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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 간경변 산정특례 적용·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포함…간학회 숙원사업 추진

    간학회 신현필 위원 "실제 지원이 필요한 환자 범위·기준 마련해 정부에 제안 예정"

    기사입력시간 2022-10-21 07:26
    최종업데이트 2022-10-21 07:26

    사진 = 대한간학회 신현필 의료정책위원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간암 못지않게 큰 사회경제적 부담과 고통이 수반되며 사망 위험도가 더 높은 중증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산정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간학회 신현필 의료정책위원(경희의대 교수)은 지난 20일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가 '침묵의 장기 간(肝)편하게 지키기'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제23회 간의날 기념식 및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국민들에게 간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제공하고자 매년 10월 20일을 '간의 날'로 지정했으며, 올해로 23회를 맞이했다.

    이날 신 교수는 중증질환 산정특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대상성 간경변증(말기 간경화)에 대해 보장성 강화와 간질환의 특성을 반영한 의료급여 체계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들이 높은 의료비 부담과 높은 사망 위험

    신 교수는 "지난해 간학회가 출간한 간질환 백서에 따르면 암 환자보다 간경변증 환자의 사망 위험도가 더 높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간경변증의 급여 비용이 지난 2019년 기준 1880억원이 넘었으며, 환자들의 연령도 높아져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완치가 되지 않고 치료 중단시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며 사회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질환을 산정특례로 적용해 지원하는데, 해당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중증 비대상성 간경변증은 정작 산정특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비대상성(decompensated)은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이 생긴 간경변증 환자를 뜻한다. 

    신 교수는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해 대부분 중증 간경변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고난이도 치료가 필요하지만, 간경변증 환자는 암환자나 신장 투석 환자와 달리 산정특례의 적용을 받지 못해 높은 의료비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정특례 미적용은 간경변증의 정도가 다양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표 = 한국인 간질환 백서 2021에 발간한 논문 일부 발췌(신현필 교수 발표 자료)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산정특례운영부가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1인당 연간 본인부담금을 계산했을 때 60만원대로 부담이 적어 적용 불가 판단을 내렸다. 반면 한국인 간질환 백서 2021에 발간한 논문에서는 연간 600만원 이상의 진료비 부담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논문에 따르면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1인당 평균 의료비가 연간 217만원,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가 647만원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건보공단의 연구에서 K7464 코드가 주상병 또는 부상병에 있는 경우 67만원, K7414, K7424, K7434, K7444, K7454, K7464 코드가 주상병 또는 부상병에 있는 경우 63만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심평원에서 만든 상병코드는 비용이 아닌 의료자원이 많이 드는 것을 주상병으로 놓기 때문에 중증 비대상성 간경병증 환자를 별도로 걸러내지 못해 도출된 결과로 보인다"면서 "연구논문의 경우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환자가 해당 금액이 소요된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공단의 분석 결과와 연구논문 결과 모두 중증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를 대변할 수 없는 자료라는 것. 그럼에도 신 교수는 "연구 논문 결과가 모든 환자를 대변한 자료는 아니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볼 때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들이 높은 의료비 부담과 높은 사망 위험을 안고 거의 평생을 치료받고 있어 산정특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간학회·재단차원에서 산정특례 적용이 필요한 별도의 환자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정부와의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교수는 "현재 산정특례 외에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등이 있으나, 소득 분위별로 받는 지원금액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소득분위가 높아도 실제 경제상황을 모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산정특례를 통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도 재분석 용의가 있다고 밝힌만큼, 재분석을 통한 정확한 대상 환자 기준을 설정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C형간염 포함, 이번엔 가능할까?
     
    대한간학회 장재영 의료정책이사

    한편 7~8년간 학회 측이 국회, 정부 등에 촉구했던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포함'도 올해 안에 적용 여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한간학회 장재영 의료정책이사(순천향의대 교수)는 이날 한국간재단-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의 C형 간염 극복을 위한 연구사업을 소개했다.

    대한간학회 바이러스 간염 전문가들은 간염 퇴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질병관리청과 간염 퇴치에 대한 근거를 확립하는 5개의 연구를 진행했다. 그간 진행한 연구는 ▲바이러스 간염(B형·C형) 퇴치 전략 개발, ▲바이러스 간염(B형·C형) 국가 표준 진료지침 개발, ▲디지털 프로그램을 활용한 B형·C형 간염 환자의 치료순응도 개선 효과 분석 연구,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진단 당시 진행단계(섬유화)별 분포 조사 및 질병부담 모형 개발,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 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 등이다. 

    이중 장 교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C형 간염 검진의 타당성 분석'을 맡고 있다. 해당 연구는 C형 간염 선별검사의 비용효과, 재정영향평가, 사후관리방안 등을 분석하고, 적정 검진주기와 대상 연령을 제시해 국가건강검진 항목으로 도입하기 위한 정책결정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 교수는 "수년간 학회가 정부·국회 등에 C형간염을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도입을 촉구하고자 C형간염 검진의 경제성과 재정절감 효과, 최적의 대상연령, 사후관리방안 등을 분석·도출하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마무리 단계지만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발표할 수 없으나, 조기 발견시 질병부담 감소와 국가 의료비 절감 등 긍정적인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황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원장도 "질병청의 요청으로 NECA에서 C형간염 생애 전환기 전수조사를 시행했고, 검진 포함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검토했다. 국가검진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도출됐다"고 부연했다.

    장 교수는 "이번 연구사업을 통해 C형 간염 국가검진도입과 같은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위한 국가 계획이 마련되고, 이를 통해 국민 간 건강 증진과 의료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지길 바란다"면서 "충분한 근거를 토대로 정책 입안을 요청한다면 내년에는 포함 여부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의대 유수종 교수는 점차 유병률이 증가하는 비알코올성 간질환의 또다른 원인인 '마른 비만'에 대한 예방과 관리에 대해 소개했다. 

    유 교수는 "마른 비만은 체질량 지수는 정상이지만 체지방률이 높고 내장지방이 많이 쌓인 상태로, 내장지방은 장기와 가까이 위치한 데다 피하지방보다 분해 또한 어려워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더욱 해롭다"면서 "마른 비만의 특징상 스스로 비만인지 인식하지 못해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마른 비만 환자의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동반되면,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같은 대사증후군과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당뇨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스로 비만하다고 느끼지 않더라도, 주기적인 검진과 복부 체형을 모니터링하면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간재단 서동진 이사장, 대한간학회 서경석 회장, 배시현 이사장 등을 비롯해 국민의힘 부산 금정구 백종헌 국회의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광협 원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 등 정부, 학계 등 여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민의 간 건강 증진과 간질환 퇴치를 위해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수여되는 한국간재단·대한간학회 공로상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행사가 함께 열렸으며, 공로상은 국민의힘 백종헌 국회의원이, 장관 표창은 간질환과 간이식에 대한 연구와 진료에 힘쓰고 후학을 양성한 서울의대 이건욱 명예교수와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위한 연구사업과 역학 조사에 참여한 질병관리청 감염병관리과 이미남 책임공무직이 수상했다.

    백 의원은 간질환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민 간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한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정책마련과 의정활동을 펼친 공로로 수상했다. 백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간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위해 포괄적인 국가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