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경과 전공의들은 31일 '대국민 서신'을 통해 "국회의원이 한의사에게 치매 진단과 치료를 확대하자고 주장했지만 이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달 13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치매국가책임제에 한의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에 따르면 치매는 의학의 ‘Dementia’라는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의학은 질환을 정의할 때 그 질환의 분자세포 변화(병태 생리), 역학, 증상, 진단 기준, 치료 방법 등을 명확하게 담고 있다. 전공의들은 “신경과 전공의는 4년의 수련기간 동안,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신경학적 질환을 임상적으로 진단하고 약물을 처방하면서 신경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의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을 쌓는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은 “한의학에는 치매에 해당하는 질환의 정의 자체가 없다"라며 "한의학에는 치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나 진단 기준, 치료 등에 대해서도 기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한의사에게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은 환자 치료를 비의료인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라며 “인재근 의원의 주장이 통과된다면 치매를 독학으로 공부한 일반인들도 치매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치매에 대한 적절한 임상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한의사)이 치매를 관리한다면 치매의 오진율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이 손실된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치매 치료제로 한약을 사용하자는 한의사들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시간은 평균 15년이 걸리고 비용은 수천억원에서 11조원이 소요된다. 전공의들은 “신약과 달리 한의사들은 한약의 안정성을 입증하지 않고 한약의 성분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한약을 치매치료제로 사용한다면 정확한 효과와 부작용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한의사들에게 치매 진단과 치료를 맡기면 국민이 아닌 한의사 단체만을 위한 법이 된다”라며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한의사의 치매 관련 역할 확대를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