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소송 한 번 걸려보지 않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드물 정도다. 이런 문제를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 당장 소청과 지원율 상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소아청소년과를 전문 분야로 선택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Barriers to Choosing Pediatrics as a Specialty: Insights From a Cross-Sectional Analysis)' 연구를 진행한 전북대병원 유지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4일 "소청과 소생 방안 찾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취지의 소신 발언을 내놨다. 장기적으로 소청과 인식 개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유 교수가 제안한 현실적 대책이다.
앞서 소아심장 질환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유지혜 교수는 최근 전북의대 유효현 의학교육학교실 교수와 함께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대한 소청과 인식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따르면 '젊은의사들 86%가 소아청소년과 지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해당 연구는 오는 7월 29일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의학계는 필수의료 문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최초로 의대생과 젊은의사들이 기피과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연구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관련해 유지혜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기획 자체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의료붕괴가 일어나기 전부터 진행된 것"이라며 "다만 의대증원 관련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라 관련 설문항목은 있었고 의대증원이 추후 전공과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의대증원이 소청과 지원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잠재적 법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실제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소청과를 지원하기를 꺼리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지표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대생, 전공의의 80.1%가 최근 소아과 관련 사건사고 등으로 인해 소아과를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고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 리스크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응답자의 98.89%가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유지혜 교수는 "소송 위험에 대한 부담은 의대생과 인턴 교육 단계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소청과 의사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 두려움을 줄이는 것이 소청과 지원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의대생 수만 늘리는 것은 소청과 인력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소송 위험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유 교수는 의대생들에게 소청과를 지원하라고 당당히 얘기하기 꺼려진다고 했다. 여러 소송 문제로 인해 현장에서 일하던 의사들 조차 떠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절망을 느꼈던 부분은 소청과 의사 중에 소송이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런 적나라한 모습을 의대생 등에게 숨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짧은 시간 안에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소청과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유 교수의 견해다. 그는 이를 위해선 소청과의 부정적 부분만 다루고 있는 최근 언론 보도 형태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유지혜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소청과가 분명 필요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사명감, 아이에 대한 긍정적 감정 등 원인으로 소청과를 좋게 바라보고 있다"며 "소청과가 기피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과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고 다들 꺼린다는 얘기만 매스컴에서 나오고 낙수과라는 인식이 만연하면서 소청과가 학생들의 선택지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장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매스컴에서 다루는 소청과의 이미지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부분도 같이 포함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분명 아이를 치료하면서 받는 긍정적 경험이 크고 나 또한 이런 부분에 매료 당해 아직 아이들을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