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당뇨병 합병증 예방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혈당 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루 1~2번 혈당 측정만으로는 변동성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해 환자 스스로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맞춤형 처방과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유승현 교수는 10일 '당뇨관리의 최신지견-연속혈당측정기 도입과 프리스타일 리브레(FreeStyle Libre)'를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 교수에 따르면, 전세계 당뇨병 성인 환자는 4억 6300만명이며, 우리나라 역시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가 494만명에 이른다. 이중 관리가 잘 이뤄지는 환자는 56.9%에 불과하며 19.1%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당뇨병 치료와 관리시스템은 약물 투여로 국한돼 있다. 2~6개월 간격으로 검사를 받고 약물을 처방받는 형태가 일반적으로 예방과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유 교수는 "실제 말기신부전 및 신장병증 등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의 당뇨병 환자의 장기간 혈당변동성은 사망률과의 강한 연관성을 보였고, 흡연이나 고령 만큼이나 혈당변동성이 관상동맥질환 여부 및 중증도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핵심 중 하나는 혈당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혈당변동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고혈당이 지속되면 산화스트레스, 후생유전학적 변화, 염증성 사이토카팅 등으로 내피세포 기능부전과 손상이 발생해 대혈관과 미세혈관에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혈당변동에 따른 저혈당 역시 혈소판 활성화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으로 각종 합병증이 유발된다.
유 교수는 "이처럼 혈당변동성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2021년 업데이트된 미국당뇨병학회(ADA)의 가이드라인에는 나이 또는 당뇨병 유형과 관계없이 연속혈당측정기(CGM) 사용을 권고했다"면서 "기존의 손끝채혈만으로는 고혈당, 저혈당 변동 일부만 파악 가능하며, 아예 측정이 불가능한 구간도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DA 2021 가이드라인에는 입원시에도 실시간 모니터링과 개인보호 장비 사용 감소를 위해 CGM 사용을 제안했으며, 인슐린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CGM을 사용할 경우 환자의 혈당 패턴을 교정하고 A1c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ADA는 물론 대한당뇨병학회(KDA) 역시 올해 당뇨병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하면서, 연속혈당측정의 필요성을 명시했다. 모든 1형 당뇨병 성인에게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실시간 연속혈당측정장치의 사용을 권장했으며 다회인슐린주사요법을 하는 2형 성인당뇨병환자 역시 혈당조절을 위해 사용을 권장했다.
유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중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피하 조직에 삽입된 센서를 통해 간질액 내 포도당 농도를 측정, 그 값으로 혈당 추정값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14일동안 몸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혈당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변화 예측을 할 수 있으며 방수기능이 있어 샤워와 목욕 등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환자를 치료한 케이스도 공개했다. A환자는 지속적으로 혈당을 체크하면서 매일 2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는 습관이 생겼고 근육 증량과 체지방 감소는 물론 3개월시점에서 당화혈색소가 정상수준으로 떨어졌다. B환자 역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한 후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했고 이후 체지방이 10kg 빠지고 혈당도 대폭 낮아졌다. C환자는 야근, 야식습관이 있는 환자였는데 연속혈당 측정 후 목표범위에 90% 도달했고 일부 변동이 있으면 내원해 개선방안을 논의하면서 적극적으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유 교수는 "물론 연속혈당측정기는 자동적으로 당화혈색소를 낮춰주는 기기가 아니며, 단순하게 보면 혈당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당뇨병 관리에 대한 동기부여로 합병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 스스로 삶의 문제요인을 파악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환자마다 다른 해결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 진료 패러다임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 적용으로 기기값 부담이 많이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용률이 저조한 편"이라며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사용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유 교수는 지난 8년간 건강보험공단에서 당뇨병 환자의 지역사회 교육 업무를 이어오고 관련 교육을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속혈당측정에 대한 활용 방안을 고안 중이다. 당뇨병학회와 내분비학회도 교육자료개발 및 근거마련을 위한 노력을 하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교육, 훈련, 추적관리와 같은 프로그램이 함께 제공될 때 CGM 혈당관리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여러 효과 연구를 시행해 관련 근거를 마련하고, 교육 콘텐츠와 교육 담당자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환자들의 사용 권유를 위해서는 의료진들이 이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이 많아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