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메르스 추가 확진자가 없었다.
많은 언론은 메르스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홍콩 독감의 유행 가능성을 제기하며 다시 유난을 떨고 있다.
'전파력이 메르스의 수천 배에 이른다', '제2의 메르스다'라는 표현도 부족했는지 '국내유입 때는 재앙'이라는 과감한 제목까지 동원하며 다시 한 번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내 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외신이나 홍콩 현지 언론은 비교적 차분하다.
Google.com에서 'Hong Kong flu'를 검색한 결과. 검색된 뉴스 대부분은 국내 언론사들이 게재한 것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한국 언론의 과잉 보도에 대한 홍콩의 보건 관계자의 반응을 실었다.
구글을 이용하여 홍콩 독감에 관한 영문자 뉴스를 검색해도 출처는 대부분 한국 언론사다.
홍콩에 아시아지역본부를 둔 CNN조차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홍콩 독감'은 과연 무엇인가??
'홍콩 독감'은 1968년 홍콩에서 시작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의 H3N2 아형(subtype)의 유행을 말한다. 홍콩에서 시작하여 '홍콩 독감(Hong Kong Flu)'으로 불린다.
홍콩 독감은 치사율은 낮지만, 전파율이 높아 감염자 수가 늘어나면서 사망자 수가 적지 않았다.
유난 떨었던 메르스에 비하면 홍콩 독감의 치사율은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다. (CFR : 치사율)
감염자 천명 중 1~5명이 사망하는 거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것도 면역력이 떨어진 만성질환자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 당시 홍콩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50만명이 감염됐고, 이 중 33,800명이 사망했다.
이것은 H3N2라는 독감(Influenza) 아형(Sub-type)의 첫 발생(outbreak)이었고, 당시 미국에선 최고 유행 시기가 1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백신이 개발되었다.
홍콩 독감 현재 상황
올해 현재까지 홍콩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579명(7월 11일 기준)이다. 예년의 독감 사망자보다 증가한 것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2개월 단위로 쪼개서 나눠보면 사망자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홍콩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수
1월~2월 : 326명
3월~4월 : 170명
5월~6월 : 67명
홍콩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국면이다.
올해에 홍콩에서 독감 사망자가 예년보다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WHO에서 예측한 바이러스 아형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WHO는 매년 2월경 그해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아형을 예측하여 보고한다. 작년 역시 북반구에서 유행할 3가지 형태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하여 공고했다.
내년 유행할 바이러스를 올해 2월 공고한 WHO. 작년엔 스위스형 A대신에 텍사스형 A를 예측했었다.
제약회사는 이 예측에 맞춰 작년 3~6월경 A형 '캘리포니아' H1N1, A형 '텍사스' H3N2형, B형의 '매사추세츠' 백신을 생산했다. 하지만 A형 '텍사스' H3N2형 대신 A형 '스위스' H3N2형이 유행하면서 백신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A형 '스위스' H3N2 바이러스가 잡히지 못하면서 이번 '홍콩 독감'을 유행시킨 것이다.
결국, '독감 예측 실패'에 의해 일어난 백신 미스매치(VACCINE MISMATCH)가 이번 홍콩 독감 유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백신주 미스매치는 드문 일이 아니다. 미국은 지난 13년간 6회, 유럽은 과거 11년 중 총 7번의 백신주 미스매치를 경험했다.
이런 미스매치가 일어날 경우 면역력이 떨어진 만성 질환자나 고령의 환자는 백신을 접종해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뒤늦게 유난 떠는 정부와 미디어
정부는 7월 9일 홍콩을 '여행 유의' 지역으로 변경했다.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보건 영역만큼은 작은 가능성이라도 예민하게 다루는 것이 합당하다.
하지만 한참 유행하던 올해 초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여행 유의 지역으로 변경한 정부의 행동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것은 그들 스스로 직무유기를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권용집 홍콩정부관광청 지사장은 국내 모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지역본부를 홍콩에 두고 있는 CNN에서도 정작 홍콩 독감에 대한 뉴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을 과장해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한국의 실정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홍콩관광청이 이의를 제기했듯 홍콩 독감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 국면에 이 뉴스가 뒤늦게 주목받는 것이 '의학적'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