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요양병원협회가 대면 면회 잠정 중단을 정부에 건의했다. 최근 일부 요양병원들에서 코로나19 돌파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자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나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이하 지역의 경우, 면회객과 환자 중 어느 한쪽 이라도 백신 접종 완료 후 2주가 지난 이가 있으면 대면 면회를 허용하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기평석 회장은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요양병원들에서 돌파감염 환자들이 나오면서 대면 면회 중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 회장은 “물론 돌파감염자의 경우 중증이환률이나 치명률이 낮지만, 요양병원에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의 비율도 25% 정도 되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며 “정부에 면회 제한을 요청한 것과 동시에 원내 미접종자들에 대한 접종 독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고령의 기저질환자들이 많아 지난 2월말부터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률 역시 70% 이상을 기록하면서 한 때 집단감염이 연이어 터졌던 요양병원이 코로나19 청정 구역이 됐단 이야기 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부산 기장군과 김해시 소재 요양병원에서 각각 51명, 17명의 집단감염이 확인되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확진자 중 대다수가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돌파감염 사례였다.
요양병원계에선 이번 집단감염 사례가 어느정도 예측 가능했던 부분이란 지적도 나온다. 백신 효능이 떨어지는 델타변이가 유행하는 가운데 지난 2월 백신 접종 시작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 내 직원과 환자들 구성이 바뀌었고, 대면면회가 가능해지며 외부와 접촉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울산 이손요양병원 손덕현 원장(대한요양병원협회 명예회장)은 “요양병원들은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해서 접종률이 70%가 넘었지만 지금은 새로 입사한 직원들, 신규 입원환자들이 있다보니 전체 접종률이 50%가 안 되는 병원들도 다수 있다”며 “이번 주부터 신입직원과 입원환자들 대상 예방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3단계 이하 지역의 경우 대면면회가 가능해지면서 타지에서 10명이 넘는 가족들이 대규모로 면회를 오는 경우들도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차 대유행 상황인만큼 정부가 대면 면회를 제한해 줬으며 한다”고 제안했다.
손 원장은 또한 “울산시의 경우 모든 요양병원 직원 대상으로 PCR 전수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며 “숨어있는 감염자가 있을 수 있으니 전국적으로 요양병원 종사자들 대상 전수 검사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요양병원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6개월가량이 지나면서 항체가 감소해 돌파감염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평석 회장은 “백신 접종 후 항제 지속 기간에 대해 4개월부터 1년까지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데 요양병원에서는 이미 항체 효과가 감소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며 “복지부에서도 4분기부터 추가접종(부스터샷)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 정도 시기에 추가 접종이 이뤄지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고연령 기저질환 환자들이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서 생활하는 요양병원 특성상 돌파감염 위험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고, 추가접종과 방역 조치 강화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고연령,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부분, 전파 가능한 근원 환자, 추정 근원환자가 진단이 좀 늦어진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요양병원에서 돌파감염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요양병원의 경우 돌파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이면서 기저질환이 있어서 요양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는 분들은 면역 형성 비율도 낮고, 중화항체 수치도 낮을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접종 필요성이 있다”며 “고위험군 대상으로 하는 추가접종 계획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또한 “요양병원∙요양시설에 대해서는 좀 더 방역을 강화하는 조치와 함께 조기발견을 위한 선제검사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