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7일 김진현 서울대 교수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통계적 오류가 많아 대중들로 하여금 잘못된 인식을 유발하다는 것이다. 또한 의협은 김 교수를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 위촉에서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앞서 김진현 교수는 6일 토론회에서 "지난 10년간 수가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3.6배였다"고 발언했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먼저 소비자물가와 수가 인상은 직접 비교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는 일반 소비재(식료품, 전기료 등)의 평균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로, 의료서비스는 포함되더라도 매우 낮은 비중으로 반영된다"며 "그러나 수가는 인건비, 고가 장비 유지비, 의료소모품, 행정비용 등 전문인력 기반의 서비스 비용이다. 특히 의료 인건비 비중이 높아 일반 물가보다 인상 압력이 큰 특성이 있어 소비자물가와 수가인상률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통계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은 "또한 김진현 교수는 지난 10년간 총 진료비를 가격(P)과 진료량(Q)으로 분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을 위해 사용한 재정과 같이 진료량에 해당하는 영역을 가격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심각한 오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진현 교수는 한국의 건강보험 수가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서 시작한 것을 교묘히 숨기고 있다. 수가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다는 주장 또한, 그동안 의사들의 행위 원가를 제대로 보상하지 못했던 저수가의 기저효과를 무시한 것"이라며 "수가인상률은 절대치가 아닌 상대치이므로, 낮은 기저 수치에서는 작은 인상도 높은 증가율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최근 발행된 2024년 OECD 보고서를 확인해보더라도 의료인의 노동강도 대비 OECD 최하위권 수가 수준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가는 단순히 물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의료행위의 난이도, 소요 시간,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의 수가 인상은 ‘정상화’ 과정이지 ‘과도한 인상’ 이 아니고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원가 이하의 수가임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진료비 증가의 주 원인은 진료량 증가에 의한 것이지 김진현 교수의 얘기처럼 수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의협은 "김진현 교수는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검사기술 발달 등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진료량 증가가 의료비 증가의 핵심 원인임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현재의 의료비로 지금과 같은 보장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기적적인 것으로 해석해야 함에도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의 핵심의료분야의 붕괴는 저수가가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이제 모두 인정하고 있다. 수가 인상은 필수의료 붕괴를 지연시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핵심의료 분야이지만 기피되고 있는 임상과의 수가 인상 없이는 의료공백이 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법으로 제시된 대만의 총액계약제와 관련해서도 의협은 "총액관리제를 도입하게 되면 사전에 총 진료비가 정해지게 되고 의료기관은 수익성을 위해 불필요한 검사나 시술을 줄일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까지 줄이거나 저렴한 재료를 사용하게 돼 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또한 총액이 소진되면 의료기관은 진료를 거부하거나 진료량을 제한하게 돼 국민의 의료접근성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왜곡된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정책의 방향성을 주장하며 비뚤어진 시각을 지닌 학자가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김진현 교수의 위원 위촉을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