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영국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갑자기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거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특히 후각상실증은 다른 증상 없이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인 환자에서 나타났다며, 이들이 숨겨진 바이러스 보균자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의사들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한 선별도구 목록에 후각상실증과 미각장애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급성 비염, 만성 비염과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 없이 후각상실증과 미각장애가 나타난다면 의사에게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경고하고, 자가격리 및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23일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비과학회(British Rhinological Society) 회장 클레어 홉킨스(Clare Hopkins) 교수와 영국이비인후과학회(ENT UK) 회장 너멀 쿠마(Nirmal Kumar)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감염 지표로 후각 상실'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바이러스에 의한 후각상실증은 성인의 후각 상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전체 후각상실증 가운데 최대 40% 가량을 차지한다. 일반적인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감염 후 후각 상실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0가지가 넘는 바이러스가 상부 호흡기 감염음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증상에 대해 대부분 고열과 기침을 많이 생각하지만, 실제로 전세계 많은 환자에서 후각과 미각 상실 증상만 나타났다.
성명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 환자에게 후각상실증을 일으키는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상당수에서 후각상실증과 미각장애가 발생했다는 근거도 이미 있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독일에서는 확진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후각상실증이 보고됐다. 검사가 더 많이 이뤄진 한국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의 30%에서 경증의 주요 증상으로 후각상실증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다른 증상이 없으면서 후각상실증을 보이는 환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보고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격리된 후각상실증 환자가 갑자기 증가했다고 보고했으며, 미국, 프랑스, 북이탈리아의 의사들도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서는 "이 환자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촉진시킨 숨겨진 바이러스 보균자 중 일부라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환자들은 현재의 검사 기준이나 자가격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가 후각상실증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과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이 감염 중증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감안해야 한다. 머리 외상 또는 비강 병리와 관계가 없다면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후각상실증이 새롭게 발병한 환자에 경구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서는 "만약 후각상실증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7일간 자가격리하도록 요청한다면, 자가격리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벡터로 계속 활동하는 무증상 감염자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의료진이 완전히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 또한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통해 발견되는 높은 감염률에 대처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