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태반주사 등 미용 및 피로회복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정맥주사가 임상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또다시 발표됐다.
그러나 이런 비급여 시술을 하는 의사들만 탓할 게 아니라 정부가 원가의 70%에 불과한 건강보험 수가를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는 15일 '기능성 주사제의 효능과 안전성, 사용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기능성 주사제란 피로 회복, 피부미용(항노화, 미백 등), 체중 감소 등을 목적으로 정맥주사하는 것으로,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태반주사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 유효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기능성 주사제 성분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이들 기능성 주사제의 주성분에 대한 신속 문헌 고찰 결과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적 근거 산출과 평가가 필요하지만 미용, 건강 증진과 관련한 임상 성과 변수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고, 위약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잘 설계된 양질의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외국의 FDA에서 피부미백을 목적으로 정맥주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없다는 안전성 서한 또는 소비자 건강정보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고 환기시켰다.
보건의료연구원은 2010년 7월에도 태반주사가 피부미용, 피로개선, 관절염, 암 치료, 면역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거나 안전하다고 볼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건의료연구원은 태반제제의 임상적 효과성 및 안전성 평가를 위해 1만 7195편의 문헌을 검토해 이 같이 결론 내렸다.
하지만 동네의원들이 이처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능성 주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건강보험 수가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패널 토론자로 나온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능성 주사제나 건강기능식품 등의 임상적 근거가 너무 부족해 식약처가 효능과 안전성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자신도 과거 개원한 경험이 있지만 10개월 만에 문을 닫은 경험이 있다며 동네의원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명승권 교수는 "하루에 20~30명을 봐서는 절대 동네의원을 운영할 수 없다"면서 "원가의 70%에 불과한 건강보험 수가로 의원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비급여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조비룡 교수도 건강보험 수가,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조비룡 교수는 "기능성 주사제를 사용하는 의사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만 내가 치료하는 환자가 건강해질수록 보상하는 건강보험체계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그런 측면에서 완전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특히 조비룡 교수는 "기능성 주사제가 시중에 나오더라도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입에서 '효과도 없는데 왜 써?'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