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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 취임 '5일' 만에 나온 졸속 대책

    공무원 일자리 창출에 그친 메르스 출구전략

    의료기관 규제 늘지만 수가 개선 언급 전무

    기사입력시간 2015-09-02 06:45
    최종업데이트 2016-01-25 05:08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초점] 정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결국 메르스 사태의 출구전략은 고위직 공무원 자리를 하나 더 늘리고, 거버넌스 일부 개편, 의료기관 규제 확대 선에서 정리가 되는 형국이다. 
     
    정부가 1일 신종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1일 오후 3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향후 신종 감염병에 보다 효과적이고, 철저하게 대응하기 위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24시간 긴급상황실 운영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주요 내용을 보면 정부는 우선 24시간 긴급상황실(EOC)을 운영한다.

    긴급상황실은 감염병에 대한 정보 수집·감시, 신고·접수, 즉시 지휘통제 기능 등을 수행하는 기구다.

    긴급상황실은 24시간 365일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감시하고, 언제든 모든 상황에 즉각적으로 지휘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감염병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질병관리본부 방역관을 팀장으로 하는 '즉각대응팀'을 구성하고, 민간전문가를 합류시켜 출동하게 된다.
     
    정부는 메르스 확산의 큰 이유로 지적된 불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isk Communication 전담부서'를 신설, 신종 감염병 발생시 절차에 따라 관련 정보를 즉시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정규직 역학조사관 확충
    대부분 공중보건의사로 구성된 역학조사관을 정규직으로 대폭 확충하고, 우수 인력들이 방역 행정가로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특수직렬인 '방역직'을 신설한다.

    감염병 격리시설, 전문치료체계 구축
    또 정부는 신종 감염병 유행 확산에 대비해 감염병 환자 격리시설과 전문치료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감염병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격리병상 확대를 위해 최소 300병상 이상의 전문치료시설 확보를 목표로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치료병원을 지정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을 감염병 진료부터 임상연구‧교육까지 전담하는 '중앙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 별도 전문센터를 설립하며, 음압격리병상 150개 이상, 생물안전4등급(BL4) 실험실 등을 운영하기로 했다.

    국립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권역별 전문치료병원'을 3~5개 가량 지정하고, 중앙 및 권역 전문치료병원 설립비 등을 국가에서 지원하되, 신종 감염병 발생시 감염환자 전문치료기관으로 즉시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확충하고,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144개)에 1인 음압병실을 확충하며, 추가로 상급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의무적으로 일정 수의 음압격리병실을 갖춰야 한다.

    병원감염 방지 대책으로는 응급실 선별진료 의무화, 병원감염관리 인프라 확충, 간병·병문안 문화 등 의료환경 개선 등이 포함됐다.
     
    응급실 대책
    응급실을 통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감염위험환자를 선별진료하고, 응급실 음압·격리병상 확보 및 분리진료를 의무화한다.

    환자가족 등 방문객 출입 제한 및 명단 관리를 강화하며,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응급실 입원대기(24시간 이상 체류)를 평가하고, 이를 응급센터 지정기준에 반영하기로 했다.
     
    비응급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 부담 확대 등 응급실 체류시간 단축, 대형병원 응급실 경증환자 유입감소 대책도 마련한다.

    민간병원 격리병상 확충
    상급종합병원 등은 감염병 환자를 위해 의무적으로 음압병상을 운영해야 하며, 1·2인실 일반 격리병상도 늘릴 계획이다.
     
    음압병상은 1인실, 독립된 공조시설, 전실, 환기기준 등의 엄격한 시설기준이 적용된다.
     
    6인실 위주의 입원실 병상구조를 4인실 위주로 개편하도록 유도하면서 병상간 이격거리 설정, 환기기준 마련 등으로 입원실 환경을 개선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정부는 예정대로 보호자 간병을 간호사로 대체하는 포괄간호서비스를 상급종합병원 감염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병원감염관리 강화
    이와 함께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을 단계적으로 확대(200병상 이상에서 150병상 이상)하고, 감염전문의사 등 인력기준을 상향조정해 병원내 감염 관리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병원의 감염관리 인프라 및 관리 활동을 의무평가해 결과에 따른 페널티/인센티브 환류를 실시하고, 보호장비 등 감염방지용품에 건강보험을 적용, 사용을 활성화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료전달체계 및 병원 문화 개선과 관련, 정부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실질적 의뢰절차가 확립될 수 있도록 진료의뢰 수가를 마련하기로 했다.

    병문안 등 병원문화 개선을 위해 입원실 면회시간 제한 등 병원면회 권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민관합동 캠페인도 전개한다.
     
    거버넌스 개편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차관급으로 격상된다.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인사 및 예산권을 일임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보장하며, 정규 역학조사관을 확보하고 이들이 현장에서 조치 및 권한을 행사하게 할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모든 위기단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방역을 책임지도록 하며, 총리실과 복지부, 안전처는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체제로 바뀐다.

    복지부는 “관계부처 및 지자체, 의료계, 시민단체 등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개편방안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당정협의,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백서 등의 결과를 반영해 추가적으로 개편방안을 보완하고 세부실행계획을 면밀히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용 부담 의료기관 전가

    이같은 대책에 대해 새천년민주연합은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은 채 조직이기주의와 복지부동만 드러낸 졸속안이라고 일축했다.
     
    새천년민주연합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상임위는 물론 국회 특위에서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라면서 “정부 개편안은 복수차관제와 질병관리청 설치를 거부한 것으로 관료조직의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방안으로 답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회 메르스 특위는 보고서를 통해 “질병관리본부를 독립적인 보건담당부처인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는 방안, 보건복지부에 보건차관, 복지차관 등 복수 차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번 방역개편안을 보면 민간의료기관들은 각종 의무화에 따른 비용 부담만 떠안게 됐다.
     
    응급실 선별진료, 응급실 음압·격리병상 확보 의무화, 상급종합병원 등 음압병상 의무 설치, 1·2인실 일반 격리병상 설치 확대, 병상간 이격거리 설정, 병실 환기기준 마련,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 병원 확대, 감염전문의사 등 인력기준 상향조정 등은 모두 비용을 수반한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기관의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아 사실상 메르스 사태의 모든 책임을 민간 병의원에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 있다.
     
    여기에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비응급환자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 부담 확대 등을 요란하게 외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내년 하반기까지 세부 실행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해 속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진엽 장관 취임 5일 만에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이 확정 발표된 점, 관련 전문가단체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은 채 서둘러 대책을 발표한 점 역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정부 거버넌스가 개선되더라도 의료전달체계, 응급의료전달체계를 손질하지 않고, 더구나 의료기관의 감염 관련 수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메르스 대책이 과연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