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심방세동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의 영향이다. 실제 대한부정맥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1%였던 심방세동 유병률은 2022년 2.2%로 2배 늘었다.
심방세동은 뇌졸중 위험과 심부전 입원 위험을 모두 2.4배나 증가시킨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 5명 중 1명은 중 심방세동이 원인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방세동은 선제적으로 약물 치료를 시행한 후, 효과가 없으면 도자 절제술과 수술적 치료로 넘어간다. 그동안 일반적이던 고주파, 냉각풍선 등의 절제술에 최근 새로운 옵션이 추가됐다. 펄스장 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온영근 교수는 7일 서울 강남구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 사무실에서 의료기기 산업 출입 기자단과 만나 최근 해외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펄스장 절제술에 대해 설명했다.
온 교수에 따르면 펄스장 절제술은 약 4~5년 전 유럽을 시작으로 지난해 미국과 국내에도 도입됐다. 기존 도자 절제술이 열이나 냉기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펄스장 절제술은 전기 펄스를 심장 조직에 쏘아 세포막을 깨뜨리는 방식이다.
지난 2023년 발표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보스톤사이언티픽의 펄스장 절제술 시스템 ‘파라펄스 PFA 시스템’은 기존 열 절제술만큼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펄스장 절제술은 시술 시간도 크게 줄였다.
최근 유럽부정맥학회에서 발표된 펄스장 절제술과 기존 냉각 풍선 절제술 비교 연구에서는 펄스장 절제술이 환자의 예후가 더 좋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온 교수는 “펄스장 절제술의 장점은 주위 조직의 손상 없이 원하는 심근세포만 괴사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심방세동 치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효과적이고 안전한 펄스장 절제술이 당분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는 유럽, 미국 등에선 이미 펄스장 절제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유럽 학회를 가면 펄스장 절제술로 도배가 돼 있고, 미국도 지난해 FDA 승인 이후 올해 말 기준으로 80~90%가 펄스장 절제술로 바뀌었다”며 세브란스병원에서도 국내 도입 이후 보스톤사이언티픽의 ‘파라펄스 PFA 시스템’ 등을 활용해 펄스장 절제술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펄스장 절제술을 90여건 시행했다. 시술 시간의 경우 처음에는 2시간 정도 걸렸지만, 1~2달 지나며 시술이 익숙해진 뒤에는 1시간 전후로 크게 줄었다”며 “국내외 사례를 보면 시술을 받은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들에서 재발도 상당히 드물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확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급여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펄스장 절제술을 언제부터 받을 수 있냐고 문의하는 환자들이 있었다”며 “문제는 펄스장 절제술은 아직 보험 급여가 안 된다는 점”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온 교수는 “지금까지는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나 어차피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외국인 환자들 위주로 시술이 이뤄졌다”며 “냉각풍선술이 그랬듯이 펄스장 절제술도 보험 적용이 되면 본격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