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자살예방정책 실효성 높이려면 고위험군 지원책 필요…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 접근성 높여야

    치료저항성 우울증,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시도 7배 높아…새 기전의 약 등장했지만 비용 등 문제로 국내 활용 미미

    기사입력시간 2025-09-09 18:50
    최종업데이트 2025-09-09 18:50

    사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국내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이 OECD 평균의 2배 이상에 달하는 가운데, 자살예방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자살예방정책에서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는 자살 시도에 따른 손상 치료비 지원, 자살시도자 및 유족 상담 및 사례 관리에 그친다. 그러나 이를 넘어 자살 예방을 위한 치료까지 이어지는 통합적인 보건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특히 일반 우울증 환자보다 자살 시도가 7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혁신적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얀센은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실태 및 최신 치료지견'을 주제로 9일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유해정보대응팀 유혜림 팀장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가 연자로 참석해 각각 '자살예방정책의 현재와 나아갈 길',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최신 치료 지견'을 공유했다.

    유 팀장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자살로 1만4000여명이 사망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에 해당한다. 특히 10~30대 자살이 늘고 있으며, 해당 세대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신건강문제는 전 연령층에서 자살의 주요 원인이다"면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자살사망자 1099례를 대상으로 한 심리부검 결과 86.3%가 사망 전 정신질환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 중 74.5%는 우울장애로 파악됐다.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 자살사망자 중 60.5%는 사망 전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 또는 상담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일본 후생노동성은 우울증 및 정신건강 장애 환자를 자살예방 사업 대상자에 포함하고 있다. 우울증 가운데서도 치료저항성 우울증은 주요 우울장애 환자보다 자살 시도가 훨씬 높다.

    조 교수는 "초기 항우울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주요 우울장애 환자에서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조사한 STAR*D 연구 결과를 보면, 1차 치료에 성공한 환자는 3분의 1 가량에 불과했다. 2차 및 3차 치료에서 성공한 환자도 각각 3분의 1 수준이었다. 우울증이 한 번에 치료를 받고 나을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면서 "우울증은 치료 실패가 반복될수록 관해율이 낮아지고, 재발률이 높아져 기존 치료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치료저항성 우울증에서 기존 약물 치료는 관해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자살 충동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의 우울증 치료는 관해에 도달하기 까지 약 37~51일이 소요돼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기 쉽고, 치료가 실패를 겪을수록 관해율이 크게 감소했다. 이에 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에 대한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으로 스프라바토(성분명 에스케타민)가 제시됐다. 스프라바토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을 타깃하는 기존 항우울제들과 다르게 NMDA 수용체에 작용하는 새로운 기전의 항우울제로, 국내에서 치료저항성 우울증을 적응증으로 허가 받은 유일한 약제다.

    조 교수는 "허가 임상인 TRANSFORM-2 연구에서 스프라바토는 최소 2개 이상 약제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서 투여 28일차에 52.5% 관해율을 보였다. 유도기를 지났을 때 절반 이상 환자가 반응을 보인 것을 넘어 관해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면서 "또한 투여 후 24시간 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증상 개선을 나타내는 등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16주간 스프라바토 투여 후 안정적인 관해를 보였던 환자군에서 약제를 지속 투여했을 때 재발 위험을 51% 줄였고, 안정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는 재발 위험을 70% 감소시켰다"면서 "최근 업데이트된 캐나다 CANMAT, 프랑스 AFPBN 등 해외 진료지침에서 스프라바토를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대한 주요 치료 옵션 중 하나로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보험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비용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스트라바토 치료군에서 전체 의료비용과 정신건강 관련 비용이 감소하고, 입원 및 응급실 방문 횟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에서 올해 4월부터 스프라바토에 급여를 적용하는 등 해외에서는 급여화돼 스프라바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처방이 제한적이다.

    조 교수는 "스프라바토가 현실적으로 자살률을 낮추는데 많이 기여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비용 측면에서 허들이 있고, 의사들의 처방 겸험도 적은 상황이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전라북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자살사고 및 자살시도자, 주요 우울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스프라바토 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