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4년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상급종합병원에서 주요 수술과 시술이 즉각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종합병원급에선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김석일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해 2019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의 월별 시술 건수를 분석한 연구(Impact of Mass Resignation of Junior Doctors in Korea on Major Interventions: Interrupted Time Series Analysis)를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공개했다.
연구결과, 16개 주요 질병·의료행위 항목(DPNI) 가운데 13개에서 사직 직후 즉각적인 감소가 관찰됐다. 감소폭은 사직 전 월평균 대비 18.7%에서 최대 62.9%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뇌동맥류 수술은 상급종합병원에서 62.9% 감소해, 전공의 집단 사직의 충격이 가장 크게 반영된 항목이었다.
이어 전립선비대증 수술(-45%), 췌장암 수술(-44.2%) 요로결석 수술(-44.1%), 자궁근종 수술(-39.9%), 자궁내막암 수술(-36.9%), 난소암 수술(-35.9%), 폐암 수술(-35.4%) 순이었다.
반면 뇌혈전 제거술이나 만성신부전 혈액투석, 간암 수술 등은 수치상 변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혈액투석은 의사 관여가 상대적으로 적고, 만성신부전 환자는 정기적 관리와 이미 정해진 치료계획을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한국의 신장투석은 간호 인력 중심으로 운영돼 의사 의존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이어 "뇌혈관 혈전제거술은 시간 민감성이 매우 높은 응급 중재로, 인력 부족 상황에서도 의도적으로 지연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즉각적인 변화가 없었을 수 있다. 다만 이후 혈전제거술 건수 감소는 관찰됐는데, 2024년 뇌졸중 전문의들의 상당수가 사직한 점을 고려하면 과중한 업무로 인한 점진적 이탈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간암 수술에 대해서도 연구팀은 " 시각적으로 다른 DPNI와 유사하게 감소했지만 통계적으로는 즉각적 효과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간암 수술 DPNI에 포함된 시술이 이질적이기 때문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고주파열치료나 색전술은 전공의 없이도 고참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독립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간이식 건수는 크게 줄었지만, 간이식은 전체 간암 수술 중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전체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술 감소 수치는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에서 맡아온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상급종합병원은 고난도 수술과 중증 환자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만큼, 전공의 이탈은 곧장 진료 일정 축소와 수술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종합병원급에서는 즉각적인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보다 전공의 의존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인력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의료 인력 감소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훨씬 더 컸다는 점이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구체적으로 2023년 4분기와 2024년 4분기 사이 상급종합병원의 의사 수는 34.8% 줄었지만, 종합병원은 11.7% 감소에 그쳤다. 전공의 비중도 상급종합병원은 38.6%에서 4.0%로, 종합병원은 17.6%에서 2.8%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상급종합병원 위주 의료 인력 감소가 특히 복잡한 시술이 집중된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 흐름을 방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