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13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에 이어 방상혁 상근부회장, 상임이사진이 단식을 하고 있는데 걱정이 된다.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단식을 하는 사실이 일부 회원들에게 알려지는 효과가 있었지만 단식 다음이 문제”라고 했다.
이 의장은 이날 서울역 중식당 만복림에서 열린 대한평의사회 의료 현안 및 정책토론회 인사말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의장은 “이 과정을 잘 포장해서 우리가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고 중기적, 장기적으로 무엇을 바꾸는지에 있다”라며 “의협 집행부는 무엇을 하려고 하지만 회원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파업을 하더라도 얼마나 동참할지 미지수다”라고 했다.
이 의장은 “상근부회장이나 임원진 모두 할 일이 많은데 단식을 해선 안 된다. 최 회장이 다음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회무에 복귀한다고 하는데, 이사들이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국회 등에 대안을 제시하는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의료계에 (각종 의료제도에 대한 개혁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반 정도이고 뭔가 해야 한다는 사람 반이다. 뭔가 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하게 뭔가를 하도록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게 해야 한다. 이들을 설득해서 동참할 수 있는 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명분을 개발하는 것이 집행부의 역할”이라고 주문했다.
이 의장은 “몇 사람이 나선다고 해서 투쟁이 되지 않는다. 2000년도 의쟁투 투쟁을 할 당시에도 의협에서 새벽까지 회의를 했다. 결국 모든 회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의쟁투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병원 문을 닫으라고 하면 닫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이런 행동이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니다. 지역별로 궐기대회를 하고 의식화시키고 이대로 가다가는 주도권을 뺏긴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정부는 의사들을 위해 절대 새로운 정책을 펴지 않는다. 고령화 시대가 되다 보니 65세 이상 진료비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데,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지불제도 개편과 총액계약제로 분명히 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의장은 “경향심사, 분석심사는 지불제도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얼마전 분석심사 고시개정안 일부가 떴다. 의협이 단식하고 투쟁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고시를 낸다는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의장은 “문재인 케어도 그렇지만, 있는 돈을 다 까먹고 현행 1% 삭감할 것을 3% 삭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에게 줄 것을 안준다고 한다는 의미다. 이럴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뻔하다. 말로 안되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장은 파업을 진행할 때 회원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이 의장은 “마지막 희망이 있다면 모든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파업을 진행할 때 10일만 푹 쉬었으면 좋겠다. 개원가만 해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종합병원 봉직의, 전공의들도 다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한 집행부가 회원들의 고민을 어떻게 잘 추적하고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가는지에 달려있다. 회원들도 회장이나 집행부에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집행부가 잘할 때는 칭찬하고 동참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캐나다는 100년 중 형사처벌이 한건이었다고 한다. 안동 분만 산부인과의사 구속 건도 그렇다”라며 “그건 결국 의사들 스스로의 책임이다. 뭉치지 못하고 큰소리도 못하고 집행부 등이 사명감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겸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의료계는 현재 방어만 하고 있다. 100개를 방어해서 70개를 막으면 30개는 통과된다. 우리가 100개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해왔던 의료계의 역사가 절대 헛 것이 아니다. 의협 집행부가 이 같은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해 앞으로도 잘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산부인과의사의 법정 구속을 막고 불가항력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제도 변화를 통해 의료계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의협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의협 집행부는 수가정상화 없는 문케어에 합의하고 건강보험료로 인상 반대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방문진료, 만성질환 관리제는 수가 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의협 집행부는 1년 남짓 회무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단식에 동참하라는 메시지 다음의 아무 것도 없다. 잘못된 리더가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라며 “집행부가 인적쇄신을 하고 배타적인 회무를 개선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단순히 동정론으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한평의사회 나인수 공동대표는 “지금의 의협 집행부가 과연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당선 직후 생각했던 것과 정체성이 다른 부분도 있고 크게 도움되지 않는 단식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나 대표는 “이보다는 체계적이고 계획을 갖고 모든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집행부가 나서주길 바란다”라며 "평의사회는 의료 현안을 토론하고 선제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