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영유아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은 감기처럼 시작하더라도 짧은 기간 안에 호흡곤란과 중증 하기도 감염으로 악화돼 입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독감이나 코로나19와 달리 뚜렷한 항바이러스 치료법이 없어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체중과 관계없이 한 차례 투여해 최소 5~6개월간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예방항체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생후 첫 RSV 유행 계절을 맞는 영아의 입원과 중증 질환 부담을 낮출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MSD는 28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항체 ‘엔플론시아 프리필드시린지(성분명 클레스로비맙)’의 국내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를 더 플라자 서울에서 개최했다.
이날 서울의대 소아과학교실 감염분과 윤기욱 교수는 인플루엔자·코로나19와 다른 영아 RSV의 임상적 특징과 국내 질병 부담을 설명하고, 엔플론시아의 예방 효과와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2세까지 대부분 감염…건강한 만삭아도 입원 위험
RSV는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지만 신생아와 영아에서는 질환 양상과 치료 환경에 차이가 있다.
인플루엔자는 고열과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두드러지고 사용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여러 종류인 반면, RSV는 전신 증상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쌕쌕거림과 호흡곤란 등 하기도 감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영아는 기도가 좁아 염증과 분비물이 발생하면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저산소증으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윤 교수는 “신생아와 영유아에서는 RSV가 독감이나 코로나19보다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큰 질환”이라며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마땅하지 않아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입원해 산소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해야 하는 만큼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RSV는 전염력이 강해 만 2세까지 대부분의 아이가 한 차례 이상 감염을 경험한다. 미숙아나 만성 폐질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영아의 중증 위험이 더 높지만, 실제 입원 환자 수는 전체 영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강한 만삭아에서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고위험군 영아는 전체 영아의 5%도 되지 않는다”며 “건강한 만삭아에서도 입원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예방 전략도 고위험군 중심에서 모든 영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한 2007~2019년 연구에 따르면 5세 미만 소아에서 연간 최대 1만8434명의 RSV 환자가 발생했고, 전체 환자의 44.7%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생후 6~11개월 영아는 RSV 입원 환자의 48.2%,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57.3%를 차지했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의 평균 입원 기간은 8.35일로 가장 길었다.
윤 교수는 “어린 아기가 장기간 입원하면 환아의 건강 문제뿐 아니라 보호자의 돌봄과 경제활동에도 상당한 부담이 생긴다”며 “건강한 아이들에서도 입원과 중증 부담이 큰 만큼 모든 영아가 예방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항체 직접 투여…1회로 RSV 시즌 전반 보호
엔플론시아는 생후 첫 RSV 유행 계절에 진입하거나 유행 계절 도중인 신생아와 영아의 RSV 하기도 질환을 예방하는 장기지속형 예방항체다. 지난 6월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백신은 접종자가 스스로 항체를 만들도록 하는 능동면역 방식인 반면, 예방항체는 만들어진 항체를 직접 투여하는 수동면역 방식이다. 면역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신생아와 초기 영아에게 투여 직후부터 빠른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엔플론시아는 항체가 체내에서 오래 유지되도록 설계돼 한 차례 투여하면 최소 5~6개월 동안 예방 효과가 지속된다. 국내 RSV 유행이 통상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이어지는 만큼 한 번의 투여로 유행 계절 전반을 보호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엔플론시아는 RSV 시즌 전에 한 차례 투여하면 5~6개월 동안 보호할 수 있다”며 “투여 4시간 후부터 중화항체 역가가 증가하고 일주일 안에 최대 수준에 도달해 빠르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플론시아는 영아의 체중이나 위험요인과 관계없이 105mg 단일 고정용량을 한 차례 근육주사로 투여한다. 체중에 따라 용량을 계산할 필요가 없어 투여 과정이 단순하고 용량 산정 오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신생아와 영아 시기에 접종하는 다른 백신과 동시 투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됐다.
윤 교수는 “체중당 용량을 계산하거나 고위험 인자에 따라 투여량을 달리하면 진료 과정이 복잡해지고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엔플론시아는 체중이나 특정 위험요인과 관계없이 105mg을 한 번 투여할 수 있어 예방항체 투여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RSV 입원 84.2%·중증 하기도 감염 91.7% 감소
엔플론시아의 국내 허가는 글로벌 2b·3상 CLEVER 연구와 3상 SMART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CLEVER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에서 재태기간 29주 이상인 건강한 미숙아와 만삭아 약 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엔플론시아는 위약 대비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RSV 관련 하기도 감염을 투여 후 150일까지 60.4% 감소시켰다. RSV 관련 입원은 84.2%,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중증 RSV 하기도 감염은 91.7% 감소시켰다.
윤 교수는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한 하기도 감염은 환자와 국가별 의료 이용 차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입원과 산소치료·기계환기 등이 필요한 중증 질환은 보다 객관적인 질병 부담 지표라고 설명했다.
보다 엄격한 증상 기준으로 하기도 감염을 재분석했을 때 예방 효과는 88%로 나타났다. 체중 5kg 미만과 이상으로 나눠 분석해도 예방 효과가 일관되게 확인됐다.
중증 RSV 위험이 높은 미숙아와 만성 폐질환 또는 선천성 심장질환 영아를 대상으로 한 SMART 3상에서는 기존 예방항체 팔리비주맙과 전반적으로 유사한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팔리비주맙은 RSV 유행 계절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반복 투여해야 하지만 엔플론시아는 한 차례 투여로 계절 전반을 보호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윤 교수는 “엔플론시아는 건강한 영아뿐 아니라 미숙아와 만성 폐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등 중증 위험군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RSV 예방은 단순 감염을 막는 차원을 넘어 입원과 중증 하기도 감염을 줄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용 한국MSD 백신사업부 전무는 “RSV는 영아 중증 하기도 감염과 입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엔플론시아는 고위험군뿐 아니라 생후 첫 RSV 시즌을 맞는 신생아와 영아에게 적용할 수 있고, 체중과 관계없이 한 번 투여해 시즌 전반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접근성 확대 계획을 현시점에서 밝히기는 어렵지만 국내 영아의 RSV 질병 부담과 예방 필요성을 고려해 보건당국, 의료계와 필요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