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는 2015년 건강보험 보장률 63.4%에서 2022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리는 정책을 말한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비급여로 보고 2022년까지 3800개(의과는 3600개)의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를 급여화 또는 예비급여화(본인부담률 50~80%)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0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며 항목은 조정될 여지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4월 펴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방안 검토’ 연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의료계가 바라보는 문재인 케어 문제점을 10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결정 △급여화하는 비급여 항목의 타당성 부족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일차의료 붕괴 우려 △비급여 차단으로 신의료기술 도입 제한 △예비급여, 급여기준 바꾸면 의료기관 손실 초래 △저수가 수치를 적용한 신포괄수가제 지불구조 △건강보험 재정 부족 문제 △5년 안에 3800개 급여화 추진 불가능 △경향심사, 전문의료기관에 심사 오류 가능성 △건강보험 패러다임 전환은 장기적 관점 필요 등이다.
한편, 의협회장 최대집 당선인과 의료계 대표자 400여명은 29일 오후 1시 '왜곡된 보장성 강화정책 문케어 바로잡기 전국의사 대표자 대토론회를 연다.
①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결정
의료계의 우려는 정부의 발표가 일방적이었다는 데 있다.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인 주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계 의견수렴이나 논의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정협상은 3월 29일까지 10차례 이뤄졌지만 서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결렬됐다.
연구소는 2000년 건강보험의 통합 이후 건강보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의결기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집권 정부의 성격과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했다.
연구소는 “정부는 그동안 정책 결정과정에서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일관했다"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정책을 추진했다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정부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특히 전문 분야인 보건의료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논의구조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②급여화하는 비급여 항목의 타당성 부족
비급여의 급여화 항목에 타당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 들어가 있다는 문제도 나타났다.
연구소는 “급여화를 하려면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라며 “현행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안전성·유효성·경제성의 부합 정도,이용 빈도, 비용 부담, 대체 기술과의 비교 효과, 사회적 요구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문재인 케어 환상' 연구보고서에서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경피온열검사, 한방향기요법, 금침, 기공요법, 약침술 등 20가지의 한방요법이 포함됐다는 지적도 했다.
연구소는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은 2015년 진료비 실태조사를 기준으로 하지만 정확히 파악한 것은 아니다”라며 “비급여 현황과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로 급여화를 한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③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일차의료 붕괴 우려
국민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급여화를 하는 과정에서 대형병원 환자 쏠림과 일차의료의 붕괴도 우려된다.
우선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택사항이던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을 건강보험 항목에 적용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연구소는 “이는 이전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것이긴 하지만, 대형병원 이용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부담은 낮추게 된다”라며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기관 기능을 확립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상충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의료소비자들은 약간의 비용 부담 차이만 감수하면 의료기관 선택과 이용에 제약이 없다. 이미 이런 의료이용 패턴이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급여화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부 대책들이 한국적 의료 이용의 특성과 만났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④비급여 차단으로 신의료기술 도입 제한
비급여 차단으로 신의료기술의 도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비급여 항목은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 새로운 의료행위와 치료재료 등이 도입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정부는 비급여를 이른바 ‘나쁜 행위’로 규정하고, 비급여의 발생도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라며 “비급여 의료행위 등은 의학의 발달, 신의료기술 개발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비급여 행위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의료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한국의 급성기 의료(acute care)의 질(quality)이 최고 수준이 된 것은 비급여가 기여한 부분도 있다. 비급여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⑤예비급여, 기준 바꾸면 의료기관 손실 초래
예비급여제도는 본인부담률 50~80%의 급여화를 말한다. 이는 실질적인 급여화가 아니며 급여와 심사기준을 바꾸면 의료기관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급여는 선별급여 제도를 토대로 한다. 선별급여는 2014년 7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기존 비용 대비 치료효과가 낮아 비급여로 결정된 의료기술 가운데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것을 건강보험 급여(본인부담률 30~80%)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선별급여는 40개 정도로 지정됐으나 문재인 케어는 3800개의 비급여의 급여화 또는 예비급여화를 검토한다. 연구소는 “예비급여 항목들의 기술평가보고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작성하고, 각 전문위원회가 수가와 급여기준을 정한다. 다시 급여평가위원회가 예비급여 여부와 본인부담률을 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연구소는 “예비급여는 제대로 된 기술평가 과정을 지킬 수 있을지의 문제와 해당 절차와 과정에 대한 실현가능성 자체를 우려하는 의견이 있다”라며 “말만 급여항목이고 환자가 비용부담을 거의 다한다. 해당 행위들을 건강보험 제도권에 포함시켜 관리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연구소는 “예비급여는 급여 후 재평가 등의 과정에서 급여와 심사기준을 변경해 의료기관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라며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환자들과의 갈등을 의료기관이 감당하도록 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고 밝혔다.
⑥저수가 수치를 적용한 신포괄수가제 지불구조
연구소는 신포괄수가제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한계도 밝혔다. 또 현재는 정책가산을 통해 행위별수가제보다 더 많은 수가를 인정하지만, 가산이 빠진다면 의료기관에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비급여 총량 관리 강화’를 위해 신포괄수가제를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년 80개에서 2022년 최소 200개 이상으로 늘린다. 또 비급여 감축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자율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997년 행위별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도입했다. 당시 형태는 지불방식에 유연성이 낮고, 질병군 확대와 관련한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자 신포괄수가제 모형이 제안됐다.
신포괄수가제는 기존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혼합된 지불제도를 말한다. 재원일수에 따라 진료비에 차이가 있는 일당진료비로 설계해 포괄수가와 행위별수가 요소를 병행했다. 일부 비급여 서비스를 포괄항목으로 포함하고 기관별 조정계수를 적용했다. 수가구조는 포괄수가, 비포괄수가, 가산수가로 구성됐다. (신포괄수가 = 기준(일당)점수 × 점수당 단가 × 조정계수 + 비포괄수가 + 정책가산)
2009년 4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 20개의 질병군을 시작으로 3차에 걸친 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이후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은 2012년 7월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국립중앙의료원 외 41개 병원, 총 559개 질병군에 대해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정부는 현재 신포괄수가 시범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있는 40개 이상의 공공의료기관들에 지속적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포괄수가제의 비용 효과성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신포괄수가제는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질병군별로 묶여서 서비스가 이뤄진다. 환자의 특성과 중증도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라며 “현재의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은 행위별수가를 바탕으로 개발됐으며, 원가 미만의 저수가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신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라며 "의사가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가 아닌 최소의 진료만 수행하도록 유도될 수 있다. 의사의 자율성 제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포괄수가 진료비는 인센티브를 포함할 경우에만 행위별수가 진료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신포괄수가제의 원가보존율은 낮고 수가항목별 원가보존율의 변이가 크기 때문에 지불 과정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⑦건강보험 재정 부족 초래
문재인 케어 예산인 30조6000억원으로 급여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재정 문제도 안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 법에서 규정하는 국고지원금 확대와 2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누적 흑자액을 감안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의 경우 통상적 수준인 평균 3.2%이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정부의 소요재정 검증을 위해 일부 항목을 대상으로 재정 소요액을 추계한 결과, 비급여의 급여화, 신포괄수가제 예산을 빼도 예상 재정 소요액은 '약34조 6347억 원+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고지원금도 제대로 지원되지 않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 따라 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통상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최근 10년간 정부가 지원하지 않은 국고지원 부족분은 총 14조 6706억 원에 달했다.
연구소는 “새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를 감안해 소요 재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보장성 강화 대책의 재원 확보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소요재정 문제는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라며 “소요재정의 세부 항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용이 더 든다면 재정 확보 방안을 함께 논의 해야 한다”고 밝혔다.
⑧5년 안에 3800개 급여화 추진 불가능
2022년까지 5년안에 방대한 양의 비급여의 급여화 자체가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급여화 과정은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각 행위나 질환별 각종 기준, 지표 등을 검토하고 설정한다. 이를 적용한 다음 일정기간동안 경향 심사한 다음 후속 조치를 마련해 질 향상 등을 유도하는 데 있다.
연구소는 “각종 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의사결정을 위한 근거 마련 작업 등에 걸린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3800여개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이 5년 안에 가능한지에 대한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에서 선별급여를 결정하는 절차와 과정, 시간상의 문제로 40여개 정도만 확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⑨경향심사, 전문의료기관 심사 오류 가능성
건강보험 청구 심사체계 개편은 기존에 의료기관이 청구한 건별 심사에서 의료기관별 경향심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특정 행위를 많이 하는 전문 의료기관일수록 잘못된 심사제도를 적용받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의료기관별 경향심사란 각 병원별로 환자 구성을 보정한 서비스 제공량을 근거로 의료기관을 구분한다. 그 다음 산출된 평균 행위량을 기반으로 일정 범위 안에 포함되는 의료기관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모니터링을 통해 일정수준이 벗어나는 경우 전수 전문심사를 한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연구소는 “심사제도는 진료비 심사기준과 심평원의 내부 지침에 따른다. 하지만 해당 기준과 지침이 투명하지 않아 문제되고 있다”라며 “제도 자체를 의료비 관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심사제도와 평가제도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의료의 질 향상을 이끌 수 있도록 심사기준과 내용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의학적 전문성과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⑩건강보험 패러다임 전환, 장기적인 관점 필요
문재인 케어는 이전 정부의 보장성 확대만이 아닌 건강보험 보장 패러다임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이전 정부의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라는 정책 방향을 ‘완전 해소’로 전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소는 “잘못된 정책의 방향은 즉시 바로잡아야 하지만, 건강보험제도와 같이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한 경우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라며 "일관성 있게 제도를 개선해 나가면서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만성질환의 증가, 인구고령화 등 사회적인 변화를 고려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추계 연구를 해야 하며, 건강보험 제도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