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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만실은 국가 안전 인프라…政, 분만 의료진 인건비 직접 지원해야"

    산부인과학회 "분만실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보상 필요"…진료수가 현실화∙부인암 및 검진체계 개선도 제안

    기사입력시간 2026-03-11 07:20
    최종업데이트 2026-03-11 07:20

    대한산부인과학회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부인과 필수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종합 정책을 제안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저출산과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산부인과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분만 의료기관의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0여 년 전인 2003년 49만 명에 달했던 출생아 수는 2025년 22만 명으로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분만 의료기관은 1371개소에서 약 400개소로 줄어 70%가 사라졌다.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분만기관이 아예 없는 곳도 77곳(30.8%)에 달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부인과 필수의료 체계 회복을 위한 종합 정책을 제안했다.

    학회는 우선 이미 붕괴 단계에 접어든 분만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분만 의료진 개인의 급여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분만취약지 간호사·조산사의 인건비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자는 것이다.

    특히 분만기관이 없거나 1곳뿐인 분만취약지 의료기관의 경우 분만실을 국방·소방과 같은 ‘국가 안전 인프라’로 보고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운영비 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상훈 사무총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분만취약지의 마지막 분만 거점을 지켜야 한다”며 “병원이 분만실 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수가 현실화와 DRG(포괄수가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학회는 현재 제왕절개에 적용되는 DRG가 위험도와 응급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분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회는 DRG를 위험도와 응급도 기준에 따라 세분화하고, 고령 산모·다태임신·고혈압·당뇨·이전 제왕절개 이력 등 고위험 요인에 따른 가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모자 전용 응급 이송팀과 실시간 병상 공유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사법 리스크 문제도 지적됐다. 학회는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 한도를 현행 3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확대하고, 진료 지침을 준수한 의료진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면제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의료사고와 소송에 대한 부담”이라며 “분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형사 면책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와 함께 양성수술 DRG 개선도 주문했다. 산부인과 내시경 수술 등 고난도 양성수술에 대해 인증제와 질 연계 가산을 도입해 수술 난이도와 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난소암 종양감축술, 광범위 자궁절제술 등 부인암 수술에 대해서는 기존 행위수가에 정책 가산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이대서울병원 주웅 병원장(산부인과)은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에 HPV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Pap 검사는 민감도가 약 50% 수준에 그치는 한계가 있는 만큼 HPV DNA 검사를 1차 검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HPV DNA 검사는 민감도가 96% 이상으로 Pap 검사보다 높고, 바이러스 감염 단계에서 검출이 가능해 세포 변형 이후에 발견되는 Pap 검사보다 조기 발견에 유리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HPV DNA 검사를 1차 선택 검진 방법으로 권고했으며, EU·호주·미국·일본 등에서도 전면 도입하거나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주 병원장은 “자궁경부암 국가검진에 HPV DNA 검사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기존 Pap 검사와 병행하고, HPV 음성 여성은 검진 간격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검사와 시술을 줄일 수 있다”며 “국제 동향에 맞춰 10년 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50% 이상 줄이고 퇴치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