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랑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의 마지막인 대학병원들은 살려야하지 않겠나."
최근 인턴 98%가 사직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톨릭중앙의료원(CMC)에 근무하는 교수가 직접 등판했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분노한 의사 500여명이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인 현장에서다.
이날 가톨릭중앙의료원 김성근 위장관외과 교수(여의도성모병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는 "전공의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달라"라며 "대학병원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진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앞서 CMC 산하 8개 병원 인턴 대상 의견 수렴 결과, 응답자 224명 중 98.3%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즉각 개별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직하겠다는 의견이 80.4%(180명)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실제로 CMC에서만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앞두고 홍재우 전공의가 사직한데 이어 대전성모병원 류옥하다 전공의(CMC 인턴대표)도 16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즉시 출근을 거부할 예정이다.
김성근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를 마지막 끝에서 버텨주는 곳이 대학병원들이다. 그런데 지금 대학병원이 곧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며 "지금도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암 환자와 중중 환자, 응급환자들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중심을 지키는 전공의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필수의료 대책만 제대로 세운다면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필수과에 지원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금은 그런 대안이 부족하다"라며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만으로 내년에 전공의들이 필수과로 지원할까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 그리고 의사들은 정부에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들의 사직에 대해서도 "젊은 후배들이 개인적 사유로 나간다고 하는데 병원이나 교수들도 무조건 막을 수가 없다. 전공의를 잡을 수도 없지만 사직하려는 전공의를 붙잡고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고 그 전공의가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겠나"라며 "사람을 억지로 데려다 놓을 순 있어도 강제로 일을 시키긴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된 이유는 현실적이지 않고 비이성적인 (보건복지부 인사들의) 발언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그런 발언들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며 "지금 누가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정부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암담한 미래 의료는 살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