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대교수들이 5월 내 의대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학병원의 진료 축소와 휴진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개최한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의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의대교수들이 정부에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중단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의대증원 5월 내 해결 안 되면 진료 축소 불가피 "정부의 전향적 검토" 촉구
이날 전의교협 비대위원장인 울산의대 최창민 교수는 "현재 의대 교수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직과 휴직밖에 없다"며 "휴직과 관련해서는 국민께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최근 두 달간의 일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전공의 전체가 사직한 것은 처음이다. 전공의 사직 이후 교수들은 두달간 주 70~100시간 근무를 이어갔다. 특히 필수과 교수는 3일에 한번씩 당직을 서며 겨우 진료를 유지했는데, 정부는 계속해서 의료공백이 없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고소하고 싶을 정도"라며 "전공의 복귀가 안 되고, 내년까지 혹은 2년간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상급종합병원은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하지 못한 상태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5월 내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교수들은 병원을 떠나거나 혹은 진료를 더 줄인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현재 두 기로에 서 있다"며 "의대증원 정책만 중지되면 전향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의대 이선우 교수는 "양질의 의학교육에는 1년에 약 1조원이 든다. 전공의를 역량 중심으로 키우려면 지도전문의 5000명 정도를 새로 뽑아야 한다"며 "1990년대 미니의대가 생기면서 문제가 많아지자 2003년 의학교육평가원 인증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기초의학 교수 숫자 맞추기 등에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후 20년간 노력해 겨우 의학교육이 국제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데, 이번 대규모 의대 증원으로 40년 후퇴하게 생겼다"며 "의대 증원은 모든 교육 기반을 무너뜨리고 파괴하는 것으로, 당장 정부는 증원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 늘려도 지역·필수의료 인력 증대 효과 기대하기 힘들어
부산의대 오세옥 교수는 지역 의대 정원 확대로 지역·필수의료 인력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현재 부산의대 정원은 125명이지만 외과 전공의는 뽑지 못했다"며 "이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정원이 증가한다고 해도 (필수과를 지원하는) 낙수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가 왜 지역에 남지 않는지를 과학적이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정부는 의정협의체의 진정성을 보여달라"며 "현재 의료개혁특위에 전공의와 일반 의사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 되는지 보면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전공의와 학생, 일반 의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진정성있는 의정협의체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정부에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의료계 집단 악마화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신 의원은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힘께 의료진 현장 돕기,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 3대 원칙을 가지고 해결하자는 논의를 했다"며 "하지만 지금 정부의 모습은 전향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젊은 의사가 현장에 나오고 대학생들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결단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선진의료로 대한민국을 이끈 의료진을 집단으로 악마화한 부분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다. 또 2000명을 제안하고 고집한 정부 인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원점 재검토에 준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2000명 증원 등 무문별한 보건의료정책은 의료를 파탄·붕괴시키고 기존의 시스템을 후퇴시킬 것이다. 나아가 대한민국 역사의 과오로 남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정부는 전문가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정원을 추계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대증원은 40개 의과대학의 교육의 질 양극화만 초래할 것이다. 이는 결국 의사의 질적 차이로 이어지고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라며 "의료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혁신기술 변화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의료 교육 강화도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환자 전원 '결정권' 의사에게 부여해야 지역·필수의료 살릴 수 있다
충북의대 배장환 교수는 "환자의 불필요한 전원을 없애야 지역·필수의료가 산다"며,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전원 결정은 의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정치가는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을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를 (1,2차병원으로)회송하면 회송 진료비 3만원을 줄테니 환자를 설득해 돌려보내라고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결정은 의사가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 환자가 남고 지역의료가 발전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결정을 의사가 했다면) 충북대병원은 지금 벌써 1200병상 정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매일 부족하다고 하는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의사도 거점 병원에서 일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가는 불필요한 전원을 없애고, 지역 내에서 치료받은 환자는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또 정부는 확실한 정책을 필요할 때 제시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처음부터 세팅이 잘못됐다. 낮은 수가로 외과 등 의사가 개업하면 파산한다. 이에 실손보험을 도입했지만 현재는 의사에게 혼합진료하지 말라고 한다. 틀린 정책은 바로 잡아야 필수·지역의료 모두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정부에 의대증원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전공의가 병원에서 공부하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만들어 의료 전달체계를 바꾸고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균관의대 최용수 교수는 "낮은 수가와 높은 사법리스크로 기피과가 생겨났다. 이것만 해결해줘도 우리나라 필수 진료과 의사와 전체 의사가 부족할 일이 없다"라며 "복지부는 지난 두달간 응급진료 시스템에 5000억원을 썼다. 앞으로 이런 돈은 필수 진료과, 기피과를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면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