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자리가 아닌 먹거리를 찾아 해멨습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산업을 만들자하다 일거리를 찾았고 이제 일자리를 찾게 됐습니다. 저성장과 고령화, 불확실성의 증가 이 셋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오헬스케어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11만 개 양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각 산업 분야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보건의료계도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보건산업 일자리 토론회를 열고 현 상황에 대한 쓴소리를 내놨다.
오송첨복재단 박구선 전략기획본부장은 현재의 문제 셋을 아우르는 해결책으로 보건의료산업을 꼽으며 "복지부가 보건의료 R&D에 투자하는 금액은 5000억 원가량인데 이는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의 1년 R&D 투자 금액이다. 이 정도 규모 투자로 전망이 좋은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말 중요하다면 보건의료 R&D에 대한 새로운 정책 방향이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 교육과학부가 기초원천 분야에 50%까지 투자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듯이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기술 혁신 성공 분야로 ICT와 원전이 꼽히는데, 이는 정보통신진흥기금과 전기세에서 일정 부분 적립되는 안정적인 연구개발기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본부장은 "바이오는 오랫동안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가끔은 도전적인 것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복지부가 공격적으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김석관 본부장은 "보건의료 데이터와 ICT가 만나는 자리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와 창업생태계, 진입규제 3가지 측면이 충족돼야 하며, 기존 병원보다 ICT와 만나 새롭게 형성되는 분야에서 더 많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빅데이터의 경우 현재 정부 기관과 병원 등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있지만 국가 차원의 장기 로드맵과 거버넌스가 부족하고 기관별 산재된 데이터 연계 체계가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2019년까지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2년까지 보건으로 빅데이터 서비스 발굴 및 데이터셋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창업생태계와 진입규제 측면에서도 현재 가야 할 길이 멀다.
김 본부장은 "미국식 스타트업 제도와 생태계로 우리가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라면서 "앞서 말한 3가지가 잘 바뀌어야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우리가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연세의대 송시영 교수는 스탠퍼드대 사례를 들며 창업할 수 있는 그룹들이 창업할만한 시장의 틈새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는 학생 중심의 창업 문화를 조성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미국에서 유니콘 기업 창업자 출신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대학 창업 프로그램 스타트엑스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에 매월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고 학생 투자나 일반 투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에 자금을 연결한다.
송 교수는 "R&D 기초원천기술은 대학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이를 인큐베이션하는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을 대학원 과정에 만들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바이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면서 "연세의대는 올해 졸업하는 본과 4학년부터 등수를 매기지 않고 수업시간을 줄였는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창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면서 출발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도 "올해 초 2명이 창업한 회사가 최근 직원이 20명으로 늘어있었다"면서 "거의 10배 이상의 고용 효과가 나오는 것으로 이런 작은 벤처가 인력 양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회원사를 상대로 진행한 인력수급실태조사 결과 처음 계획했던 채용 대비 76.6%밖에 못 채웠는데 이유는 역량이 맞지 않아서였다"면서"대학과 기업 간 인력 교류를 하고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 양성할 수 있도록 연계할 방안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대학 입장에서 인재 육성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의대 백롱민 교수는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데이터대학원을 만들기 위해 2년간 노력했지만 수도권에서 그만큼 대학원 정원이 안 나온다는 이유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대학원에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여기서 배출된 고급인력들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현재 대학원이 그 정도 역량이 되는지, 제도가 뒷받침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중심병원을 통한 창업도 늘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인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
연구중심병원협의회 이상헌 회장(고대안암병원 연구부원장)은 "연구중심병원이 생기고 나서 2013년 1건이었던 창업이 지금까지 총 34건으로 늘었다"면서 "이런 제도 덕에 창업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좀 더 뒷받침된다면 훨씬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지적하는 사항은 2가지다. 창업해서 M&A 등으로 발생한 수익이 병원으로 들어가 창업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창업한 회사가 연구소 기업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대학 산학협력단을 통하지 않고 바로 병원 수익으로 전환해 병원이 연구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병원과 기업들이 만나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롭게 창업하는 시스템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대학에서는 아직도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면서 "학생은 안 가르치고 단순 돈벌이로 보는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