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 사이 갈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 표면상으론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바뀐 이후 의협 차원에서 내부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대전협 '패싱'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자칫 2020년 9.4의정합의 이후 의협과 전공의들 사이 내분이 일어났던 과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성존 위원장, 의협 측에 임원 직책 건의…내부 회의 참석 원했지만 거절 당해
8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한성존 비대위원장은 박단 전 위원장이 맡고 있던 의협 부회장 직책을 수행하겠다고 의협 집행부 측에 건의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대전협 비대위원들의 의협 상임이사직 추천 역시 수용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대전협이 의협으로부터 패싱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공의들이 이 사태 당사자인 만큼 대전협 비대위가 의협 내부 회의 과정에 함께 참여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협 집행부는 박단 부회장 사퇴와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사직 전공의 임원 4인에 대한 사직서를 아직 수리하지 않은 상태다. 대전협 비대위 측은 '의협이 우리를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전협 비대위가 의협으로부터 어떤 내부 자료도 공유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대로라면 전공의들의 민의를 모을 수 있는 협의를 의협이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택우 회장이 대전협 비대위 거리두는 이유…개인적 감정?·반대 인사 견제?
김택우 회장이 한성존 위원장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 중심엔 김 회장과 박단 전 위원장 사이 개인적 연대감이 얽혀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앞서 김택우 회장은 의협 회장 선거 과정에서 박단 전 위원장의 직·간접적인 지지로 인해 큰 도움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회장에 당선됐고 이후 박 전 위원장에게 전공의 최초로 부회장 직책을 수행하도록 했다.
즉 김 회장이 그동안 긴밀한 전공의 내부 협상 파트너였던 박단 전 위원장과 갖고 있던 공감대가 그를 내부 고발한 한성존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감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에 더해 한성존 위원장이 취임 이후 김택우 회장을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통화로만 취임 소식을 전하자 김 회장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고 한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내부 공개 저격으로 한 순간에 사퇴하는 과정을 보며 김 회장이 새로 당선된 한성존 위원장에게 개인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존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김택우 회장과 잦은 의견 충돌을 보이는 황규석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 등 일부 인사를 등에 업고 있다는 소문이 둘 사이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 위원장은 황규석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다.
다만 이 같은 소문을 의식한 듯 한성존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황규석 부회장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최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직도 사퇴했다.
의협 대의원회 관계자는 "김택우 회장이 박단 부회장 사퇴 이후에도 '기존 박단 부회장 견해를 아예 무시할 순 없다'는 취지 입장을 보인다고 들었다"며 "새 대전협 비대위가 꾸려진 만큼 의협은 전공의, 의대생들의 견해를 취합해 이들과 함께 협의를 이끌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김택우 회장이 더 넓은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 당시 의대생, 전공의 단체와 협조 여부에 대한 질의에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다만 현재 사직 전공의인 상임이사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의협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계속 설득하고 있다"라며 "향후 여러 사유로 같이 일하지 못하게 된다면 또 다른 젊은 인재들이 그 자리로 돌아와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