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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제약협회 "한국 포함 9개국 불공정 약가 정책 지적…무역협상으로 개선해야"

    PhRMA, USTR에 의견서 제출…한국,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약가 참조

    기사입력시간 2025-07-01 16:55
    최종업데이트 2025-07-01 16:55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미국제약협회(PhRMA)가 한국을 포함한 9개국의 약가 통제를 지적하며, 미국 제약산업의 혁신 비용을 외국이 부담하지 않고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무역협상을 통해 이들 국가의 제도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반면, 외국 정부는 낮은 가격으로 혜택만 누리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이 자금을 부담하는 혁신에 대한 외국의 무임승차에 대한 의견 요청(Request for Comments Regarding Addressing Foreign Nations Freeloading on American-Financed Innovation)'이라는 제목으로 업계의 의견을 받았다. 여기에는 PhRMA부터 미국상공회의소, 노보노디스크, 애브비 등 총 58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는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가격 인하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움직임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USTR과 상무부에 외국 정부의 의약품 가격 통제와 무임승차 관행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 외에도 미국 환자의 최혜국 대우(MFN) 약품 가격 적용을 약속하며, 제약사에 약값 자진 인하를 주문했다. 일정 기간 이후에는 강제 인하를 예고했다. 이에 USTR은 해외 약값 억제 사례에 대한 조사했다.

    PhRMA는 "미국은 지난 10년간 전 세계 신약의 절반 이상을 개발했다. 미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약 4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1조65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기업은 매년 약 1222억달러를 신약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적절한 정책과 인센티브가 마련된다면, 전 세계 환자에게 가치있는 신약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외국 정부는 이러한 혁신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은 채 자국의 재정 절감을 이유로 가격을 일방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미국 환자가 글로벌 혁신의 비용을 떠안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수출과 지식재산권 보호, 일자리, 경쟁력까지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사진=PhRMA 제출 의견서.

    PhRMA는 특히 한국·호주·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스페인·영국 등 9개국을 지목하며, 이들 국가가 미국보다 훨씬 낮은 비율로 GDP 대비 신약에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PhRMA에 따르면 한국은 신약에 대한 GDP 대비 지출 비율이 0.09%로 가장 낮았고, 공공보험 등재율은 20%에 불과했다. 신약이 규제 승인을 받은 이후 실제 급여화되기까지 평균 23개월이 소요돼, 환자 접근성 역시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

    또한 한국은 신약 가격을 책정 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참조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과 국민건강보험공단(NHIS)을 거치는 복잡한 급여 평가 절차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허가 이후 실제로 환자에게 약이 도달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2007년 이후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은 생명가치 평가 기준(Life-Year Threshold)에 대해서도 "물가상승과 경제성장을 반영하지 않은 기준이 혁신적 의약품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PhRMA는 외국 정부가 건강기술평가(HTA)를 과학적 근거로 포장해 신약의 임상적 가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개발도상국의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국제참조가격제(IRP) 등을 통해 미국산 의약품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정 매출 초과 시 수익 일부 환수 하거나, 허가 이후 수년간 급여 등재를 지연하는 관행도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지적했다.

    이에 PhRMA는 미국 정부가 무역 협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GDP 대비 신약 지출 비율, 등재율, 급여 지연기간 등을 기준으로 구속력 있는 무역협정 조항을 마련하고, 양자협의체(bilateral consultation mechanism) 등을 통해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의견서를 제출한 미국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 역시 다른 선진국 대비 한국의 낮은 약가를 지적하며, 미국 제약 기업의 혁신신약 보상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과 캐나다는 신약의 20%와 19%만 공보험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며 "환자는 평균 40개월, 38개월의 신약 접근 지연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지나치게 낮은 국제의약품규제기준(ICER)은 혁신 투자가 많은 약물의 한국 시장 진입을 저해한다. 이는 환자 신약 접근성을 제한할 수 있다"며 "현재 ICER 기준에서는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심사 기간이 길어지거나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은 전체 의약품 지출의 13.5%만 신약에 할당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OECD 평균 신약 지출은 전체 의약품 지출의 33.9%"라고 부연했다.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애브비(AbbVie)는 외국의 불공정한 약가 제도와 지연된 규제 절차가 미국 제약사의 수익성과 혁신 역량을 침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애브비는 일부 국가의 환수 제도에 대해 "해당 국가가 어느정도의 반환을 요구할지에 대한 여부와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주 개정되거나 최대 적용 범위가 제한되지 않은 경우, 그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의료 예산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잘못된 비용효과평가 방법을 활용한다"며 "OECD 국가 중 의약품 보험급여율이 가장 낮다. 또한 특허 존속 기간 연장 방식은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PhRMA는 의약품과 원료(API)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PhRMA는 "이는 미국 환자의 접근성을 해치고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은 관세가 아니라 무역을 통한 제도 개선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