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정형선 교수는 비급여를 통제하기 위해 심평원에 민영보험 심사 위탁, 직권심사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급격히 증가하는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직권심사제를 도입하고, 실손보험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민영보험사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 영역을 통제, 관리하는 게 정당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6일 '국민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연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료비의 현황과 전망' 발제를 통해 비급여 직권심사제, 실손보험 심사 심평원 위탁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고 있지만 비급여 본인부담금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보장률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건강보험 보장률을 보면 2010년 60.8%까지 높아졌다가 2011년 60.4%, 2012년 58.9%, 2013년 58.3%, 2014년(잠정) 58%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의 경우 전년 대비 보험자(공단) 부담은 2조 1천억 늘었지만 비급여 본인부담 역시 1조 6천억원 증가했다.
정 교수는 비급여 항목의 가격 비교를 강화하고, 비급여 직권심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가 진료비가 적정한지 심평원에 확인을 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직권으로 (급여, 비급여) 진료비를 심사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병의원에 비급여 대상 내역 및 금액 등의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심평원이 실손형 민영보험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보험과는 '실손의료보험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진료비를 직접 청구하도록 하고, 심평원이 진료비 심사를 대행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민영보험을 공공기관이 심사하는 게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단견"이라고 못 박았다.
민영보험을 심사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민영보험이 공공보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관리할 기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민영보험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입장이다.
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연구실 정현진 실장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향후 과제' 발표에서 보장성 정체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지목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는 비급여 진료비가 문제라는 인식이다.
정현진 실장은 ∆비급여 항목 가격 모니터링 및 정보 공개 강화 ∆비급여 항목 표준화와 가격 고시 대상 확대 ∆지나친 비급여 가격 편차, 국제시장 가격과의 차이,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항목 발생시 상한가격 설정, 권고 등 관리기전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 이태열 실장은 "비급여 의료비가 증가하면서 공공보험의 보장성이 저하되고 민간보험의 손해율 악화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건강보장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민간보험사 입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손해율 악화 자체보다 소비자가 맡긴 돈을 적절하게 심사하거나 내역을 파악하지 못한 채 지급하는 것"이라며 심사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표준화 미비로 지급 보험금의 내역 파악에 한계가 있고, 의료비 심사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비급여 의료의 적정성을 판단할 최소한의 기준과 심사방안을 사적 계약 이해당사자인 의료계, 소비자, 보허사가 협력해 마련하자고 주문했다.
그는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분쟁 발생시 이해 당사자가 자율적인 조정심의기구에서 우선 심의하되,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외부에 심사 위탁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비급여 증가가 보장성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 이보다는 보장성 개선의 접근방식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김준현 공동대표는 "민영보험 심사를 통한 비급여 관리는 무엇보다 민영보험 가입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연관시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이러한 접근이 민영보험사의 관리비용 절감 목적에 주안점을 두거나 의료비 분쟁 문제를 공공부문에 전가시키는 방식으로 귀결된다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병원협회 이계융 상근 부회장은 국민의료비 상승의 주범을 의료기관의 비급여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그는 "국민의료비 상승의 주원인은 인구의 고령화, 신의료기술의 발전, 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른 질 좋은 의료서비스 요구도 증대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의료이용량 증가에 기인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을 제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코드의 표준화와 직권확인을 통한 사후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환자나 국민의 편익을 고려치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의 마찰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이계융 상근 부회장은 "저수가체계로 입원료, 중환자실, 응급의료 수가 등은 원가의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비급여 진료의 증가 등 의료왜곡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급여 확대에 대한 논의 이전에 병원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사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자율적인 심의조정기구를 구성하고, 심사위탁을 제안하는 것 역시 보험사의 이윤 창출을 위해 비급여 의료영역의 통제, 관리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보험연구원 이태열 실장이 비급여 진료비 과잉청구 사례를 소개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태열 실장은 감사원 감사자료를 인용, 종합병원은 무릎관절증 A환자를 11일간 치료하면서 비급여 진료비 501만원을 포함해 795만원을 청구한 반면 같은 상병의 B환자를 입원치료한 의원은 비급여 1487만원를 포함해 1625만원을 받았다며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예시했다.
이와 관련, 이계융 상근 부회장은 "세부 조건에 대한 비교도 없이 단순한 가격 차이만으로 보험사의 일방적인 시각에서 불필요한 검사로 보는 것은 의료계가 제공하는 비급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민간보험사의 이윤 창출을 위해 공공기관을 활용하거나 공적보험체계를 위협하며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며, 보험가입자와 의료계간 갈등이 조장되는 어떠한 시도도 계속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