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 이후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의료대란으로 지방국립대학병원들이 휘청이고 있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병상가동률이 급감하면서 병동 통폐합과 병원노동자들의 무급휴가로 버텨온 지방국립대병원들은 진료수익 적자 위기 속에 지방의료 붕괴를 눈 앞에서 목도하고 있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1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서울대병원 암병원 지하 1층 서성환홀에서 개최한 '의료대란 1년, 병원 현장 어떻게 변했나 병원노동자 설문조사 결과공개 및 현장증언 기자간담회'에서 지방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지역의료 붕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날 제주대병원 신동훈 분회장은 "의료대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료 차질, 수술 지연, 의료진의 부담 증가, 비상 진료체계 운영, 병원 경영 악화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병원의 적자는 지난 2024년 350억,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제주대병원은 병상가동률 급감으로 통폐합된 병동의 간호사들만 무급휴가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의료진 공백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전체 직원에게 적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주대병원의 현실은 지역의료 붕괴 우려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신 분회장은 "지난 1월 제주에 거주하는 임신 29주 된 임신부가 조산 위험으로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으나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으로 긴급 분만에 대비하기 위해 순천에 있는 한 병원으로 헬기를 이용해 긴급 전원을 했다"며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응급실에 온 환자 중 손가락, 발가락 등이 절단됐을 때 봉합하는 수족지 접합 시술과 안과 응급 수술 등 중증응급환자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충북대병원 이가현 교육선전부장도 "전공의와 인턴이 병원을 빠져나간 24년도 2월부터 5명의 응급실 의사가 맞교대로 당직을 서며 9개월간 버텨왔다. 이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10월 2일부터 매주 수요일 야간에는 성인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렇게 넉 달 동안 응급실이 주 1회 셧다운됐고, 궁여지책으로 파트 타임 전문의 4명을 고용해 올해 2월부터 공백 없이 진료 할 수 있게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선전부장은 "지금도 의사 단 둘이서, 원래라면 30병상으로 운영했어야 하는 응급실을 22병상으로 축소해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충북지역 응급환자 79%가 타 지역으로 이송됐고, 24년 2월부터 7월 사이에만 평균적인 사망자 수를 넘어서는 사망인 초과사망이 3136명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상진료체계가 잘 작동하고 병원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병동도 응급실도 부분 폐쇄해가며 아슬아슬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육선전부장은 "의료공백 속 환자들은 민간병원으로 떠나버렸고, 충북에 단 하나뿐인 상급종합병원의 병상가동률은 1년째 50%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지방의 공공병원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이 의료재난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 그러지 않는다면, 지역 공공의료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