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지난 2월 18일,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이 의결됐다. 의사회원들에게 악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간호단독법, 의사면허박탈법이 본회의에 직회부됐기 때문이다. 현 집행부는 민주당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당선됐지만 결국 ‘소박’을 맞고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대의원회는 민주당을 상대로 투쟁을 선포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이필수 의협회장의 업무 추진력은 힘을 잃게 됐으며, 사실상 의료계 온건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직회부 의결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국회의원 다수결로 입법을 할 수 있게 했다. 2022년 대선과 지선으로 2차례나 심판받은 민주당이 2020년 코로나 정국에 획득한 다수의석으로 일방적인 입법을 추진한 것이 과연 대의민주주의에 부합할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민주당의 행태가 의료계 온건파들을 축출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0년 의료파업이 끝난 뒤 치러진 의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필수 회장은 전라남도의사회 회장 출신이다. 투쟁을 앞세운 최대집 전회장과 달리 협상과 소통으로 의사협회를 이끌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2020년 투쟁의 상대였던 더불어민주당과의 소통도 원활할 것이란 기대도 받았다. 의사 사회는 파업의 여파로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심했지만 그럼에도 다수당인 민주당과 소통하기 위해 현 집행부를 선출했다.
집행부 초반에는 실제로 어느정도 성과가 있는 듯 했다. 2022년 의사협회 정기대의원 총회에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이필수 회장의 소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이필수 회장이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소통을 잘 하고 있고, 앞으로 의협과 잘 소통하면서 함께 노력하겠다'라며 언급하기도 했다. 선한사마리아인법과 무과실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보건복지위 통과 등이 성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의 파도도 높았다. 수술실 CCTV법, 한의사 초음파사용 판결,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도 만만치 않았지만 역시 결정타는 간호단독법, 면허박탈법 본회의 직회부였다. 다른 것들은 할만큼 했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악법 본회의 직회부는 소통을 전면 거부한 소위 '입법 폭거'였다.
그동안 현 집행부가 강조했던 소통의 당위성이 빛을 잃었다고 본다. 이필수 회장의 삭발투쟁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현 집행부의 주도권을 대폭 축소시키는 비대위 구성안이 의결됐다.
의사들은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이를 전세계 의사들이 따른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고해서 다수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 그런 의사들이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이었던 이필수 회장을 의협 회장으로 당선시켰다. 그런데 민주당의 간호단독법, 면허박탈법 본회의 직회부는 소통을 강조했던 현 집행부가 서있을 곳을 없애버렸다.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든 앞으로 집행부와 의료계는 민주당에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입법 폭거인가. 더불어민주당의 잘못된 결정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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