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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NH 신약 엠파벨리, 수혈 의존성 탈피하고 병원 방문 크게 줄여 환자 만족도↑

    [인터뷰] 이대목동병원 문영철 교수 "실제 처방 결과 용혈로 인한 빈혈 사라지고 복약 순응도 좋아"

    기사입력시간 2024-10-28 07:04
    최종업데이트 2024-10-28 07:04

    사진: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센터장 문영철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발작야간혈색소뇨증(PNH)은 조절되지 않는 보체 활성화를 특징으로 하는 희귀 질환이다. 진행 중인 용혈과 함께 심각한 이환율과 합병증을 초래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진단 연령의 중앙값은 30세이고 환자의 약 10%는 21세 미만이지만, C5 억제제가 사용되기 전 환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10년에 불과했다.

    보체 단백질 C5에 결합해 말단 보체 복합체 생성을 방지하는 에쿨리주맙과 라불리주맙이 등장하면서 PNH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개선됐다. C5 억제제는 장기적으로 생존율을 20% 높였지만, 적혈구 세포의 C3 단편 침착으로 인한 혈관 외 용혈, 지속적인 수혈 필요성과 피로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남아있었다.

    최근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됐다. 엠파벨리(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는 C3 단백질 표적 치료제로, 혈관 내 용혈과 혈관 외 용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약제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엠파벨리 처방 경험이 있는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센터장 문영철 교수를 만나 PNH 환자의 미충족 수요는 무엇이고, 엠파벨리 투여 환자에서의 효과와 안전성, 복약순응도는 어떠한지 알아봤다.

    C5 억제제, PNH 생존 개선했지만 수혈이나 빈혈 겪는 환자 여전히 존재

    Q. 국내에서 PNH 진단과 치료는 얼마나 이뤄지고 있나?

    국내 PNH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500명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 중 C5 억제제로 치료 받고 있는 환자 수는 120~130명, 임상시험까지 포함해 치료 중인 환자 수는 160~170명 정도다. 진단이 됐으나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340명 정도 있다.

    Q. PNH 환자가 보체억제제로 치료받기 위한 급여기준이 까다로운 편인지?

    보체의 공격에 견딜 수 있는 단백질이 없으면 용혈이 나타난다. 빈혈 수치와 젖산탈수소효소(LDH)를 보면 용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치료제는 용혈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으나, 약이 고가이다 보니 국내는 재정의 한계로 부작용이 있는 중증 환자로 급여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PNH는 증상이 없고 우연히 진단된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고 치료가 필요하지만 급여 조건의 까다로움으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도 있다. 이 때 수혈이나 스테로이드 같은 지지 치료를 하게 된다. 반은 치료로 넘어가야 하는데 현재 급여권은 심각한 합병증이 있을 정도의 상태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치료받는 환자 수가 많지 않다.

    Q. 기존 PNH 치료제(C5 억제제)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 가운데 미충족 수요를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임상적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C5 보체 억제제는 실제로 생존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약이지만 치료 중에도 수혈이나 빈혈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있었다. 상당히 진보한 치료제이지만 50~60%에서 빈혈이 지속되고 20~30%는 여전히 수혈에 의존적이라 간간히 수혈을 받아야 했다. 면역과 관련된 보체를 억제하는 약이니 여전히 감염의 위험이 있다. 뇌수막염 같은 것이 예다. 장기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만큼 우려점이 있다.

    Q. C5 억제제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에서 불충분한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첫번째로 에쿨리주맙은 2주에 1번 정맥주사를 맞아야 한다. 약효가 처음에는 올라오지만 어느 순간 떨어진다. 어떤 환자는 동일 조건에 동일 용량을 맞더라도 약이 빠르게 대사되고 어떤 환자는 오래 유지된다. 환자에 따라 보체 억제가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것을 개선한 것이 라불리주맙이다. 역시 8주마다 1번 정맥주사 하는 데 끝에 가서 약효가 떨어지거나, 대사가 일찍 일어나면서 끝자락에 돌발 용혈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 것이 C5 보체 억제제의 문제였다.

    또 하나는 평생 맞아야 하는 약이고 C5 보체는 면역 체계 내에서 가장 말단에 있다 보니, 그 위에 있는 보체 시스템들이 막혀 있어서 또 다른 면역 반응으로 용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혈관 외 용혈이라고 부르는 면역용혈빈혈(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이 이런 시스템으로 생기게 된다. 이 약이 갖고 있는 특성이나 한계 때문에 생긴다.

    엠파벨리, 기존보다 상단에 작용해 광범위하게 용혈 막아…임상서 1·2차 치료 모두 효과

    Q. 엠파벨리가 C5 억제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먼저 병원에 자주 안 와도 된다. 이전의 치료제는 병원에 와야 하는 정맥주사여서 1년에 최소 7번, 에쿨리주맙은 1년에 26번 정도 와야 한다. 엠파벨리는 자가 피하주사로 스스로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안정된 상태이면 1년에 3번이나 4번 정도 병원에 와도 된다. 편의성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큰 이점이 있다.

    또한 다른 방식(기전)으로 보체를 억제한다는 이점이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상단(C3)에서 작용해 작은 역할로도 광범위하게 용혈을 막을 수 있고, 혈관 외 용혈도 애초부터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빈혈이나 수혈에 의존적인 어려움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치료제와 차별점이 있다.

    Q. 엠파벨리는 C5 억제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서 전환해 사용한 임상 결과(PEGASUS)외에 초치료 환자에게 사용한 임상 결과(PRINCE)도 가지고 있고, 미국과 유럽, 한국에서 1차 치료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어떤 환자에게 C5억제제와 엠파벨리를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는가?

    엠파벨리는 1차로 사용한 PRINCE 연구와 2차로 사용한 PEGASUS 연구 모두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를 놓고보면 직접 비교는 아니지만, 빈혈 개선이나 수혈 의존도 개선에 있어 기존 치료제(말단 보체 억제제)에 비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즉, 효과적인 측면에서 1차부터 쓰는 것이 유리할 수 있고, 기존 환자 중에 약을 썼지만 결과가 불만족스러운 환자들이 엠파벨리로 바꾸면 치료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 입장에서 1차부터 쓸지, 2차로 쓸지는 둘 다 연구 데이터가 있으니 고민 되는 부분이다. 환자의 편의성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서 체류하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Q. 다양한 PNH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치료 패턴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향후 궁극적인 PNH의 치료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극적인 목적은 생존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엠파벨리는 연구에서 생존기간을 보지 않았지만 기존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두번째로 고려돼 하는 점은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증상 개선이 된다거나, 자주 병원에 오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등 삶의 질 개선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둘 다 놓칠 수 없는 목표다.

    전용 디바이스로 평범한 사람도 충분히 사용 가능…일상을 이어갈 수 있어 환자도 만족

    Q. 실제로 엠파벨리를 사용해봤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엠파벨리 투여 전 환자의 상태는 어땠고, 투여 후 임상적 예후는 어떠한지 알려달라.

    투여 후 완전히 달라졌다. 5개월 정도 엠파벨리 치료를 받았는데 환자 얼굴을 잊어버릴 정도로 가끔 오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용혈이 계속되면 두 가지 큰 증상(후유증)인 골수부전과 혈전증이 나타난다. 혈관에 영향을 줘 혈전을 일으키고 뇌졸중, 협심증 등 여러 혈관질환을 일으킨다. 혈관질환의 일부로 신부전도 나타난다. 이 두가지 후유증으로 결국 사망하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식을 하게 된다.

    이 환자는 신부전이 발생하고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해 에쿨리주맙을 사용했다. 빈혈이 상당히 개선되고 뇌졸중도 혈전증 약을 안 써도 될 정도로 회복되고, 콩팥 기능도 신장 관련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됐을 정도로 좋아졌다. 10년 정도를 투석 받지 않고 잘 지냈다. 환자 입장에서 수혈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 뇌질환 관련 치료제도 상당수 줄였다는 건 굉장한 것이다.

    그렇게 10년 정도 치료하다 보니 혈관 외 용혈이 발생했다. 빈혈도 다시 생기고 2주마다 에쿨리누맙을 맞으러 병원에 오는 것에 대한 불편감이 컸다. 수혈을 다시 시작함과 동시에 신장 관련 수치도 나빠 라불리주맙으로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환자를 엠파벨리로 치료를 했는데, 용혈 때문에 발생하던 빈혈이 없어졌다. 수혈 의존성에서 탈피를 하게 됐고 증상도 좋아졌다. 병원에 자주 오지 않아도 되니 환자도 일상의 삶을 이어갈 수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 

    Q. 엠파벨리는 주2회 자가투여 하는 치료제인데 환자의 복약 순응도는 괜찮았나?

    처음에는 우려가 있었다. 양이 좀 많았고, 피하에 많은 양을 스스로 주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하는 우려였다. 환자는 병원에만 자주 오지 않게 해달라 했다. 한독에서 디바이스를 수입했는데, 이 도움을 받아 주사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평범한 사람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주사 부위 관리만 잘 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PNH 치료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나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희귀질환은 시장 규모가 작고 기술이 필요하니 치료제가 비쌀 수밖에 없다. 치료제 비용이 높으니 재정 부담으로 인해 급여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상태가 너무 심해지기 전에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한다. 급여 조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별도 재정을 마련해 희귀질환 치료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점점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치료 목표를 100%를 추구한다고 볼 때 현재 기존 치료제는 75~80% 정도로 볼 수 있다. 치료 효과를 더 높이려면 다른 약을 더해 쓸 수 있거나, 더 좋은 치료제가 새로 나왔을 때 사용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제도가 매우 경직돼 있어 새로운 치료제를 쓰는데 한계가 있다. 더 좋은 치료제가 나올 때 기회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치료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감염을 예방하는 능력은 유지하되 용혈만 차단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