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정부 출범 1주년 정책간담회에서 만 20세부터 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검토안을 발표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며 화제를 모았던 대통령의 공약이 공식적인 이행 궤도에 오른 셈이다. 대통령은 청년 소외감과 생존의 문제를 운운하며 보건의료 자원의 전격적인 배분을 지시했다. 하지만 탈모 치료 정책의 기묘한 타이밍과 노골적인 수혜층 설정은 정책적 합리성보다 거대한 정치공학적 의구심을 자아낸다.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탈모 치료제 급여화 정책은 한정된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짓밟는 전형적인 선심성 포퓰리즘이다.
탈모 치료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가 아니며, 장기 복용 혹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만약 2030 청년층을 대상으로 급여가 무분별하게 적용된다면 왜곡된 '가수요'가 폭발할 것은 자명하다.
미미한 증상을 가진 이들이나 단순 예방 목적의 청년들까지 대거 병의원으로 유입되면서 본래 추계했던 재정 규모를 가볍게 상회할 것이다. 또한 급여 기준에 맞추기 위한 '과잉 진단'과 약제 처방이 만연해져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가속화할 것이다.
현재 우리 건강보험 재정은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분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올해 이미 5조 2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028년 9조 4000억 원, 2035년에는 적자 폭이 무려 39조 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준까지 확대돼 누적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재정 붕괴의 위기 속에서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비급여 탈모 치료에 재정을 쏟아붓겠다는 발상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급여화를 통한 약가 인하로 추가 소요 예산이 연간 1500억 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가격 인하 시 환자가 폭증하는 의료 가격 탄력성과 유도 수요를 완전히 배제한 단편적 통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은 제한된 재정 안에서 엄격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당장 응급실 인프라가 무너지고 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붕괴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으며,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을 위한 재정도 부족해 필수 치료제가 비급여로 남아 눈물 흘리는 환자들이 허다하다.
이런 가운데 삶의 질 영역인 탈모 치료에 재원을 낭비하는 것은 보건복지의 기본 원칙을 배반하고 의료보험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처사다. 탈모가 급여화될 경우 형평성 문제를 들어 비만 치료, 치아 교정, 미용 성형 등 다른 비급여 영역에서도 급여화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건강보험의 본질적 원칙인 '질병의 치료와 회복'이라는 기준선이 무너지면, 건보 시스템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이 정책이 발표된 타이밍과 수혜 대상의 성격에 있다.
왜 하필 '20세에서 34세'라는 특정 연령대인가? 이 정밀한 타이밍의 배후에는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어처구니없는 부실 행정과 그로 인해 폭발한 청년층의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성난 청년 표심은 고스란히 선거 결과로 증명됐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20대 여성의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로 좁혀졌고, 30대 여성의 과반(53.6%)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낡은 진영논리 대신 공정과 실리를 선택한 청년 세대의 엄중한 심판이었다.
결국 이번 탈모 지원 정책의 무리한 급발진은 부정선거 의혹과 참정권 침해에 격노해 재선거를 요구하는 청년층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공정성을 훼손해 놓고, '탈모 치료'라는 물질적 시혜를 던져주어 청년들의 입을 막고 표심을 회수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함의 발로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20대와 30대 초반의 표심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30 세대 역시 무작정 돈을 쥐여주는 선심성 포퓰리즘보다 제도의 공정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원하고 있다. 한정된 건보 재정은 포퓰리즘적 매표 행위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 인프라와 중증 질환자 보호에 전적으로 집중돼야 마땅하다. 청년들이 국가에 요구하는 것 또한 탈모약 몇 봉지가 아니라 선거의 투명성과 기회의 공정함이다.
정부는 무책임한 선심성 지원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투표용지 폐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공정한 선거제도 확립이라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만이 파행으로 치닫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청년 세대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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