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PA문제에 있어 가장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해오던 전공의들이 이번 PA 도입 논란엔 모습을 감추고 있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보조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를 공식적으로 양성하고 있다는 내용이 밝혀지며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를 비롯한 전국 광역시·도의사회장 협의회 등 다양한 직역의 의료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17일 본지 통화에서 "당장 임상전담간호사(CPN)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임상전담간호사 도입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발족해 규정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위원회를 통해 병원 내 많은 직역의 인원들과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 다양한 직역에서 반대 입장을 밝힌 것과 별개로 그동안 PA 문제에 있어 완강한 반대 의견을 밝혀오던 전공의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본지는 PA 도입 문제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서울대전공의협의회(서전협) 측에 공식적인 입장을 물었다. 수차례 답변을 요구했지만 대전협은 침묵을, 서전협 측은 "당장 내놓을만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그동안 PA 도입이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PA 간호사들로 인해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대전협 22기 집행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자료 분석'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수련기관이 PA를 운용한다고 응답한 전공의들이 70%를 상회했고 PA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는 비중은 2018년에 약 2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전협이 PA 도입 논란에 대해 지금까지와 다르게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결과, 대전협 내부적으로도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전공의 A씨는 "특히 지방 쪽으로 가면 전공의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진료보조인력이 어쩔 수 없이 묵인돼 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현실이 달라진 것은 없고 PA 덕분에 주80시간 근무가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연차가 낮을 때는 수련기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PA를 반대하지만 연차가 높아질수록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과별로도 입장이 조금씩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전협이 가장 앞장서서 반대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까지는 이 같은 의견이 내부적으로 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대의원 관계자는 "병원의사들도 나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이번 사안은 이번 집행부의 큰 실책으로 기록될 것이다. 대전협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큰 동요가 있는 상황이다. 다가오는 대의원총회에서 논의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임 대전협 집행부 출신 전공의 B씨도 "지금까지 대전협을 포함한 의료계는 꾸준히 PA 문제에 있어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컨센서스를 가지고 있었다"며 "수련환경이 보완될 수 있도록 하는 논의부터 시작하고 PA 도입을 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