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이 오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일찍이 올해 7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의료계의 반발로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려면 이달 열리는 건정심에서 의결돼야 하는 만큼 보건복지부도 의료계를 설득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별가산율 조정·검체검사/영상검사 가산 폐지·내과 등 입원료 가산 개선→수술·처치 보상
상대가치점수는 2001년 도입 이후 2008년 1차 개정, 2017년 2차 개정됐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상대가치점수 3차 개정연구를 시행해 이를 기반으로 개편을 추진해 당초 2023년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의료계와 3차 상대가치 개편 회의 등을 통해 3차 상대가치 개편방향을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의료계가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시행일이 계속해서 미뤄졌다.
올초 복지부가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포함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해 공식화하면서 의료계의 불안과 우려가 빗발쳤다.
이번에 건정심에 논의될 예정인 복지부의 상대가치 3차 개편안은 종별가산율을 폐지하는 등 정비하고, 검체검사·영상검사 가산 폐지 및 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 개선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술‧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외과계 행위유형의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위해 수술, 처치, 기능검사에 대해서는 종별가산율을 현행 15~30%에서 15~0%으로 인하하고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행위에 대해서는 종별가산율을 현행 15~30%에서 0%로 인하(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게다가 올해 수가협상에 대해 정부가 환산지수 인상분 중 일부 재정을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상대가치점수와 진찰료 등 기본진료료 조정에 활용하기로 밝히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입원료 보상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진찰료 인상에 대한 의료계의 요구를 인지하고 있으나 이번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필수의료지원대책에 초점을 맞춰 원가보상이 낮은 행위유형의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견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오랜 기간 미뤄지면서 필수의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재정순증 없는 개편 방향에 반발…"저수가 구조 더욱 고착화 시킬 것"
실제로 의료계는 일찍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지원이나 상대가치점수 총점의 점증 계획 없이 발표된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반발해왔다.
종별 저수가 구조의 원인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건체 및 영상 분야 종별 가산을 폐지한다는 정책 방향은 오히려 저수가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정부의 상대가치 개편 조치 이후 검체 검사와 영상 분야는 폭은 줄어들더라도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이고,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는 원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관들은 손해 보는 입원 및 수술 대신 수가가 낮아졌지만 그래도 원가 이상의 수익이 나는 검체 검사와 영상 검사를 더욱 많이 하는 방향으로 의료 행태를 변화시켜 의료 왜곡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을 폐지 및 조정할 경우 병원들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 내·소·정 병상을 줄일 수 밖에 없고, 가뜩이나 위기인 소아청소년과 위기를 가중시키고 결국 환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바의연은 "결국 정부는 어떻게든 현재의 왜곡된 구조 안에서 윗 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 돌 괴는 수준의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올초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해 회원들에게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3차 상대가치 점수 개편 진행 시 모든 유형의 행위에서 의원급에는 영향이 없으나, 병원급 이상에서는 수술, 처치, 기능검사 유형의 수가가 0.63~1.74% 인상되고, 검체검사, 영상검사 유형의 수가는 4.17~11.54%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종별가산율 개편(안)은 상대가치 3차 개편 연구 결과에 따른 것으로서, 이번 필수의료 살리기 의정협의체 논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상대가치 연구 결과를 무조건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의정협의를 통해 회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는 "의료계는 저수가 진찰료의 문제를 지적하며 지속적인 진찰료 인상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예산부담 등을 들어 의협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임의로 개정안의 방향성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개정 작업에서는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협은 저수가 진찰료가 '도덕적 해이'와 의료소비를 증가시킨다며 의료정상화를 위해 진찰료 30% 인상을 요구해 왔다.
김 보험이사는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비롯해 필수의료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서 재정 순증 없는 개편 방향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