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11일 최근 한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 교수와 전공의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형사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이제 대한민국에서 분만이 이제 지속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앞서 약 8년전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출생 직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산부인과 교수와 당시 전공의가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1심에서 6억5000여만 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다.
형사 사건의 경우 경찰은 의료진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으나, 산모 측이 이의를 제기했고 검찰이 경찰의 결정을 뒤집고 기소를 결정하면서 재판으로 이어졌다. 이때 민사 재판에서 제출된 대학병원 교수의 자문 결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협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의료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상황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의료현장에 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의료현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단순한 결과 중심의 형사적 판단은 의료인의 진료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며 "현재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에선 대한민국에서 분만은 이제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현장은 이미 붕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산부인과 사건은 의사 사법 리스크가 핵심의료를 위협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의협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의료행위에 대해서 형사책임을 면제하거나 경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협회는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통해 실질적 대책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변인은 이날 정부의 지역의사제·공공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추진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그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해왔던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있어야 한다. 특정 지역에서 10년 이상 의무복무를 강제함으로써 헌법상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지역의사 면허를 별도로 부여하고자 한다면, 기존 의사면허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이중면허 체계를 유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이외 지역의사 교육과정과 시험을 차별화할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등의 많은 질문을 해왔지만 아직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했다. 의협은 정부와 당국이 해당 질문에 대해 명확히 답변해야만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