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최근 국내 처음으로 '생체 폐이식' 성공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생체 폐이식' 합법화를 내년 상반기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생체 이식이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는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그 대상에서 폐는 제외하고 있어 폐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뇌사자의 기증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 제11조 제5항에 따르면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이식할 수 있는 장기는 신장과 간장·골수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기에 국한되는데,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기는 췌장, 체도 및 소장이다.
따라서 폐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뇌사자의 기증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폐고혈압 환자인 딸에게 부모의 폐를 이식하는데 성공한 생체 폐이식 소식이 전해지면서, 말기 폐질환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생체 폐이식과 관련해 합법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생체 폐이식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후 201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00례 이상 보고되고 있으며, 생체 폐이식을 활발히 하고 있는 일본은 이식 환자의 1년, 3년, 5년 생존율이 각각 93%, 85%, 75%로 나타나는 등 이미 의학적 안정성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목소리에 복지부가 생체 이식에서 폐를 포함하는 장기이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메디게이트 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알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에 장기이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체 폐이식을 합법화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언급하며, 진행에 4~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미 10월 초에 해당 내용을 처음 논의하고, 생체 폐이식을 허용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생체 폐이식은 예후가 좋지 않아 제외시켰지만, 국외현황 및 최근 성공사례도 나온 만큼 복지부도 이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관계자는 "그동안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이식할 수 있는 장기 중 유일하게 폐만 이식이 불가능했다. 생체 이식의 마지막 장기가 폐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생체 폐이식에 참여했던 서울아산병원 폐이식센터 최세훈 교수는 생체 폐이식의 합법화는 꼭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법 개정 후 생체 폐이식이 가능한 환자들에게 이식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국립장기이식센터 자료에 따르면, 현재 폐이식술은 국내에서 뇌사자의 폐를 기증받기 위해 대기하는 평균적인 기간은 1456일이며, 서울아산병원에서만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뇌사자 폐이식 대기자 68명 중 사망한 환자 수는 32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세훈 교수는 "현재 이식수술 규정상 우선적으로 뇌사자의 폐를 기증 받기 위해서는 폐질환 자체가 악화돼 인공호흡기를 삽입해야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다는 것은 이미 폐기능이 유지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인공호흡기 이후 상태가 더 좋지 않으면 에크모(ECMO)를 사용하고, 이후에는 사망하게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에크모를 사용했을 때 환자에게 남은 기간은 평균 2~4주 정도이며, 정말 오래 버틴다고 해도 3개월을 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세훈 교수는 "폐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전국적으로 300명정도 되는데, 이 300명은 리스트에 오르는 300명이다. 고정된 환자들이 아닌 환자가 사망하면 또 다른 환자가 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뜻 한다"면서 "또한 뇌사자가 발생하더라도 폐는 금방 망가진다. 결국 쓸 수 있는 비율은 20%정도에 불과하다. 생체 폐이식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세훈 교수는 생체 폐이식이 환자들에게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생체 폐이식이 합법화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수술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세훈 교수는 "생체 폐이식은 한명 당 한쪽의 폐 일부를 기증받는 것이기 때문에 기증자 2명이 있어야 하며, 이들이 건강하고 수술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 있어야 수술이 가능하다"면서 "생체 이식은 무엇보다 기증하는 사람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생체 이식이 합법화된다면, 폐질환으로 인해 심장 등 다른 장기 손상이 생명이 위급한 환자 및 소아환자 등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면서 "또한 2명의 건강한 기증자가 있어야 하고, 대수술인 만큼 합법화 이후에도 수술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