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 허용 판결에 분노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간호법 저지 이후 올해만 두번째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26일 오후 대법원 앞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의협은 의료인 면허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을 촉구했다. 특히 일부 내부 회원들의 회장 탄핵 여론을 의식한 듯 대법원 판결 이전에 협회 측에 의견 조회를 한 적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삭발식 이후 이필수 회장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에 의료법 개정 내용을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며 "이번 판결을 빌미삼아 한의사들이 의과의료기기 사용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력히 엄포했다.
의협이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질타성 질의에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도 적극 해명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건은 형사 사건으로 판결 이전에 대법원에 협회가 접촉 자체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분위기가 좋지 않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은 맞다. 이에 변호사까지 선임하고 적극 대응하려 했으나 심의 과정에서 어떤 의견 조회 등 과정이 없었다. 참담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법령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암시했다.
이정근 부회장은 "파기 환송됐기 때문에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보험 등재 등 논란의 여지는 많다"며 "등재가 되지 않는다면 비급여로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 된다. 의료기기에 대한 관리 권한 등 내용도 문제가 많다. 시민단체와 환자단체 등도 곧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방사선사협회 조영기 회장은 "대법원은 초음파 기기가 특수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립암센터 등에 따르면 오진 비율 등을 고려해 초음파 품질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수의료장비 법령 개정을 통해 의사의 판단 아래 기기 사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오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의 상고심 선고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한의사가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적합하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