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는 의사들이 비임상을 고려할 때 우선 떠올리는, 병원 밖 진로에선 파이가 가장 큰 영역이다.
단 한 명의 인터뷰로는 이쪽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복수의 상대를 고려했는데, 그중 한 꼭지는 남다른 분야의 제약의사로 할애했다.
국내사나 외국계 가릴 것 없이 제약회사를 접촉하던 중 오늘 인터뷰 주인공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녀가 '일반적이지 않은 제약의사'의 적임자라고 결정했다.
의사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멀츠라는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점, 일반적인 전문의약품이 아닌 에스테틱 분야에서 '업력'을 쌓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제 여의사도 인터뷰 한 번 할 때가 됐다는, 여러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멀츠코리아에서 Associate Medical Director로 근무하는 노정임 상무는 인턴만 수료하고 제약회사에 진출했다가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다시 제약업계로 컴백한, 조금은 특이한 경력의 제약의사다.
그녀에게 '에스테틱 전문 제약의사'에 관해 물어봤다.
멀츠코리아의 노정임 상무: 그녀는 사진 촬영을 요청받자, 위치를 옮겨 배경을 바꾸는 '애사심'을 발휘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전문의까지 마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대략적인 의대 졸업 후부터 제약의사가 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대전에서 자라다가 건양대를 2006년도에 졸업하고, 인턴을 서울아산병원에서 마쳤어요
인턴 말에 임신하는 바람에 전공의를 바로 시작하지 못했죠.
그런 상황에서 (전공의 대신) 미용 전문 의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간간이 일을 하다가,
2009년경 메디게이트(웃음)에서 구직 공고를 하나 봤죠. 제약회사에서 미용경험이 있는 의사를 찾는다는 거에요.
저는 당시 의사가 제약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것 자체도 모르는 상태에서,
'헤드헌터'라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하게 됐어요.
처음 헤드헌터와 인터뷰(면접)를 보고, 제약회사 인터뷰를 4차, 5차까지 진행했고
그래서 '앨러간'이라는 회사에서 처음 일하게 됐죠.
메디게이트뉴스: 처음 제약회사에서 들어갈 당시 에스테틱을 전문으로 하는 제약의사가 많지는 않았나요?
그 당시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언제부터 제약회사에 들어갈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셨던 거에요? 인터뷰(면접)를 준비하거나, CV(Curriculum Vitae, 영문이력서)를 내 볼 생각을 언제쯤 하신 거죠?
계획을 특별히 세우지는 않았어요.
인터뷰를 그냥 시험 삼아 보게 됐던 거죠.
이런 말이 좀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인연이나 타이밍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늦게 들어갔으면 진입 턱이 높아졌을 수도 있는 거고요.
당시에 앨러간이라는 회사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우연히 기회가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제약회사 인터뷰는 보통 의사들이 겪었던 면접과는 다르잖아요? 자기가 누군지 긍정적으로 어필해야 하고요. 인터뷰 자체가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제가 원래 성격이 적극적인 편이에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즐기는 편이죠.
그리고 당시 제가 미용 쪽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해서,
실제 인터뷰에서 물어봤던 내용 상당수가 제가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도 의사가 왜 이쪽에 지원하는지 질문했었어요.
저는 예전 학생 때부터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여성이다 보니 뷰티에 관심이 많았다고 대답했고요.
제가 의대도 휴학하고 미국에 유학을 혼자 준비해서 갔던 적이 있어요. 그런 경험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됐던 것 같아요.
(갑자기 유학이라니!! 기자의 흥분 지수가 순간 상승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잠깐만요. 의대 다닐 때 휴학하고 미국을 다녀오셨다고요? 어떤 의도로요?
제가 본3 때 실습을 들어가기 바로 전이에요.
그 때 미국에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니고요.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한번…" 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았어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제 마음 속에 그런 열망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돌이켜보면 의미가 좀 있었겠어요.
네. 힘들기도 했지만, 의미가 있었죠.
저는 그때 부모님이 반대하신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경제적인 지원을 완전히 받지는 못했고요.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웨이트리스도 하면서 일반적인 유학생처럼 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유학하면서 여행도 많이 가보고, 여러 일도 했죠.
한국에서는 의대생이라고 하면 과외를 할 수 있잖아요?
거기서는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경험을 해봤다는 게,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있어서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녀가 말하는 제약의사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실제 회사에 처음 들어가 보니 어떤 역할을 요구하던가요?
그때 제가 했던 일은 일반적인 제약회사 입장에서 보면 Medical Advisor(MA, 의학자문의)의 역할이에요.
근데 에스테틱 업계는 좀 특이하거든요?
MA라고 하면 일반적인 제약회사에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데이터의 정리나 직원들의 교육 정도로 일이 끝나는데, 이쪽(에스테틱)에선 당시 클리닉을 방문해야 했어요.
세일즈의 한 종류죠.
생각해보면 영업과 굉장히 유사했던 것 같아요.
클리닉을 방문해서, 당시엔 필러가 지금처럼 대중화된 상태가 아니어서, 필러 사용에 대해 조언해드리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워크숍 주최를 많이 했죠.
인젝션(Injection) 테크닉이나 제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숍 주최를 많이 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에스테틱 분야에서 의사를 뽑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장점이 있나요?
이것은 에스테틱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는데요.
실제 어떤 비즈니스를 하려면, 소비자를 이해하고 제품도 이해해야 하잖아요.
근데 제약회사에선 '소비자인 의사'를 의사만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제품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데이터만 본다고 이해하는 게 아니잖아요?
환자를 직접 본, 임상해본 사람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죠.
회사에서는 계획을 세울 때 전략을 짠다고 하는데요.
그 두 가지(소비자, 제품)가 회사에서는 전략을 짜고 방향을 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데,
그때 의사가 관여해야 하는 거죠.
전략이 한번 잘못 세워지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망가져 버릴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있어서 (의사의 역할이) 굉장히 결정적인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기에 가정의학과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요즘은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의 경우 세부 펠로우까지 마친 의사를 찾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정말 의학적인 서포트가 필요할 때이고요.
제가 다시 가정의학과 수련을 고려했던 이유가요.
그래도 여러 과를 바라보게 되잖아요?
타과에 가서 적응하고 조율하는 거, 그게 회사에서는 엄청 중요하거든요.
정말 사이언티픽(Scientific)하게 들어가려면, 중간 패컬티(Faculty, 쉽게 말하면 교수)까지 한 상황이 좋겠죠.
하지만 임상 여러 분야를 알고 나중에 위로 올라갈 때는 정말 제너럴한(일반적인) 것을 봐야 하거든요.
회사가 약물 하나만 가진 것은 아니잖아요?
메디게이트뉴스: 많은 임상 의사들이 궁금해하는 건데요. 실제 대부분은 말하길 꺼리시죠. 현재 처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처우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들어왔었어요.
여기에서 제가 잘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저에게 제한한 연봉을 딜해서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죠.
처음엔 열심히 일하면 올라가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러기는 좀 힘들고요.
일반과 봉직의 기준으로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약간 더 낮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임상의들이 상대적으로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봉직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월급의 규격화'에 관해 말해줬다. 어느 제약회사든 경력에 따른 연봉 수준이 정해져 있고, 그 수준이 크게 차이나진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래도 저(의사)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면서 쓰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결국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길 원하는 거죠.
그건 힘든 일이지만, 반대로 그런 면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회사는 병원과는 다른 기준으로 업무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잖아요?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병원보다는 확실히 회사는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 있어요.
여러 사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일관적인 결과가 나와야 하잖아요?
흔히 '매트릭스'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보통 3~5가지 매트릭스를 평가해요
업무의 전문성, 효율성, 그리고 협업이죠.
매니저가 되면 매니저의 역할, 그러니깐 구성원을 얼마나 격려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보게 되고요
저도 당연히 이런 것을 보스에게 평가받아요.
그 보스가 개인의 생각만으로 평가할 것 같지만, 실제는 주변에 다양한 피드백이 있잖아요? 거기에 회사의 결과물도 있고, 회사의 매출도 있죠.
그런 게 다 믹스된 포맷이 존재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지금 선생님 스스로 밥값은 하신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런 고민을 항상 해요.
제약회사에 들어와서 멘토분한테 들은 건데, 직원 한 명이 연봉의 다섯 배 정도는 벌어줘야 밥값을 하는 거래요.
예를 들어 연봉이 4천만원인 사람이 있다면, 실제 회사에서 그 사람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1억이 될 수도 있다는 거에요.
관련 물품이라든지 그 사람을 유지하는 비용 혹은 교육하는 시간을 다 따져봤을 때 1억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제가 연봉의 다섯 배를 할 수 있는가라고 항상 되묻는데요,
요즘은 '예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장 어딜 가서 매출을 얼마 따오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가기 위해서 시작점부터 같이 하기 때문에,
시작점이 잘못 틀어지면 몇억이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항상 제 연봉의 다섯 배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상도 마찬가집니다만, 이쪽은 뭐랄까요? 이직이 굉장히 흔하단 말이지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좀 희박한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계 회사는요.
보통 어떤 이유 혹은 어떤 상황에서 이직하게 되나요?
제약회사라고 모두 같지는 않아요.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회사 분위기는 다르거든요.
결과 중심인 곳이 있고요, 조금은 비인간적일 수도 있지만...
라이프 퀄리티를 중요시하는 회사도 있죠.
그런데 이런 곳(라이프 퀄리티 중시하는 회사)에선 동기가 떨어지는 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자기가 열심히 해도 인정을 잘 못 받아요.
열심히 안 한 사람과 분별이 없으면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덜 드는 거죠.
그러면 회사를 떠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결과 중심의 회사로 옮기죠.
일이 힘들더라도 결과를 보상받는 회사로 옮기는 거죠.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어떤 때가 가장 힘드신가요?
제약회사는 의사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합니다.
의사가 아닌 분들은 의사면 다 알 거로 생각하거든요? 의사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분야는 있죠.
저는 회사에서 모든 제품에 관여하지만, 회사에선 저에게 다양한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경험을 요구하는데,
저에겐 그럴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도 회사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면서까지 저를 쓰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결국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길 원하는 거죠.
그런 점이 힘들지만, 반대로 그런 점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제약회사는 여의사들이 근무하기에 어때요??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좋다고도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의사들이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가 있는데요.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의사에게 좋은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제약회사 같은 경우는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가끔은 연차도 쓸 수 있고 주말은 쉰다고 하지만, 출장을 가거나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실제 육아와 일을 같이 하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 아이가 하나일 때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아이가 늘고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회사는 로딩을 예측할 수가 없죠?
맞아요. 그래서 예전에 구본철 선생님이 이전 인터뷰에서도 그랬지만, 근무 총량을 따져봤을 때는 적지 않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안 하던 일을 하기 때문에 익숙하기 전까지는 더 힘든 것 같아요.
(단순히 라이프 퀄리티 때문에 비임상을 고려한다면, 다시 임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멀츠코리아 #제약회사 #MD
메디게이트뉴스: 에스테틱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면 멀츠라는 회사를 잘 모를 것 같아요.
회사 소개 좀 부탁합니다.
원래 멀츠는 독일회사인데요. 역사가 100년 정도 됐어요.
에스테틱을 전문적으로 하기 전까지는 신경과와 OTC 쪽에 좋은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던 회사입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는 5년 됐고요. OTC에도 유명한 약물이 있는데, 주로 파트너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죠.
미용전문 제약회사로 전향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한 상태고,
제오민(Xeomin)이라는 (보톡스) 톡신,
벨로테로(Belotero)라는 HA필러와 칼슘 필러인 래디어스(Radiesse) 등의 제품이 있고요,
최근엔 울쎄라라는 장비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리프팅 장비로는 유명해요.
앞으로 미용 쪽으로 분야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에스테틱 분야에서 멀츠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에스테틱 제약회사 같은 경우는 한두 가지 제품만 있어요.
근데,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 저희는 보통 그것을 '풀 포트폴리오'라고 부르는데요,
풀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톡신과 필러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조금 있지만...
저희는 톡신과 필러, 의료 장비, OTC 장비가 있고,
글로벌에서는 화장품도 있어요, 지금 당장 한국에서는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의약 화장품이 있고, 필러만으로도 종류가 다양하죠.
이렇게 많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고요, 그게 멀츠의 강점입니다.
멀츠코리아의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현재 하시는 대략적인 일과(Daily routine) 소개 부탁합니다.
일과라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메디게이트뉴스: 매일매일 다르죠?
네, 굉장히 달라서…
보통 출장이 없을 땐,
출근해서 오전 한 시간 정도는 이메일 체크하고, 일과를 미리 준비하고요.
미팅이 매우 많아요. 커뮤니케이션이 회사의 전부인 것처럼…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더 미팅이 많거든요. 하루에 평균적으로 2~3개는 있는 것 같아요.
미팅하다 보면 시간이 다 가기도 하고, 학회 관련 일 때문에 선생님을 만나기도 하고, 직원들 교육도 하고요.
주로 이메일 체크, 미팅, 고객 만남 등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짬짬이 의학부 계획 같은 것을 세우죠.
메디게이트뉴스: 회사 분위기는 어떤 편이에요?
그래도 몇몇 회사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으셔서 평가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편이에요. 전 부서 모여서 어떤 전략 같은 것을 논의할 때 좋죠.
회사는 보통 부서 간의 갈등이 많잖아요?
근데 여기는 확연히 적어요.
그래서 마케팅, 영업, 파이낸스 팀하고도 친밀하게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업무추진도 빠르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주로 에스테틱 관련 제약 업무를 하신 거잖아요? 아직 보편적인 제약 업무를 하신 것은 아니지만… 아시는 제약의사들의 간접경험을 통해 어떤 점이 좀 일반적인 제약업무와 다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쪽은 톡신이나 필러도 그렇고 장비도 그렇고요.
단순 데이터를 전달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의사들이 이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게 전달할지,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 있거든요.
전문의약품은 이미 그런 게 정해져서 나오잖아요? 그래서 임상시험 결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죠.
하지만 이쪽에서는 어떻게 의사들에게 익숙하게 사용하게 하고, 어떻게 트렌드를 이끌어갈지 고민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쪽 시장은 전문의약품과 컨슈머 제품의 중간 시장인 것 같아요.
전문의약품의 규칙은 다 지키면서도,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가야만 하죠.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제약회사의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MD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그자리가 약사들의 몫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많은 MD 분들이 단순히 사이언티픽 서포트(Scientific Support)나 하다 커리어를 끝내려고 제약의사를 시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약사와의 경쟁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요.
앞으로 MD가 어떤 점을 더 강화해야 이쪽에서 더 잘 생존하고, '끝'을 볼 수 있을까요?
사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의사가 제약회사에 들어가면 크게 두 갈래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 싸이언틱 서포트, 즉 메디컬 어페어나 R&D 쪽으로 가시는 분이 있고요.
이 분들이 CEO가 아니더라도, 최고가 아니라고 말하긴 좀 힘들 것 같아요.
그쪽에서도 최고 자리는 있으니깐요.
다음은 커머셜 파트라고 하는 마켓팅이나 세일즈 쪽,
여기에서 경력을 쌓아서 최고 자리에 오르시는 분이 있는데요.
현재 대부분의 제약의사들은 남성의 경우 군대 마치고 나이가 좀 있어서 오시잖아요?
그리고 또 대우를 받고 최소 부장 자리 이상으로 오시고요.
그런 상황에서 세일즈 말단으로 내려가기란 어렵죠.
그중에는 물론 특출난 분이 있긴 하지만요.
그분들은 말단 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업 팀장이나 마케팅 쪽으로 넘어가셔서 굉장히 힘든 여정을 이겨내세요.
그런 분들은 정말 위로 올라가시는 거고요.
메디게이트뉴스: 마케팅 세일즈 팀장 정도가 된 후 일정 고생을 해야만 한다는 말씀인가요?
여기는 병원에서의 생태계와 너무 달라서,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팀장이면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러려면 팀원을 해봤어야 이해를 할 수 있거든요?
근데 그것을 안 해보고 매니저를 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죠.
어쨌든 이쪽 업계에서 의사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은 그렇게 못하고 있는데요.
제가 세일즈와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실제 영업 팀원이 돼보진 않았거든요.
근데 제약회사에 들어온 많은 약사분은 영업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의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보다 부족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경력을 따져보면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쉽진 않죠.
메디게이트뉴스: 마지막으로 제약회사 근무를 할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금 고민을 하더니) 지금 하나 딱 떠오르는 것은,
'받아들이려는 자세'인 것 같아요.
보통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일하려면 영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게 '받아들이려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는 내가 생각하지 않던 상황이 굉장히 많이 벌어지거든요.
회사에선 내가 정말 틀렸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회사는 조직이니깐…
그런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생각보다 잘 안 되거든요.
그게 가진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받아들이려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그게 잘 안 되는데요.
제약회사에서 의사로서 남들보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고요.
그냥 제 의사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의 그것처럼,
나 역시 한 명의 전문 구성원일 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그게 제일 중요한 자세 같아요.
이렇게 약 80분간의 인터뷰는 끝났고…
무모해 보일 정도의 과감한 선택이 돌이켜보면 의미 있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론, 그녀가 본과 3학년 병원실습을 앞두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저질렀고,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는 보통 그렇게 못한다.
이 인터뷰가 제약회사 진로를 고려 중인 의대생, 수련의, 전문의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단 한 명의 인터뷰로는 이쪽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복수의 상대를 고려했는데, 그중 한 꼭지는 남다른 분야의 제약의사로 할애했다.
국내사나 외국계 가릴 것 없이 제약회사를 접촉하던 중 오늘 인터뷰 주인공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녀가 '일반적이지 않은 제약의사'의 적임자라고 결정했다.
의사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멀츠라는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점, 일반적인 전문의약품이 아닌 에스테틱 분야에서 '업력'을 쌓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제 여의사도 인터뷰 한 번 할 때가 됐다는, 여러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멀츠코리아에서 Associate Medical Director로 근무하는 노정임 상무는 인턴만 수료하고 제약회사에 진출했다가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다시 제약업계로 컴백한, 조금은 특이한 경력의 제약의사다.
그녀에게 '에스테틱 전문 제약의사'에 관해 물어봤다.
멀츠코리아의 노정임 상무: 그녀는 사진 촬영을 요청받자, 위치를 옮겨 배경을 바꾸는 '애사심'을 발휘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전문의까지 마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대략적인 의대 졸업 후부터 제약의사가 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대전에서 자라다가 건양대를 2006년도에 졸업하고, 인턴을 서울아산병원에서 마쳤어요
인턴 말에 임신하는 바람에 전공의를 바로 시작하지 못했죠.
그런 상황에서 (전공의 대신) 미용 전문 의원에서 파트타임으로 간간이 일을 하다가,
2009년경 메디게이트(웃음)에서 구직 공고를 하나 봤죠. 제약회사에서 미용경험이 있는 의사를 찾는다는 거에요.
저는 당시 의사가 제약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것 자체도 모르는 상태에서,
'헤드헌터'라는 분과 처음으로 접촉하게 됐어요.
처음 헤드헌터와 인터뷰(면접)를 보고, 제약회사 인터뷰를 4차, 5차까지 진행했고
그래서 '앨러간'이라는 회사에서 처음 일하게 됐죠.
메디게이트뉴스: 처음 제약회사에서 들어갈 당시 에스테틱을 전문으로 하는 제약의사가 많지는 않았나요?
그 당시에는 그랬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언제부터 제약회사에 들어갈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셨던 거에요? 인터뷰(면접)를 준비하거나, CV(Curriculum Vitae, 영문이력서)를 내 볼 생각을 언제쯤 하신 거죠?
계획을 특별히 세우지는 않았어요.
인터뷰를 그냥 시험 삼아 보게 됐던 거죠.
이런 말이 좀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인연이나 타이밍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늦게 들어갔으면 진입 턱이 높아졌을 수도 있는 거고요.
당시에 앨러간이라는 회사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우연히 기회가 맞아 떨어졌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제약회사 인터뷰는 보통 의사들이 겪었던 면접과는 다르잖아요? 자기가 누군지 긍정적으로 어필해야 하고요. 인터뷰 자체가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제가 원래 성격이 적극적인 편이에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도 즐기는 편이죠.
그리고 당시 제가 미용 쪽에 파트타임으로 근무해서,
실제 인터뷰에서 물어봤던 내용 상당수가 제가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도 의사가 왜 이쪽에 지원하는지 질문했었어요.
저는 예전 학생 때부터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여성이다 보니 뷰티에 관심이 많았다고 대답했고요.
제가 의대도 휴학하고 미국에 유학을 혼자 준비해서 갔던 적이 있어요. 그런 경험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됐던 것 같아요.
(갑자기 유학이라니!! 기자의 흥분 지수가 순간 상승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잠깐만요. 의대 다닐 때 휴학하고 미국을 다녀오셨다고요? 어떤 의도로요?
제가 본3 때 실습을 들어가기 바로 전이에요.
그 때 미국에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어서 간 것은 아니고요.
"새로운 세계를 보고 싶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한번…" 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았어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잘 모르겠어요. 제 마음 속에 그런 열망이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돌이켜보면 의미가 좀 있었겠어요.
네. 힘들기도 했지만, 의미가 있었죠.
저는 그때 부모님이 반대하신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경제적인 지원을 완전히 받지는 못했고요.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웨이트리스도 하면서 일반적인 유학생처럼 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유학하면서 여행도 많이 가보고, 여러 일도 했죠.
한국에서는 의대생이라고 하면 과외를 할 수 있잖아요?
거기서는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만 하는 경험을 해봤다는 게,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있어서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녀가 말하는 제약의사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실제 회사에 처음 들어가 보니 어떤 역할을 요구하던가요?
그때 제가 했던 일은 일반적인 제약회사 입장에서 보면 Medical Advisor(MA, 의학자문의)의 역할이에요.
근데 에스테틱 업계는 좀 특이하거든요?
MA라고 하면 일반적인 제약회사에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데이터의 정리나 직원들의 교육 정도로 일이 끝나는데, 이쪽(에스테틱)에선 당시 클리닉을 방문해야 했어요.
세일즈의 한 종류죠.
생각해보면 영업과 굉장히 유사했던 것 같아요.
클리닉을 방문해서, 당시엔 필러가 지금처럼 대중화된 상태가 아니어서, 필러 사용에 대해 조언해드리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워크숍 주최를 많이 했죠.
인젝션(Injection) 테크닉이나 제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숍 주최를 많이 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에스테틱 분야에서 의사를 뽑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장점이 있나요?
이것은 에스테틱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제약회사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는데요.
실제 어떤 비즈니스를 하려면, 소비자를 이해하고 제품도 이해해야 하잖아요.
근데 제약회사에선 '소비자인 의사'를 의사만큼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제품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데이터만 본다고 이해하는 게 아니잖아요?
환자를 직접 본, 임상해본 사람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죠.
회사에서는 계획을 세울 때 전략을 짠다고 하는데요.
그 두 가지(소비자, 제품)가 회사에서는 전략을 짜고 방향을 정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데,
그때 의사가 관여해야 하는 거죠.
전략이 한번 잘못 세워지면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망가져 버릴 때가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있어서 (의사의 역할이) 굉장히 결정적인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제약회사에서 근무하기에 가정의학과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요즘은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의 경우 세부 펠로우까지 마친 의사를 찾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정말 의학적인 서포트가 필요할 때이고요.
제가 다시 가정의학과 수련을 고려했던 이유가요.
그래도 여러 과를 바라보게 되잖아요?
타과에 가서 적응하고 조율하는 거, 그게 회사에서는 엄청 중요하거든요.
정말 사이언티픽(Scientific)하게 들어가려면, 중간 패컬티(Faculty, 쉽게 말하면 교수)까지 한 상황이 좋겠죠.
하지만 임상 여러 분야를 알고 나중에 위로 올라갈 때는 정말 제너럴한(일반적인) 것을 봐야 하거든요.
회사가 약물 하나만 가진 것은 아니잖아요?
메디게이트뉴스: 많은 임상 의사들이 궁금해하는 건데요. 실제 대부분은 말하길 꺼리시죠. 현재 처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처우를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들어왔었어요.
여기에서 제가 잘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저에게 제한한 연봉을 딜해서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죠.
처음엔 열심히 일하면 올라가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러기는 좀 힘들고요.
일반과 봉직의 기준으로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에는 약간 더 낮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임상의들이 상대적으로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봉직의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월급의 규격화'에 관해 말해줬다. 어느 제약회사든 경력에 따른 연봉 수준이 정해져 있고, 그 수준이 크게 차이나진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래도 저(의사)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면서 쓰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결국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길 원하는 거죠.
그건 힘든 일이지만, 반대로 그런 면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회사는 병원과는 다른 기준으로 업무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잖아요?
보통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병원보다는 확실히 회사는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 있어요.
여러 사람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일관적인 결과가 나와야 하잖아요?
흔히 '매트릭스'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보통 3~5가지 매트릭스를 평가해요
업무의 전문성, 효율성, 그리고 협업이죠.
매니저가 되면 매니저의 역할, 그러니깐 구성원을 얼마나 격려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보게 되고요
저도 당연히 이런 것을 보스에게 평가받아요.
그 보스가 개인의 생각만으로 평가할 것 같지만, 실제는 주변에 다양한 피드백이 있잖아요? 거기에 회사의 결과물도 있고, 회사의 매출도 있죠.
그런 게 다 믹스된 포맷이 존재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지금 선생님 스스로 밥값은 하신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런 고민을 항상 해요.
제약회사에 들어와서 멘토분한테 들은 건데, 직원 한 명이 연봉의 다섯 배 정도는 벌어줘야 밥값을 하는 거래요.
예를 들어 연봉이 4천만원인 사람이 있다면, 실제 회사에서 그 사람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1억이 될 수도 있다는 거에요.
관련 물품이라든지 그 사람을 유지하는 비용 혹은 교육하는 시간을 다 따져봤을 때 1억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제가 연봉의 다섯 배를 할 수 있는가라고 항상 되묻는데요,
요즘은 '예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장 어딜 가서 매출을 얼마 따오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가기 위해서 시작점부터 같이 하기 때문에,
시작점이 잘못 틀어지면 몇억이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항상 제 연봉의 다섯 배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상도 마찬가집니다만, 이쪽은 뭐랄까요? 이직이 굉장히 흔하단 말이지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좀 희박한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계 회사는요.
보통 어떤 이유 혹은 어떤 상황에서 이직하게 되나요?
제약회사라고 모두 같지는 않아요.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회사 분위기는 다르거든요.
결과 중심인 곳이 있고요, 조금은 비인간적일 수도 있지만...
라이프 퀄리티를 중요시하는 회사도 있죠.
그런데 이런 곳(라이프 퀄리티 중시하는 회사)에선 동기가 떨어지는 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자기가 열심히 해도 인정을 잘 못 받아요.
열심히 안 한 사람과 분별이 없으면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덜 드는 거죠.
그러면 회사를 떠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결과 중심의 회사로 옮기죠.
일이 힘들더라도 결과를 보상받는 회사로 옮기는 거죠.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어떤 때가 가장 힘드신가요?
제약회사는 의사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합니다.
의사가 아닌 분들은 의사면 다 알 거로 생각하거든요? 의사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분야는 있죠.
저는 회사에서 모든 제품에 관여하지만, 회사에선 저에게 다양한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경험을 요구하는데,
저에겐 그럴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도 회사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면서까지 저를 쓰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결국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길 원하는 거죠.
그런 점이 힘들지만, 반대로 그런 점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제약회사는 여의사들이 근무하기에 어때요??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좋다고도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여의사들이 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가 있는데요.
큰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의사에게 좋은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제약회사 같은 경우는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가끔은 연차도 쓸 수 있고 주말은 쉰다고 하지만, 출장을 가거나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실제 육아와 일을 같이 하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 아이가 하나일 때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아이가 늘고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회사는 로딩을 예측할 수가 없죠?
맞아요. 그래서 예전에 구본철 선생님이 이전 인터뷰에서도 그랬지만, 근무 총량을 따져봤을 때는 적지 않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안 하던 일을 하기 때문에 익숙하기 전까지는 더 힘든 것 같아요.
(단순히 라이프 퀄리티 때문에 비임상을 고려한다면, 다시 임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멀츠코리아 #제약회사 #MD
메디게이트뉴스: 에스테틱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 아니면 멀츠라는 회사를 잘 모를 것 같아요.
회사 소개 좀 부탁합니다.
원래 멀츠는 독일회사인데요. 역사가 100년 정도 됐어요.
에스테틱을 전문적으로 하기 전까지는 신경과와 OTC 쪽에 좋은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던 회사입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는 5년 됐고요. OTC에도 유명한 약물이 있는데, 주로 파트너를 통해서 판매하고 있죠.
미용전문 제약회사로 전향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한 상태고,
제오민(Xeomin)이라는 (보톡스) 톡신,
벨로테로(Belotero)라는 HA필러와 칼슘 필러인 래디어스(Radiesse) 등의 제품이 있고요,
최근엔 울쎄라라는 장비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리프팅 장비로는 유명해요.
앞으로 미용 쪽으로 분야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에스테틱 분야에서 멀츠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보통 에스테틱 제약회사 같은 경우는 한두 가지 제품만 있어요.
근데,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 저희는 보통 그것을 '풀 포트폴리오'라고 부르는데요,
풀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톡신과 필러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조금 있지만...
저희는 톡신과 필러, 의료 장비, OTC 장비가 있고,
글로벌에서는 화장품도 있어요, 지금 당장 한국에서는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의약 화장품이 있고, 필러만으로도 종류가 다양하죠.
이렇게 많은 포트폴리오를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고요, 그게 멀츠의 강점입니다.
멀츠코리아의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현재 하시는 대략적인 일과(Daily routine) 소개 부탁합니다.
일과라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메디게이트뉴스: 매일매일 다르죠?
네, 굉장히 달라서…
보통 출장이 없을 땐,
출근해서 오전 한 시간 정도는 이메일 체크하고, 일과를 미리 준비하고요.
미팅이 매우 많아요. 커뮤니케이션이 회사의 전부인 것처럼…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더 미팅이 많거든요. 하루에 평균적으로 2~3개는 있는 것 같아요.
미팅하다 보면 시간이 다 가기도 하고, 학회 관련 일 때문에 선생님을 만나기도 하고, 직원들 교육도 하고요.
주로 이메일 체크, 미팅, 고객 만남 등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짬짬이 의학부 계획 같은 것을 세우죠.
메디게이트뉴스: 회사 분위기는 어떤 편이에요?
그래도 몇몇 회사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으셔서 평가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편이에요. 전 부서 모여서 어떤 전략 같은 것을 논의할 때 좋죠.
회사는 보통 부서 간의 갈등이 많잖아요?
근데 여기는 확연히 적어요.
그래서 마케팅, 영업, 파이낸스 팀하고도 친밀하게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업무추진도 빠르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주로 에스테틱 관련 제약 업무를 하신 거잖아요? 아직 보편적인 제약 업무를 하신 것은 아니지만… 아시는 제약의사들의 간접경험을 통해 어떤 점이 좀 일반적인 제약업무와 다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쪽은 톡신이나 필러도 그렇고 장비도 그렇고요.
단순 데이터를 전달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의사들이 이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게 전달할지,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 있거든요.
전문의약품은 이미 그런 게 정해져서 나오잖아요? 그래서 임상시험 결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죠.
하지만 이쪽에서는 어떻게 의사들에게 익숙하게 사용하게 하고, 어떻게 트렌드를 이끌어갈지 고민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쪽 시장은 전문의약품과 컨슈머 제품의 중간 시장인 것 같아요.
전문의약품의 규칙은 다 지키면서도,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가야만 하죠.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제약회사의 최고 경영자까지 오른 MD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그자리가 약사들의 몫이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많은 MD 분들이 단순히 사이언티픽 서포트(Scientific Support)나 하다 커리어를 끝내려고 제약의사를 시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약사와의 경쟁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요.
앞으로 MD가 어떤 점을 더 강화해야 이쪽에서 더 잘 생존하고, '끝'을 볼 수 있을까요?
사견임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의사가 제약회사에 들어가면 크게 두 갈래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 싸이언틱 서포트, 즉 메디컬 어페어나 R&D 쪽으로 가시는 분이 있고요.
이 분들이 CEO가 아니더라도, 최고가 아니라고 말하긴 좀 힘들 것 같아요.
그쪽에서도 최고 자리는 있으니깐요.
다음은 커머셜 파트라고 하는 마켓팅이나 세일즈 쪽,
여기에서 경력을 쌓아서 최고 자리에 오르시는 분이 있는데요.
현재 대부분의 제약의사들은 남성의 경우 군대 마치고 나이가 좀 있어서 오시잖아요?
그리고 또 대우를 받고 최소 부장 자리 이상으로 오시고요.
그런 상황에서 세일즈 말단으로 내려가기란 어렵죠.
그중에는 물론 특출난 분이 있긴 하지만요.
그분들은 말단 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업 팀장이나 마케팅 쪽으로 넘어가셔서 굉장히 힘든 여정을 이겨내세요.
그런 분들은 정말 위로 올라가시는 거고요.
메디게이트뉴스: 마케팅 세일즈 팀장 정도가 된 후 일정 고생을 해야만 한다는 말씀인가요?
여기는 병원에서의 생태계와 너무 달라서,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팀장이면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러려면 팀원을 해봤어야 이해를 할 수 있거든요?
근데 그것을 안 해보고 매니저를 한다면 쉬운 일은 아니죠.
어쨌든 이쪽 업계에서 의사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은 그렇게 못하고 있는데요.
제가 세일즈와 굉장히 밀접하게 관련되어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실제 영업 팀원이 돼보진 않았거든요.
근데 제약회사에 들어온 많은 약사분은 영업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의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보다 부족할 수 있지만,
회사에서 경력을 따져보면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쉽진 않죠.
메디게이트뉴스: 마지막으로 제약회사 근무를 할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금 고민을 하더니) 지금 하나 딱 떠오르는 것은,
'받아들이려는 자세'인 것 같아요.
보통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일하려면 영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게 '받아들이려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는 내가 생각하지 않던 상황이 굉장히 많이 벌어지거든요.
회사에선 내가 정말 틀렸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회사는 조직이니깐…
그런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생각보다 잘 안 되거든요.
그게 가진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받아들이려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그게 잘 안 되는데요.
제약회사에서 의사로서 남들보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고요.
그냥 제 의사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들의 그것처럼,
나 역시 한 명의 전문 구성원일 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그게 제일 중요한 자세 같아요.
이렇게 약 80분간의 인터뷰는 끝났고…
무모해 보일 정도의 과감한 선택이 돌이켜보면 의미 있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론, 그녀가 본과 3학년 병원실습을 앞두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난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저질렀고,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는 보통 그렇게 못한다.
이 인터뷰가 제약회사 진로를 고려 중인 의대생, 수련의, 전문의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