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라갈(아갈시다제 알파)은 투여 시간이 짧아 편리하고, 내약성도 더 좋다."(영국 로얄프리 병원 아튤 메타 박사)
아갈시다제 베타(제품명 : 파브라자임)가 유일했던 파브리병 치료에 새로운 옵션이 등장했다.
SK케미칼이 희귀질환 치료 전문 제약사 샤이어와 손잡고 지난 1일 출시한 '레프라갈'이다.
파브리병은 국내 환자 150여명에 불과한 희귀질환이지만 치료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레프라갈'은 베타에 비해 투여 시간이 짧고 인간 세포주를 활용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레프라갈'의 국내 출시를 기념해 내한한 아튤 메타(Atul Mehta) 박사(영국 로얄 프리 병원) 역시 이 점을 강조했다.
메타 박사는 "환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 레프라갈 등장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며 "기존 치료제의 공급부족 사태가 있었는데 약이 한 종류일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환자를 위해서도 다양한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타 박사는 소속 병원의 리소좀 축적질환 센터에서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리소좀 축적 질환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전문가다.
"장기 손상 전 조기 진단이 관건"
파브리병은 알파 갈락토시다아제(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 변이로 'Gb3'라는 기질을 분해하지 못해 발병하는 리소좀 축적질환(LSD)이다.
유병률은 4만명 당 1명꼴로, 이는 국가마다 유사하다.
이 같은 점으로 미루어 한국도 700여명의 잠재 환자가 진단받지 못한 채 숨어있을 것이라고 메타 박사는 우려했다.
문제는 파브리병이 다른 리소좀 축적질환처럼 명확한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 부분 진단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
메타 박사는 "초기 성인기에 들어서야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땐 이미 장기들이 손상된 후"라며 "콩팥, 심장에 이상이 생기거나 심지어는 뇌졸중이 발병한 경우도 있고 신경손상으로 복통이 유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브리병이야 말로 장기가 손상되기 전 조기 진단을 받아 앞당겨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프라갈, 장기 손상 발생 시점 지연
'레프라갈(아갈시다제 알파)'은 파브리병의 핵심 치료인 효소대체요법(ERT)의 일종이다.
메타 박사의 소속 병원 및 유관 센터에서 700여명의 파브리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Fabry Outcome Survey 5 Year data)한 결과, 알파 치료군(5년 이상 투약)이 그렇지 않은 군보다 첫 장기 손상이 발생하는 연령이 늦었고, 진단부터 장기 손상 발생까지의 시간도 더 길었다.
또 알파 치료군의 평균 수명은 77세로 그렇지 않은 군의 기대수명(60세)보다 17세 많았다.
메타 박사는 "알파의 증상 지연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알파 치료로 신부전 사망 환자는 줄었지만, 심부전 사망 사례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 박사는 "ERT를 활용하더라도 심장 기능에는 이상이 생겨 사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타와 효과는 비슷하지만 더 편리"
그는 알파가 베타와 효과는 유사하지만 투약 편의성과 내약성 면에서 이점이 크다고 치켜세웠다.
메타 박사는 "알파의 경우 약 40분간 투여하는 반면, 베타는 2시간 반이 걸린다"면서 "두 개의 효과가 같다고 볼 때 저용량을 투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10년이란 긴 시간을 투약해야 하는 환자로선 편의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약 시간의 차이는 두 약제의 투약 용량의 차이 때문이다. 베타는 2주 간격으로 kg당 1.0mg을 투약하지만 알파는 0.2mg을 투약한다.
두 약제는 생산방식도 다른데, 인간 세포에서 만드는 알파가 더 안전하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메타 박사는 "베타는 인간 세포주가 아니라 햄스터 세포에서 만들어져 항체가 반응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GL-3 제거, 임상 효과를 높인다는 증거 없다"
한편, 그는 GL-3(당지질 세라마이드 트라이헥소사이드) 제거율이 임상 효과를 높인다는 일부 의료진의 소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메타 박사는 "GL-3 제거율이 임상 효과와 연결된다는 증거는 없다"면서 "GL-3 제거가 조직의 기능 및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도 아직 없다. 그래서 치료 유효성을 보는 표시로서 GL-3 제거율을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임상 데이터"라며 "예를 들어 콩팥기능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콩팥 기능을 측정하면 되고 심장기능을 개선하려 한다면 실제 심장 크기 등을 상관변수로 두면 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