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PA 의료행위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하고 오히려 확대시켜 왔음을 국회에서 자백한 국립중앙의료원장과 국립암센터장을 처벌하고, 정부는 스스로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사죄하라”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의 최근 5년간 PA 현황 자료가 공개됐다. 해당 자료를 보면,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 PA의 수술 참여 건수는 2014년 5432건, 2015년 6637건, 2016년 7328건, 2017년 7997건, 2018년 8550건, 2019년 1월~6월 4807건으로 총 4만 751건에 달했고 5년간 57.4%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의협은 “국가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대형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에서조차도 불법 PA 의료행위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국민들의 상식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병의협은 “이번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의 PA 현황 자료 공개를 통해서는 정부가 불법 PA 의료행위를 묵인 및 방조하는 수준을 넘어 불법을 주도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기에 매우 충격적이다. 국민들은 불법 PA 의료 행위에 대한 정부의 안이하면서도 기만적인 대응에 실망감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국립중앙의료원장과 국립암센터장은 자신들이 기관장으로 있는 의료기관에서 불법 행위가 만연해 있음을 자백하면서도 이에 대해 전혀 사죄를 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불법 행위를 체계화 시키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고, 전문간호사제도나 전담간호사제도를 만들어 불법 PA 의료 행위를 양성화 시켜 달라는 의료인 면허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두 기관장이 이렇게 뻔뻔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불법인 것은 알지만 절대로 처벌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고, 이러한 확신은 정부가 심어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지난해 두 곳의 상급종합병원을 불법 PA 의료행위로 고발했지만,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최근 PA들의 불법 심초음파 대리 시행에 대한 경찰 고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사건들도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불법PA의 의료행위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두 곳의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행정처분 요청을 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불법 PA 의료 행위에 대한 고발이나 행정처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의도한 것이다. 불법 행위를 정상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 정부가 PA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는 정책들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라며 “정부는 불법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던져줄 것이고, 이는 의료인 면허 범위의 혼란만 가중시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들을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저수가 문제, 전공의 교육 문제, 필수 의료 분야 안정화, 기피과 처우 문제, 보건의료 인력간의 업무 범위 문제 등 근본적이면서도 포괄적인 문제가 함께 다뤄져야 한다.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적용이 동반돼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불법 PA 의료 행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