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의대생 인턴기자 최현지] 대동맥판 협착증 환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안정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있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보험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박덕우, 안정민 교수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2010년 3월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 TAVI 시술 성적을 공개했다.
우리 몸의 심장에는 4개의 판막이 있는데, 이 중 대동맥판막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낼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동맥판막이 고령 등 다양한 이유로 좁아지면 심장은 더 강한 힘으로 수축한다. 좁아진 통로로 같은 양의 혈액을 보내기 위해 심장 근육이 더욱 강하게 수축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반복되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이럴 때 전통적인 치료법은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교체해 주는 흉부외과의 개흉술이다.
하지만 심장내과에서 TAVI 시술을 도입한 이후 환자군을 점차 넓혀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TAVI는 다리의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고, 이를 따라 대동맥 판막까지 진입한 후, 좁아진 판막 부위에 스텐트와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이는 최소침습 시술로, 고령이거나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수면마취로 시술을 시행할 수 있으며, 기관삽관을 하지 않고 시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시술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고, 중환자실에서 하루 정도 관찰한 후 일반실로 옮겨 1주일 안에 퇴원할 수 있다.
TAVI 시술중 응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흉부외과 전문의도 참여한다.
TAVI 시술은 미국, 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300만건 이상 행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서울아산병원이 처음 도입한 이래 7년간 19개 센터에서 총 831례 시술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서울아산병원이 320례(39%)를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이 285례를 분석한 결과 시술성공률은 97.2%(전신마취 96.2%, 부분마취 99%)이며, 수술로 전환된 사례는 5건(1.8%), 주요 혈관합병증은 16건(5.7%)이었다.
이와 함께 부분마취를 통한 시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 중증 뇌졸증 비율 모두 1%를 기록했다.
시술받는 환자들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안전성이 높고 합병증 발생 비율이 낮다는 게 서울아산병원의 설명이다.
박덕우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지만 시술이 증가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 자료도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이 시술은 고령이거나 수술을 할 수 없는 환자에게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고, 전세계적으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014년까지는 대동맥판협착증이 심각하거나 대동맥판협착으로 인해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 중 수술 고위험군 환자에게만 TAVI 시술을 권했다.
그러나 2017년 가이드라인을 보면 중등도 위험군 환자에게도 수술 대신 TAVI 시술을 권할 수 있다고 치료 대상을 확대 수정했다.
문제는 환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박덕우 교수는 "우리나라보다 TAVI 시술을 늦게 도입한 일본에서 시술 실적이 많은 것은 전액 보험급여를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본인부담금이 3200만원에 달해 고가의 시술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면서 "TAVI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험급여 지급을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