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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연대본부, "간호사 죽음, 개인적인 문제 아냐…인력부족 문제 해결해야"

    병원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고 복지부는 간호사 인력 배치 수준 상향 주문

    기사입력시간 2018-02-21 15:44
    최종업데이트 2018-02-21 15: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고인(故人)이 된 신규간호사는 ‘이브닝(저녁) 근무를 가면 오후 1시에 가서 다음 날 새벽 5시에 돌아왔다고 한다. 이는 8시간의 초과 노동이지만 간호사들에게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일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인력 부족으로 인한 초과 근무 등이 원인이라고 21일 밝혔다. 해당 간호사는 지난 15일 병원 인근 아파트 화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의료연대본부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간호사의 70.8%가 조기출근을 했고 79.6%가 연장근무를 한다고 밝혔다. 쉬는 날도 회의나 교육을 위해 출근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신규간호사의 초과노동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연대본부는 "응답 간호사의 28%(16.1%~42.4%)는 업무가 덜 익숙한 상태로 조기출근을 한다"라며 “이런 근무 환경으로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자부심이 아니라 자책감을 느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간호사 인력부족 문제를 꼽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중환자실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 호주나 미국 캘리포니아 등은 중환자실 간호사 1인이 환자 2인까지만 담당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중증도가 높은 경우 간호사 2인이 환자 1인을 담당한다.

    의료연대본부는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간호사 1인이 평균 3~4인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라며 “갈수록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아지지만 간호사 배치수준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신규간호사가 여러명의 환자를 다루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문제가 생긴다. 의료연대본부는 “교육기간을 고려해 인력이 추가배치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신규간호사는 자신의 교육을 담당하는 경력간호사인 프리셉터(preceptor)에게 짐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으로의 중압감은 배(倍)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권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신규간호사는 기댈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라며 “결국 많은 신규간호사들이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또는 ‘이러다 큰일을 낼까봐’ 사직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 직무에 대한 부담감, 권위적인 조직문화 등이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의료연대본부는 “고인의 죽음은 개인적인 문제로 몰아가선 안 된다"라며 "해당 병원은 조사자가 아니라 책임자로서 모든 상황을 솔직히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보건복지부에도 “전반적인 간호사 인력 배치수준을 상향해야 한다"라며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신규간호사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인력배치 대책과 중환자실 인력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