것은 아니다. 의학용어는 어렵고 한 번 설명을 들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녹음을 했다“라고 했다. 이어 ”녹음을 한다는 이유로 해당 의사는 환자를 범죄자로 취급을 하거나 무조건 뒤로 숨어버렸다“라며 ”환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정보 자체가 없고 의학지식을 모르다 보니 충분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②투명한 진료기록 의구심
의료사고는 보통 환자 측에서 의사 과실을 증명하기 위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진료기록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조차 시간이 걸리고 이를 확보를 하더라도 기록이 충분하지 않거나 잘못 기록된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 입장에선 병원이 진료기록을 쉽게 추가하거나 뒤바꿀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진료기록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환자 유족들은 가족을 떠나보낸 이상 의료사고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이긴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진료기록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짓이 진실을 이겼을 때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도 했다.
환자 유족 B씨는 “본인의 가족 사고에서 마취통증의학과의 기록과 수술을 시행한 외과의사의 기록상 수술 시간과 심정지가 있었던 시간이 달랐다"라며 "의사들이 차트를 제대로 기록했다고 볼 수 없다. 진료기록을 쉽게 추가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병원 측이 당장 응급 상황이 아니라며 CT 검사 등을 기다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보니 환자 가족이 CT를 찍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병원을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③의료사고 대처 전담 부처 전무
소송을 경험한 환자 유족들은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이야기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나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을 두루두루 찾아다녔지만 의료사고가 났을 때 당장 어딘가에 고충을 이야기하고 이를 상담할 만한 전담 부처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소송으로 가서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환자 가족들은 형사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민사소송에서 승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민사소송을 제기한 다음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환자 가족들은 병원비부터 간병비, 소송비까지 비용 부담이 쌓이는 고충이 뒤따랐다.
환자 유족 C씨는 “병원 측의 과실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다녀도 이를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라며 “병원은 환자를 대화상대로 보지 않고 정부부처는 모두 담당기관이 아니라고 발을 뺐다. 담당의사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접근금지를 선언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④의사 편을 드는 감정 제도
환자 입장에서 감정은 정말 괴로운 제도라는 한목소리가 나왔다. 감정은 보통 회신 지연이나 회신 거부로 여러 대학병원을 전전하다가 몇달씩 시간이 허비되기도 했다. 감정은 보통 6~8개월이 소요되며 결국 법정 소송을 3년 이상 끌고 가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감정은 환자들에게 또 다른 비판 요인이 됐다. 감정은 같은 의사들의 '제식구 감싸기'와 같은 결론이 많았다는 것이다.
환자 가족들은 "검사와 판사가 의학 지식이 없다 보니 감정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판결에서 감정서를 그대로 인용하면 결국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나온다"고 밝혔다.
환자 유족 D씨는 "의사와 간호사 과실이 분명했던 투약 오류였고 과실이 입증됐다. 하지만 막상 감정서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사고에서 보통 감정서로 인해 혐의가 없거나 증거불충분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감정서는 눈과 귀를 막는 판단일 뿐이다. 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⑤의사와 환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
환자 가족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도 심각하게 봤다. 환자는 의료사고 소송을 진행할 때 예상 질문을 여러 가지 각도로 써냈다. 하지만 병원은 너무 완벽하게 준비된 답변을 한 것처럼 보였다. 병원과 의사의 과실이 분명히 보이더라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 일쑤이고, 환자 유족 입장에선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쉽게 지치고 나가떨어지거나 끝까지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판사로부터 일부 금액에 합의를 보고 끝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환자 유족 E씨는 “환자 입장에서 의료사고 특례법이 있어야 한다. 과실이 명확할 때는 병원과 의사가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라며 “법은 가진자의 정의일 뿐이며, 힘 없고 약한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또한 "의협이 의사의 과실 책임을 면제해달라는 특례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환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사면허에 특권을 부여하자는 의미일 뿐이다"라며 "전국의사 궐기대회나 총파업 등의 계획도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흐린 주장을 펼쳤다. 환자들과의 갈등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