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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질환자 고려 못하는 입원적합성심사제도…심사 편차 심하고 자기결정권 침해

    국회입법조사처, 입적심 제도 작심 비판…대면조사 확대 실시 위한 지원 확대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1-12-02 20:50
    최종업데이트 2021-12-02 20:5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적합성심사제도(입적심 제도)가 오히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제도의 효과성 또한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2일 국회입법조사처 이만우 입법조사연구관은 '입원적합성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입적심 제도는 2016년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설치된 입법적합성심사위원회(이하 입적심위)를 통해 2018년 6월부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입적심 제도의 도입 취지는 입원 단계부터 정신질환자의 권리구제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므로, 입적심위는 정신건강복지법 제2조에 규정된 환자의 존엄과 가치, 최적의 치료받을 권리, 입원 등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호·보장하는 심사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상 입적심 제도의 구성과 절차의 핵심 내용은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에 입적심위와 그 하위 실무 단위인 입원심사위원회(이하 입심소위)를 설치해 바자의입원의 경우 입심소위가 입원적합성 여부를 1개월 이내에 판단하도록 하는 등 입원적합성 심사의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심사업무 과중으로 미심사 사례, 심사 책임성도 결여

    그러나 위원 구성 자격요건부터 심사 과정까지 정당한 심사를 하기 위한 결격사유가 매우 많다는 게 국회입법조사처의 견해다. 

    입적심위 위원들과 달리 전문분야별로 위원 구성의 자격요건이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또한 심사시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심사의 ‘질’은 해당 소위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을 수 있고, 특히 인력 자원이 부족한 소위는 부실한 심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만우 입법조사연구관은 "위원 정원 수 범위가 10명 이상으로 넓게 규정돼 심사 참석 위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법률이 정한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입심소위가 있으므로, 심사의 절차적 정당성과 심사 결과에 대한 책임성이 결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소위원회 별 평균 대면조사 시행 비율. 사진=입원적합성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회입법조사처

    이 입법조사연구관은 "심사 각하 비율이 전체 신청의 22.4%에 달하는 것은 심사업무의 과중으로 인해 심사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것이고, 이 또한 입원적합성 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면조사의 건수가 서면조사의 건수보다 매우 적으며, 심지어 대면조사가 점차로 감소해 약 25% 수준에 그쳐 이는 심사가 충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체 심사 건수에서 부적합 판정 비율은 1.41%에 불과해 심사가 다소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환자 자기결정권 위해 절차보조사업 활성화…대면조사 확대 등 필요

    국회 입법조사처가 입적심 이해관계자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입적심 제도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새로운 부작용이 도출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입법조사연구관은 "자기결정권과 관련해서, 변호사들은 권리고지, 대면진술, 그리고 절차보조 등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거나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며 "비자의입원 감소와 관련해서도 입적심 절차의 어려움 때문에 환자를 설득해 동의입원으로 전환해 입원하는 사례가 늘어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입적심 제도 도입 시행의 부작용도 확인됐다. 환자 이송 과정의 적법성이 입적심 기준에 포함되면서 환자를 속여 병원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환자의 입원 치료가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보호자의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입원적합성심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국회입법조사처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교차진단 제도를 포함시켜 대면조사를 늘리고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입법조사연구관은 "입심소위 구성에서 환자 당사자와 그 가족의 참여를 확대해 입적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심사 편차를 줄이기 위한 심사 지침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환자의 입·퇴원 절차를 도와주는 절차 보조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개선과 절차 보조인에 대한 전문 교육을 수행함으로써 ‘절차보조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비자의입원 환자에 대한 입적심 대면조사를 확대 실시하고 이를 위한 인적, 물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입적심 제도에 교차진단 제도를 포함시키고 입적심을 받아야 하는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면진술권과 절차보조권이 보장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심의 사전 또는 사후 고지 절차 및 심사 결정에 대한 불복 절차도 현행 입적심 제도에는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 개정을 통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