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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엄마의 잠걱정을 잠재우는 책'

국내 1호 수면심리학자 성신여대 서수연 교수 저, 엄마에게도 잠을 잘 잘 권리가 있음을 알려주는 책

기사입력시간 21-11-30 15:18
최종업데이트 21-11-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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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여아가 남아보다 더 오래 잘 자며, 소아 불면증 유병률은 남아가 더 높다. 그렇지만 11살 무렵부터 모든 것이 뒤바뀐다. 11살쯤 시작되는 초경과 함께 여성의 불면증 유병률은 남성을 역전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불면증 유병률이 1.5배 더 높으며, 잠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워주는 책(도서출판 아몬드)'에 따르면 수면의 성별 차이는 비단 생물학적 이유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한때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찬란한 인생을 꿈꾸던 여성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 포기 목록 상위권에는 아무도 그럴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던 ‘잠’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엄마가 됨과 동시에 사랑이 뿜어져 나오고 좋은 엄마가 되는 자질도 마법처럼 갑자기 생겨난다고 오해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엄마로 태어나지 않으며, 처음부터 엄마였던 것도 아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짧은 기간 내에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고, 아이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야 하며,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가장 괴로운 것은 이 모든 것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밤에 잠을 잘 자야 낮 활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러나 매우 많은 여성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잠을 등한시한다. 

이 책은 엄마에게도 잠을 잘 잘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스탠퍼드대 수면클리닉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후 오로지 수면 연구에 매진해온 국내 1호 수면심리학자 성신여대 서수연 교수가 쓴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면을 주제로 한 책이 많지도 않았던 데다 대부분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경험적 방법론에 의존해왔다면, 이 책에는 수면의학과 뇌 과학,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수면심리학자가 엄선한 안전하고 입증된 ‘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수면연구자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느낀 고충과 경험을 풀어놓으며 지금까지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엄마의 잠, 여성의 잠’에 관해 친절하고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저자는 주로 성인의 수면 문제를 연구하며 커리어에 몰두하다가 뒤늦게 두 아이를 낳았다.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교에서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했고 세상을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했으나,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자만이었는지 깨달았다. 젊은 패기와 체력이 고갈돼가는 끝물에 출산해 좌충우돌하면서도 그나마 수면을 공부하길 잘했다 싶었던 이유는 자신이 아는 수면 지식을 적용해 비교적 편한 육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뉜다. 1부 ‘엄마의 잠’에는 ‘엄마가 잘 자야 아이도 잘 잔다’는 지당하지만 놓치기 쉬운 명제를 기초로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잠을 잘 자야하는 이유, 잠을 잘 자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 아이가 생긴 뒤 변하게 되는 밤잠과 낮잠, 불면증의 원리, 잠이 안 올 때 할 수 있는 것들 등 엄마의 수면에 관한 모든 것을 소상히 담았다. 

특히 ‘잠을 잘 자려면 침대에 누워 있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마다 필요한 잠의 양, 꿀잠 수치가 다르므로 책에 실린 계산법을 활용해 본인의 꿀잠 수치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잠을 잘 방법을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긴장감이 심해서 잠을 잘 수 없을 때나 생각이 많아서 잠을 잘 수 없을 때 ‘침대를 잠만 자는 공간’으로 재인식하게 만드는 과학적인 원리도 소개한다.

책의 절반을 할애해 2부에서는 아이의 잠에 관한 근거 있는 해법을 다루는데, 이는 ‘아이의 잠 문제’가 ‘엄마의 컨디션’에 직결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2부 ‘아이의 잠’에서 저자는 ‘부모는 아이의 애착인형이 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인터넷에 떠다니는 잘못 알려진 수면 교육법을 바로잡고 아이의 수면 성격 파악하는 법, 백일의 기적을 좀 더 일찍 맛볼 수 있는 노하우, 아이의 밤잠과 낮잠을 잘 재우는 전략 등을 다룬다. 뿐만 아니라 너무 늦게 자는 아이, 악몽 꾸는 아이, 밤에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 대처 방안도 담았다.

엄마의 잠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는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잠을 자는 코슬리핑 문화가 남아 있다. 이 시간에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류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며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아이의 독립적인 수면,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수면 교육에 있어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보인 ‘신생아 때부터 수면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에 관해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수면 교육은 아이가 ‘자기 진정 능력’을 갖추는 6개월 이후부터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 교육을 시도할 때마다 빠지게 되는 함정 ‘수면 교육이 아이 정서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미신적 명제를 연구 결과를 들어 꼼꼼히 격파한다. 

저자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불안을 저 멀리 달아나게 하고 마침내 안심시켜준다. 우리의 낮과 밤이 연결돼 있다는 간명한 원리를 떠올려본다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수면학회 정기영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저자는 아이가 잘 자려면 우선 엄마부터 잠을 잘 자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매우 일리 있고 현명한 생각”이라며 “비행기에서 비상시에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또 “밤마다 아이를 재우느라 고생하는 엄마 그리고 예비 엄마의 밤이 행복해지는 데 꼭 필요한 책”이라며 아이의 잠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일독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