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 위기의 해법으로 의대 정원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의사가 정말 부족한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통계와 모순되는 높은 1인당 의사 외래진료 건수 등을 뒤로한 채 의대 증원을 추진하려는 의도에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앞서 의사 수를 확대한 국가들의 정책 실패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고대의대 안덕선 명예교수가 줌(ZOOM)으로 진행된 보건의료포럼에서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교수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의료형사범죄화, 수가 문제, 미비한 배상 제도 등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 데 이런 문제를 뒤로 한 채 의대 정원이 추진되고 있다"며 "보다 시급한 문제를 뒤로한 채 의사 증원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안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과 비교해 낮다는 OECD 보건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며, 그 수치가 사실이라 해도 우리나라의 진료 특성 등을 생각할 때 정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2021년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건수가 연간 15.7회로 OECD 최고다. OECD 평균 5.9의 약 2.6배다. CT도 인구 1000명당 281.5건으로 OECD 최고다. 진료비 증가 속도도 굉장히 높다"며 "의사 수는 부족하다면서 의료 이용도나 의료비 지출은 늘어나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병원 전공의가 부족하고, 중소병원 의사 구인난이 발생하고, 간헐적으로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만 우리나라는 초진 대기가 없고, 하루 동안 전문의를 3회도 진료가 가능하며 세계 최고 수진 빈도를 가진 나라다"라며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검사와 의료 이용 수준을 살펴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정말 의사가 부족한 나라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설령 의사 수가 부족하더라도, 그 해법을 의사인력 확대에서 찾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를 늘린 그리스는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2007년도에 벌써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5.35명으로 굉장히 높았으나 GP의 숫자가 OECD 국가 평균보다 낮고, 전문 과목 간 심각한 불균형과 의사의 대도시로 집중으로 다수의 의료 취약지를 갖고 있는 등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똑같이 고민하고 있었다.
안 교수는 "이에 그리스는 의사 수를 늘렸는데 그리스는 반드시 의사가 많다고 해서 주민 건강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를 얻었다. 의사 수를 늘리기 전에 1차 진료를 위한 공적 투자라든지 예방과 전달체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며 "결국 의사 수가 계속 늘면서 의사의 28%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거나 취업이 안 돼 해외로 이주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 수가 늘었는데도 2012년 공공병원에 6000개의 의사직에 공석이 생겼고, 2020년에 의사 수가 1000명당 6.3명으로 집계됐는데도 여전히 취약지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섬과 관광지에는 의사가 없어 환자들이 불편을 겪으니 정부가 섬에서 근무하는 의사에게 월 1800유로의 상여금을 내걸었는데도 의사들이 지원을 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