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16일 공고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이 행정예고를 마치고 규제심사위원회 규제심사 단계로 넘어갔다.
찬‧반 의견이 팽팽해 ‘중요 규제’로 분류된 만큼 정부도 심사숙고할 방침이지만, 현 정부가 ‘건보재정 건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며 비급여 관리를 강조한 만큼 의료계 입장에서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6일 복지부가 행정예고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이 행정예고 기간을 마치고 규제심사위원회로 넘어갔다.
해당 고시 개정안은 2020년 12월 개정된 ‘의료법 제45조의 2’를 통해 도입된 ‘비급여 보고제도’에 따라 보고 대상인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항목·기준·금액 및 진료내역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본래 2021년 7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1년 6개월째 도입이 지체됐다.
복지부는 고시 개정안을 통해 병원급 의료기관은 반기별 1회,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 1회로 비급여 보고 횟수를 규정하고, 2023년에는 이미 시행 중인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대상을 중심으로 보고하되 2024년부터는 2023년 대상 항목을 포함해 전체 비급여 규모의 90%까지 보고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3년 672개 항목에서 치료적 비급여 436개와 약제 100개, 영양주사·예방접종·치과교정술·첩약 등을 포함해 2024년부터는 총 1212개 항목으로 보고 대상이 늘어난다.
관련 업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며 보고 방법은 건보공단이 지정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보고하게 된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의료기관 행정부담을 덜기 위해 보고에 필요한 자료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해당 고시 개정안을 통해 비급여의 현황을 파악하고 국민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알 권리 및 의료기관 선택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강조하며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의 원인을 의원급 ‘비급여 증가’로 지목하는 등 비급여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 문제 해결을 위한 비급여 관리 강화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그간 비급여 의무보고 제도에 결사 반대해왔던 의료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행정예고 직후부터 의료계는 각종 성명서를 통해 비급여 보고제도가 ‘비급여 통제’를 의미한다며 이에 반대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시장의 자율성을 무너뜨려 의료기관 간 가격경쟁과 환자 유인을 유도해 환자와 의료기관 간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미 비급여 보고에 관한 법 개정이 위헌확인 소송 진행 중인 점을 강조하며 “비급여 제도의 붕괴는 최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필수의료의 몰락보다 더 치명적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미보고 기관 공개를 의무화하여 국민의 선택권을 높이고 제도 운영의 안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히려 제도 위반 시 의료기관에 부과하는 과태료 100만~200만원이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며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찬성 목소리를 냈다.
복지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행정예고 안에는 찬성 116건, 반대 595건, 기타 43건 등 총 754건의 의견이 달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중요 총리실이 중요 규제로 분류했다. 규제심사위원회에서 규제심사를 진행하게 되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 이후 하위 법령 제정이 오랜 기간 지연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반기 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