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질병관리청이 국민 방사선량 및 피폭선량의 증가의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며 의원급 의료기관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보수 교육을 2년 주기로 의무화한 것을 놓고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국내 방사선량 증가 등의 원인은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있다며 해외와 유사법령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도한 보수 교육 의무 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2년 보수 교육 의무화, 미이수 시 과태료 부과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이 의료방사선 이용량과 피폭선량이 매년 증가한다며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관계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한 교육 및 교육기관 지정’ 고시를 개정‧공포했다.
해당 고시는 의료기관 안전관리책임자로 선임된 사람에게 1년 이내 선임 교육 및 2년마다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고 미이수 시 과태료 부과 처분 등의 내용으로 기존에는 1회의 교육만 받고 이후엔 보수교육 자체가 없었다.
해당 규정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교육주기 2년은 의료기관에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주는 규제이며, 최소 5년 이상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심지어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교육을 담당할 한국방사선의학재단 역시 "보수교육을 2년마다 시행하는 것은 행정적, 재정적 부담이 발생되므로 진단참고수준 설정주기 정도인 5년이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방사선량 증가가 보수교육 미흡 때문?…의료계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정책 때문"
하지만 질병청은 이 같은 관련 단체의 의견을 묵살하며 국내 의료방사선 유효선량이 높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년 주기의 보수교육을 강행했다.
질병청은 규제영향 분석을 통해 2016년 대비 2019년 의료방사선 검사는 20%, 국민 방사선량은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질병청이 발주한 '의료방사선 이용에 따른 국민 방사선량 평가 연구' 보고서(2020)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의료방사선 평균 검사 건수는 2016년 6.1건에서 2019년 7.2건, 1인당 유효선량은 2016년 1.96 mSv에서 2019년 2.42 mSv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
질병청은 이처럼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방사선 유효선량과 방사선 관계종사자의 피폭선량 문제가 방서선 안전관리책임자의 교육이 일회성에 그쳐 의료방사선 관리의 미흡함이 존재한다며 안전관리책임자에 2년 주기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료방사선 검사와 국민 방사선량이 증가한 원인이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국민 방사선 유효선량과 방사선 관계종사자의 피폭선량이 증가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방사선 검사 건수의 증가, 일반건강검진에서 흉부 X선 촬영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진단용 의료방사선 검사 건수는 2016년 3억 1200만여 건에서 2019년 3억 7400만여 건으로 연평균 약 6.2%씩 증가했으며, 2019년에는 2016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특히 이 4년 동안 1인당 유효선량 비중이 제일 높은 CT검사의 건수가 915만 2147건에서 1192만 561건으로 30% 증가했다. 또 CT 촬영에 의한 1인당 유효선량 역시 2016년 0.72 mSv에서 2019년 0.94 mSv로 약 30% 증가했다.
바의연은 "이처럼 CT 검사 건수가 급증한 것은 폐암 검진에서 흡연자에게 흉부 CT를 검진 항목에 넣었기 때문이다. 또한 CT 검사에서 유소견이 있으면 MRI 급여화를 해주면서 CT 검사 건수는 더욱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흉부 X레이 역시 2년 주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매년 1600여 만명의 국민이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1인당 유효선량 증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자력법령‧산업안전보건법도 3년 주기 보수교육…영국은 자격 취득 후 단 1회
질병청의 2년 주기 보수교육 의무화는 타법과 해외 사례를 살펴봤을 때도 근거가 미약했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원자력법령과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3년주기로 종사자에 대한 안전관리 보수교육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미국 텍사수주에서는 유방촬영 판독의만 첫해 교육 후 3년마다 보수교육을 받을 뿐 의료방사선 의료인은 단 1회의 교육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도 의료방사선 관련 의료인 및 기기조작자는 자격 취득 후 단 1회의 교육만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3년마다 교육을 받지만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바의연은 "2년 주기의 보수교육이 1회의 교육보다 유효선량과 피폭선량을 낮출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 후에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아무리 검색해봐도 현재까지 주기적인 방사선 보수교육이 유효선량과 피폭선량을 유의하게 낮춘다는 연구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부담 강화…병원급 10년에 1회, 의원급 20년에 1회 최소화해야
이러한 배경 속에 의료계는 질병청이 의료계의 의견을 묵살한 채 2년 주기 보수교육을 강행하는 것은 '규제 만능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2021년 기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한 의료기관 총 4만 1260개소 중 90%에 해당하는 3만 7028개소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나타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원협회 역시 17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방사선 검사와 국민 방사선량 증가는 무분별한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로 인해 방사선 검사가 폭증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청장(이하 질병청장)은 엉터리 규제영향분석을 바탕으로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인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였다. 특히나,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해당되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의원협회는 "질병청은 방사선 안전관련 엉터리 규제분석을 통해서 해마다 경영적으로 열악해지는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에 과도한 안전관리 교육주기를 설정한 것도 모자라 매 2년마다 실시간 스트리밍 교육을 통해 과도한 출석체크, 재수강 및 재시험 등 정작 교육이 목적인지, 전국의 모든 개원의사들을 노예 부리듯 길들이는 게 목적인지,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이미 의대 교육과정에서 진단방사선과 교육을 통해 방사선 안전관리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교육을 받았고, 특히나 의원급 의료기관은 개설 당시에 이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설치검사 합격이 필수이며,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교육을 또 한 번 이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의원협회는 "대한민국에서 방사선 안전관리에 있어서 최고의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의료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과 원자력법령의 안전관리자들과 비교하여 교육주기를 비교해 2년마다 교육을 받도록 설정한 것은 의사들의 전문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라며 "피규제자들의 시간적 손실,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피규제자들의 교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기관의 업무 차질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라고 반발했다.
따라서 의원협회는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 교육 주기를 병원급 10년에 1회, 의원급 20년에 1회로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에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질병청장의 사퇴 요구,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청구 및 공익감사 청구 등 본회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천명했다.