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신약 허가 제대로 하려면? 보건부 분리+식약처 통합"

    글로벌 신약 개발 방안 제시…부처 개혁과 함께 약사법 정비·심평원데이터 질 관리·클러스터별 지원

    기사입력시간 2021-10-13 01:06
    최종업데이트 2021-10-13 01:13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에서 개발 중인 신약 대부분은 제도적·재정적 이유로 비임상·임상1상까지만 하다가 라이선스아웃을 추진한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신약 개발을 성공하려면 먼저 제대로된 허가 절차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건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통합, 약사법 개혁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동국대 약학대학 권경희 교수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혁신정책연구센터의 2021년도 제1회 바이오헬스 정책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허가 규제 선진화 접근전략을 밝혔다. 

    이번 포럼은 '바이오헬스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기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지원 방안'을 주제로 CPhI Korea(세계 제약산업 전시회) 2021과 연계해 열렸다.
     
    사진 = 동국대 약학대학 권경희 교수.

    권 교수는 "의약품 판매를 위해서는 반드시 시판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안전성, 유효성, 품질확보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규제 당국자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이때 임상시험에서의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실험실에서 얻은 성과와 질병 치료 활용 과정에 대한 자료가 많아야 한다"면서 "문제는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은 제네릭, 개량신약 등의 개발 역량이 있지만 아직까지 신약에 대해서는 자료와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내사들이 세계시장에 신약을 내놓으려면 미국을 비롯해 유럽, 호주 등 전세계적으로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인해 규제당국자들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두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언했다.

    "세계적 신약 나오려면? 정부 부처 개혁과 함께 약사법 개정·RWD 질 관리 필수"

    세계시장에서 판매될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기업들 뿐 아니라 국내 법과 제도 역시 선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우선 약사법에 묶여 있는 의약품과 의약외품을 분리하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약품, 의약외품, 첨단바이오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위생용품 등을 미국처럼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의료제품 기본법을 설립하고, 해당 법에는 이들의 안전과 효능, 질(퀄리티)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의약품 전주기 관리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보건부에 식약처를 포함시키는 부처 개혁도 필요하다"면서 "약물의 품질 및 성능 평가를 위한 새로운 도구와 기준, 접근법 등 평가과학 기반을 구축하고, 식약처에서 평가과학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약 개발·상용화를 위해서는 리얼월드 데이터(RWD)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심사평가원의 청구데이터 질 관리가 필수라고 부연했다. 현재 심평원 자료는 전국민 데이터기는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의 의약품간 차이가 있어 허가심사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세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신약이 우리나라에서도 개발됐으면 한다. 현재 국내 제약생태계는 비임상, 임상1상까지만 하고 라이센싱아웃을 하는데, 이런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성과들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나가게 돼 아쉬움이 크다"면서 "제대로된 신약개발 시스템을 마련해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신약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역량 갖추고 싶다면 '협업'…국내로 유인할 '인센티브' 제도 필요"

    글로벌 신약 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제약 클러스터의 연계와 활성화, 글로벌 제약기업 유치와 공동연구 개발 등도 이어져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한국존슨앤드존슨 서화석 이사는 "국내 개발 신약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글로벌 기업들과의 상생협력이 중요한데,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한국에 들어와 공동개발을 할 메리트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존슨앤드존슨 역시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들이 있으나 대부분 본사 프로그램들은 싱가포르로 간다. 투자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가 많고 혁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이사는 "최근 얀센이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선정되기는 했으나 비교적 지나치게 적은 금액이 부여되는 것 같다. 정부가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인센티브를 활성화하고 혁신신약에 대한 가치 기반의 평가와 보상체계를 마련해야만 다양한 본사의 자원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싱가포르, 호주 등 다른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파트너로서 책임지고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혜택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때"라고 했다.

    "가장 우수한 인력인 의사들이 제약산업에 많이 뛰어들어야"

    분당차병원 이일섭 부원장은 바이오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문인력인 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 = 분당차병원 이일섭 부원장.

    이 부원장은 "현재 국내 기업의 상황은 규모와 R&D인력이 매우 적고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경험도 부족하다. 바이오벤처들은 많지만 신약은 나오지 않고 투자자들만 많은 피해를 입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죽음의 계곡을 해소하려면 제약바이오산업과 병원 간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제약바이오 R&D생태계에서 병원은 최적의 파트너지만 임상과정에서 일회성 자문만 하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특정 전문가를 지정해 지속적으로 임상시험에 참여, 지속적인 윈윈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센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최고의 인력풀인 의사를 바이오산업에 끌어들이고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최치호 단장도 의사들이 창업해서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정부가 의사과학자를 적극 양성해 신약연구와 연결해주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기초부터 장기간의 비용 지원과 함께 잘게 쪼개진 클러스터를 통합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최 단장은 "신약개발 성공을 위해서는 중개연구 관련 플랫폼이 튼튼해야 한데, 이에 대한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평균 연구개발 지원 기간이 3.6년으로 신약개발 기간에 비하면 매우 짧은데,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간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함께 지원 방식 역시 과제 중심에서 벗어나 클러스터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기업과 병원 의사, 대학 연구자 등이 모여 혁신신약 개발에 협업하는 플랫폼들에 대해 집중 지원하고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대폭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 바이오클러스터들이 잘게 쪼개져 있는데, 반드시 수요 기반의 지속가능한 자족형 특화성장 모델을 만들고 이들을 통합조정하고 자원을 집적하는 컨트롤타워 마련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