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쟁입찰 2순위였던 신성약품과 계약한 것은 물론 적정온도에 대한 관리도 시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나치게 낮은 납품 가격을 책정한 것도 업체들의 부실 유통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은 22일 질병관리청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올해 독감백신은 총 2950만도즈이며, 이중 국가가 조달을 통해 계약하는 무료백신은 1200만도즈다. 나머지는 의료기관과 제조사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유료백신이다.
앞서 지난 21일 질병관리청은 22일부터 시행 예정인 13~18세 무료백신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정부와 조달계약한 업체인 신성약품이 해당 접종 물량인 500만도즈 중 일부를 상온 노출시켜 운송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성약품이 백신을 상온 노출시킨 것은 물론 유통과정에서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박스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현행 약사법상 유통업체(도매상)가 백신을 공급할 때 반드시 적정 온도를 준수해야 하며,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에 따르면 백신 수송시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스박스나 냉장차로 수송해야 한다.
현재 해당 물량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질검사를 시행 중이며, 2주간의 검사 후 재공급 또는 폐기를 결정짓게 된다.
강 의원이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5차까지 독감 백신 구매 입찰공고를 한 후 지난 8월 31일 개찰했다.
투찰금액상 신성약품은 2순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입찰에는 총 11개 업체가 참여했고 1순위 업체와 예정가격을 초과한 2개 업체를 제외한 8개 업체의 투찰금액은 모두 동일해 같은 2순위였다.
하지만 신성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5개 이상 백신제조업체의 공급확약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아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의 적정온도 수송에 대한 관리 체계도 부실했다. 강 의원은 "질병관리청이 적정온도로 수송해야 한다는 안내사항만 공고문에 넣어놓고 ‘업체가 알아서 지켜라’는 것은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라며 "최종 책임은 백신 유통을 제대로 관리 점검하지 않은 질병관리청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유료 백신의 병원 납품가가 1만 4000원 정도 되는데 질병관리청이 무료 백신 단가를 8620원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건실하고 검증된 업체들이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서 "국민 생명을 담보하는 치료제나 백신은 적정한 가격을 맞춰 안전하게 유통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현재 유료 백신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질병관리청이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확히 안내하고 설명하는 동시에 상온에 노출된 500만 도즈 물량이 폐기될 경우의 백신 확보 방안과 재발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